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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경희 작가 단상22

오세훈, 내가 거지가?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2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공짜 밥 먹는 아이라는 소리 듣는 게 싫어 점심시간이 싫다는 아이가 더는 없어야 한다. 며칠 전 신문을 읽다 독특한 광고를 보게 되었다. 한 아이가 벌거벗은 채 식판을 들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 무슨 광고인가 싶어 자세히 읽어 보았다. 벌거벗은 아이의 사진과 함께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 학교보건시설 개선·확충, 과학실험실 현대화, 영어전용교실 등에 쓰일 금액이 전액 삭감된다며 “128만 학생이 안전한 학교를 누릴 기회를 빼앗아서야 되겠느냐”는 식의 문구였다. 참으로 놀라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식판을 들고 있는 아이의 사진도 합성이라고 한다. 그 아이의 부모가 몹시 불쾌해 한다는 소리를 접하면서 .. 2020. 1. 2.
인사동, 한국의 자존심 좀 살려라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2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인사동은 더 이상 인사동이 아니다. 인사동 살리기 운동 시급하다 나는 시간 날 때마다 시내 어디든 걷는다. 내 안의 더럽고 추한 모든 것을 내려놓으며 걷다보면, 어느새 등줄기에 뭉근한 땀줄기가 흐른다. 그 순간이 참으로 좋다. 그래서 나는 걷고 또 걷는지도 모른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대학로라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많아 더욱 좋다. 집에서 교보 문고까지는 45분이면 갈 수 있고, 북촌은 40분이면 충분한 거리에 있다. 내가 걷는 코스가 우리의 문화유산이 살아 움직이는 곳이라 걸을 때마다 감동을 받는다. 그 중에 내가 가장 즐겨 찾는 곳이 인사동이었다. 인사동에 가면 나의 유년을 만날 수 있었다. 창호지에 맨드라미 붙인.. 2020. 1. 2.
안상수, 당신이 '낡은 우상'의 자연산이요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2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안상수 의원, 그에게 '자연산 발언' 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 아니었을까? 며칠 전, 약속 시간을 착각해 한 시간 정도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한 적이 있다. 망설이다 추위도 피할 겸 모처럼 백화점 구경을 하기로 맘먹었다. 백화점 안은 휘황찬란한 불빛과 화려한 차림의 손님들로 부산스러웠다. 나는 잠시 숨을 돌린 뒤, 매장을 슬슬 돌았다. 독특한 문양의 모피코트가 있어 가격표를 슬쩍 보았다. 18,000,000원. 내 머릿속은 갑자기 복잡해졌다. 내 눈이 벌써 침침해진 걸까. 잘못 본 거겠지. 자동차 한 대 값을 몸에 걸치고 다닌다고? 확인이 필요했다. "이 모피 코트 얼마예요?" 가격표를 못 본 척 종업원에게 물었다. 근.. 2020. 1. 2.
전쟁준비 그만, 가난한 서민도 돌보세요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3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내 가까운 주변부터 도와주자. 연말이 되니 찬주 생각이 났다. 올 봄에 방송 취재차 만난 찬주의 소식이 궁금해졌다. 혹시 잘못된 것은 아닌지. 생각 난 김에 찬주를 보러 가기로 했다. 태어나 단 한 번도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나 보지 못한 아이. 아버지마저 교통사고로 잃어 아빠의 얼굴조차 모르는 찬주. 그 때부터 여덟 살이 되도록 엄마는 아이의 수족이 되어야만 했다. 찬주 엄마는 코스모스처럼 가녀린 손으로 날 보자마자 하얀 종이를 내 밀었다. “찬주 입학통지서예요. 처음 이 통지서를 받는데 기분이 묘해지더군요. 벌써 세월이 그렇게 흘렀구나, 싶기도 하고...그러나 영원히 내 아이는 학교 문 앞에도 못 가보겠지, 싶으니 서러워.. 2020. 1. 2.
부패한 정치꾼, 이제는 몰아내야.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3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어느 덧 2010년의 마지막 날이다. 차 한 잔 앞에 놓고 지난 일 년을 갈무리 해 보게 된다. 며칠 전 동인(同人) 중에 한 분이 일 년 간 뿌린 씨가 없어 (좋은 작품을 못 써서) 거둘 열매가 없다며 실의에 빠진 것을 보았다. 난 그에게, "반성의 그릇에 새로운 각오를 다져 넣으세요." 라는 말로 위로를 했다. 그렇지 않은가? 성공은 이뤄진 것만이 다는 아니다. 희망을 품었다는 것 자체가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일이다. 우린 “나는 안 돼”,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어?” 이렇게 나약한 생각에 빠져 살아 온 날이 많다. 기득권이 워낙 판을 치는 세상이기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 2020. 1. 2.
대통령,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읽으세요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2/0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학교 얼마 전 작업을 하고 있는데 “박완서 작가 작고” 라는 문구가 인터넷 메인 뉴스로 떴다. 나도 모르게 훅, 숨을 몰아쉬어야만 했다. 10년 전 아버지의 부음 소식을 들었을 때처럼 아득했다. 100세 까지 사는 세상이라는데, 아직도 선생님의 따스한 글 방패삼아 험한 세상을 사는 이들이 많은데 왜 그리 급히 가신 것인지. 애달 펐다. 오래 전, 방송 취재차 만나 나누었던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선생님, 저도 소설 공부 다시 할까 해요. 전파를 타는 순간 새처럼 날아가는 글 대신 내 이름으로 남는 글을 쓰고 싶어요. ” 선생님은 연민 가득한 눈빛으로 날 오랫동안 바라 보셨다. 그런 후 선생님은 특유.. 2019. 12. 29.
교사들, 문제아는 당신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아시오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2/1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문제아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흔히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한다. 망아지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소년을 묘사할 때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내 아들도 한 때는 거센 방황의 물살을 탄 적이 있다. 모범생이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야생마가 되어 날뛰었다. 아이는 가출을 하고 오토바이를 훔쳐 타며 비슷한 또래들과 어울려 다니며 온갖 사건과 사고에 연류 되었다. 난, 학교에 가서 비는 것으로도 모자라 경찰 앞에서 용서를 빌어야 하는 자리에 서 보기도 했다. 함께 어울리는 친구들을 보니 대부분 결손 가정 아이들이었다. 각기 사연을 들어보면 너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래서 .. 2019. 12. 28.
기독창당, 목사님 똥물에 들어가지 마세요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9/2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목사님, 착한 성도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지 마세요. 제발! 내 유년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언덕 위의 작은 교회’가 떠오른다. 산딸기나무에 종아리를 긁히면서도 산 넘고 물 건너 예배당에 가는 시간이 즐거웠다. 거기엔 나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산타 할아버지처럼 흰 수염이 무성 했던 목사님으로부터 예배당 종을 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기 때문이다. 새까만 계집아이는 종소리 속에서 꿈을 키워왔다. “뎅그렁! 뎅그렁~” 산간벽지 시골 마을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는 단순한 종소리만은 아니었다. 때를 알려 주는 시계 역할은 물론, 허리 한번 맘껏 펴지 못하고 일하는 농부들에게는 쉼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했다. 모두가 가난한 .. 2019. 12. 13.
이 나라 여성이라는 존재, 그저 희생양인가.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2/0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김 여사의 송년회 어느 덧 연말이다. 사람들마다 달력에 표시된 일정표를 보고 한숨을 쉰다. 오늘도 내일도 뱀꼬리처럼 이어지는 송년회에 얼굴을 내밀어야할지 어쩔지 고민 중이다. 직장인들에게 송년회는 일의 연장선일 경우가 많다.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자리가 아닌 술을 못 마셔도, 내일 죽을 만큼 몸이 괴로워도 술독에 빠졌다 나와야 하는 자리. 그래서 직장인들은 어서 한 해가 지나가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연말 모임이 많은 건, 평범한 주부인 김 여사도 마찬가지다. 오늘 따라 김 여사의 얼굴이 장마 끝에 비추는 햇살처럼 화사하다. 평소에는 5분이면 끝나던 화장도 오늘은 족히 50분은 거울 앞에 서 있다. 아이라인을 그리는 손길이.. 2019.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