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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1185

김대식, 소비적 종교주의의 해체: 함석헌의 탈종교론과 비판적 종교철학(함석헌평화연구소시리즈 4 ), 동연, 2021. 종교공학적 측면에서 종교는 시민을 위하고, 시민을 향한 종교일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종교를 중심으로 메커니즘을 설계했던 종교공학은 이제, 시민을 중심으로, 좀더 정확하게는 매체를 중심으로 공학적 종교를 설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개인의 기계에 접속한 수많은 종교 정보는 개인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서 종교를 소비하게 될 것입니다. 종교는 이제 소비의 대상이 되었고, 헌신과 생산의 가치를 중요시하던 만남의 종교는 소격과 불통으로 더 어려워졌습니다. 따라서 종교공학은 종교 예측입니다. 저자는 함석헌을 통해서 종교 분석, 종교 본질의 대안적 행위, 시민의 인식 쇄신을 위한 무조직의 느슨한 연대 가능성 등을 진단해보려고 했습니다. 목차 말마루 추천의 글 1부. 종교 사유를 향하여 분노하는 민중과 함석헌 효과 .. 2021. 8. 15.
G. Agamben, 박문정 옮김, 얼굴 없는 인간, 효형출판, 2021 서평: G. Agamben, 박문정 옮김, 얼굴 없는 인간, 효형출판, 2021. “진실을 찾을 권리, 진실을 말할 권리, 저항만이 여전히 인간일 수 있습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철학자 아감벤을 두고 팬데믹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그를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성찰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나의 생명이 누구와 연관되어 있고, 어떤 존재자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을 뜻합니다. 아감벤은 생명정치를 이용해 인간의 절대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 정부, 의료, (헌)법 등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지금의 팬데믹을 예외상태로 규정하고 민중을 통제, 관리, 억압하는 시스템과 권력자들에 대한 일침이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더 멀어지고 삶은 모호해지고 말았습니다. 인간을 단순히.. 2021. 8. 11.
나혜숙, 함석헌의 《바가바드 기타》역주서 연구, 소명출판, 2021. 리뷰: 나혜숙, 함석헌의 《바가바드 기타》역주서 연구, 소명출판, 2021. “마음을 높은 데 두십시오” “번역은 반역이다? 번역은 변혁이다!” “번역은 반역이다”(Traduttore traditore)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언어를 나의 언어로 바꾸는 어려움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그 난해함을 표현하는 말놀이라 할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갖는 연구자로서의 문제의식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가적 시선으로 볼 때 함석헌의 인도 경전 풀이가 녹록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의 엄밀한 분석 작업과 학자로서의 진시함 앞에 서면 함석헌을 폄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함석헌의《바가바드 기타》에 대한 해석과 역주가 매우 독창적이고 풍요롭다는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는 듯합니다... 2021. 7. 13.
이종철, 철학과 비판, 도서출판 수류화개, 2021. 이종철, 철학과 비판, 도서출판 수류화개, 2021. “완색이유득(玩索而有得): 가지고 놀다보면 저절로 얻는 바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혜안이 넘치는 철학함(philosophieren)의 방식을 담은 성실한 결과물입니다. 저자는 삶의 일상에서 문제의식을 길어 올려 좋은 의식과 감각의 실천(bon sense)으로 나아갑니다. 비판(Kritik)은 모름지기 가르는 것, 곧 이성 자신이 이성의 가능성과 한계,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생각’을 그야말로 곱씹어 ‘생각하여’ 현실을 풀어가는 해석학적 통찰력은 그의 목적, 즉 에세이 철학을 잘 드러낸 듯합니다. 그는 놀이하는 장사꾼,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어린 아이처럼, 그러면서 점잖은 어른답게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essay)합.. 2021. 6. 21.
윤병렬, 하이데거와 도가의 철학, 서광사, 2021. 윤병렬, 하이데거와 도가의 철학, 서광사, 2021. “존재는 텅 빔(無; Leere, Nichts)입니다!” 하이데거나 노장철학을 논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이데거는 서양철학사적 사유의 맥락을 해체한 인물이요, 노자와 장자는 공자와 같은 정형화된 논법을 타파한 동양철학자입니다. 굴직한 한 사람의 철학을 다 우려내는 것도 버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도 아닌 이 둘을 조합한다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철학자 윤병렬은 이 둘을 존재(Sein)와 도(道, Tao)라는 철학적 개념으로 손쉽게 풀어 밝힙니다. 하이데거의 시원적 사유, 길(Weg), 침묵 언어, 무위, 초연한 내맡김(Gelassenheit) 등의 유비점들을 찾아 그것을 현상학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흐름은 매끄럽습니다. 서양과.. 2021. 6. 12.
Levi R. Bryant, 김효진 옮김, 객체들의 민주주의, 갈무리, 2021. Levi R. Bryant, 김효진 옮김, 객체들의 민주주의, 갈무리, 2021. “객체는 외부에서 조종될 수 없다” 이 책은 종래의 철학사적 흐름에서 주체 중심으로 말미암은 객체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비판하며 객체적 존재론으로 전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철학에서 주객의 문제는 근대 이후에 끊임없는 논쟁거리였다. 근대철학에서 주체의식과 주체가 생각한다는 cogito의 선언은 가히 혁명적이었다는 평가는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 만큼 뼈아픈 고통과 치명적인 세계사적 전쟁의 결과를 가져왔던 것은 다 사실이다. 주체에 의해서 비추어지고 구성되어진 객체는 열등한 타자이거나 종속적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인식의 주체가 되는 존재자는 권력과 권위를 가진 인간은 대중과 자연을 통제, 조정,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 2021. 6. 11.
John Wolfgang von Goethe, 윤용호 옮김, 파우스트1/2, 종문화사, 2021. John Wolfgang von Goethe, 윤용호 옮김, 파우스트1/2, 종문화사, 2021. “파우스트, 죽음의 허무인가? 구원의 희망인가?” 《파우스트(Faust)》가 종문화사에서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습니다.《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미학자 쉴러와 교분이 있었다는 정황은 같은 시기를 살았던 철학자 칸트와도 연관이 있을 법합니다. 15-16세기 경 독일에 실존했다는 연금술사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기초로 작품이 만들어진 괴테의 독특한 문학적 세계는 영국에서 이미 출간된 16세기의 작품과 레싱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의 수려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조, 그리고 인간애의 연민은 계몽적이고 낭만적인 인간상을 오롯이 드러냅니다. 더욱이 괴테의 파우스트는 성서적.. 2021. 6. 10.
Levi R. Bryant, 김효진 옮김, 존재의 지도, 갈무리, 2020. Levi R. Bryant, 김효진 옮김, 존재의 지도, 갈무리, 2020. “인간은 예외자가 아닙니다” 사람들은 존재론하면 형이상학이 생각날 것입니다. 존재론은 일반 형이상학에서 다루는 분야입니다. 모든 존재자가 존재자로서 공통적으로 지니는 것을 말합니다. 이 구분은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기원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지어보더라도 브라이언트의 책 제목이 예사롭지 않습니다.《존재의 지도》(onto-cartography)라는 제목에 부제는 ‘기계와 매체의 존재론’이라니 아리송합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저자의 학문적 관심사나 그 깊이가 남다르다는 것을 단박에 깨닫습니다. 게다가 그의 문제의식을 독특하게 담아내는 것도 모자라 엄밀하게 풀이한 방식 또한 혀를 내두르게 합니다. 이 책에서 처음부터 끝.. 2021. 6. 9.
Jason W. Moor, 김효진 옮김,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갈무리, 2020. Jason W. Moor, 김효진 옮김, 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 갈무리, 2020. “이 세계가 ‘호의적인 장소’(oikeios topos)가 될 수 있을까?” 자본주의는 새로운 세계 생태입니다. 자본주의는 자본-권력-자연을 결합하여 하나의 통일체를 구성합니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는 저렴한 자연을 구축하려 합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시대에 저렴한 자연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요? 사회(인간 자연, 비자연 인간)와 자연(비인간 자연)에 대하여 자본은 자연을 전유(착취)하고 시간에 의한 공간의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기후가 급변함에 따라서 권력구조와 생산구조 덩달아 바뀌게 되었습니다. 자본은 저렴한 자연을 끊임없이 탐색하여 상품생산의 축적·혁신하기 위해 비인간적 자연을 도구화하였습니다. 자본주의가 발달.. 2021.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