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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경희 작가 단상

부패한 정치꾼, 이제는 몰아내야.

by anarchopists 2020. 1.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2/3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어느 덧 2010년의 마지막 날이다. 차 한 잔 앞에 놓고 지난 일 년을 갈무리 해 보게 된다. 며칠 전 동인(同人) 중에 한 분이 일 년 간 뿌린 씨가 없어 (좋은 작품을 못 써서) 거둘 열매가 없다며 실의에 빠진 것을 보았다. 난 그에게,

"반성의 그릇에 새로운 각오를 다져 넣으세요." 라는 말로 위로를 했다. 그렇지 않은가? 성공은 이뤄진 것만이 다는 아니다. 희망을 품었다는 것 자체가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할 일이다.

우린 “나는 안 돼”,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어?” 이렇게 나약한 생각에 빠져 살아 온 날이 많다. 기득권이 워낙 판을 치는 세상이기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잃어 버렸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우리 모두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했으면 좋겠다.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고, 내세울 것 없는 나일지라도 나는 나일뿐이다.'

이 마음을 매순간 다지다보면 조금은 어깨에 힘이 생길 것이다. 남 앞에 거들먹거리기 위한 힘이 아니라, 진정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나는 나'를 외쳐야 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식상하지만 불변의 진리이다.

메모지 위에 '나의 10대 뉴스' 와 '지우고 싶은 10대 뉴스' 를 적어 나간다.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는 일도 많아 잠시 어깨가 으쓱해진다. 하지만 교만은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생각나 꼬리를 내린다. 조금 잘 된 일을 놓고 기고만장하면 들어오던 복도 줄행랑을 칠 것이다.

‘지워버리고 싶은 10대 뉴스’를 적다보니 남에게 편치 못한 소리를 했던 일, 남의 아픔을 그냥 지나친 일 등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난 반성의 그릇을 꺼내 참회의 눈물을 담는다.

또한 나 개인의 아픔도 떠오르지만 지우려 애쓴다. 오늘의 아픔은 내일의 행복을 위한 거름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난 이 두 장의 메모지를 자정 예배를 드린 뒤, 태워 버릴 것이다. 기쁨도 슬픔도 모두 잊고 새롭게 맞아야 새해 일 테니까.

새해에는 나를 향한 사랑만큼 이웃과 나라를 더 많이 사랑 했으면 좋겠다. 우리 주위에 어려운 사람이 많다는 말은 수없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내 주위에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소통의 통로를 만들지 못했다. 살다보면 내가 뜻하지 않은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 그 때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면 얼마나 허망할까. 아픈 이웃을 위한 관심은 나의 따뜻한 미래를 향한 저축일 수도 있다.

혹자는 말한다. "지긋지긋한 정치꾼들의 싸움질" 때문에 더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싶지 않다고. 그렇지 않다. 그럴수록 우린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나라를 위한 끝없는 관심이야 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길이다. 민중의 무관심은 부패한 정치꾼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결정적인 역할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린 두 눈 똑바로 뜨고 정치인들의 모든 행로를 지켜봐야 한다. 극단적인 예로 선거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평소에 정치나 나라 일에 대해 관심을 갖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올바른 일꾼을 뽑을 수 있다. 즉흥적으로 결정한 잘못된 선거가 얼마나 이 나라와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현재'(오늘 우리나라에)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느낄 것이다. 올바르고 정의로운 정치인을 뽑는 일, 이것이야말로 개인의 행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농부가 석양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갈무리를 하듯 우리도 경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고 싶다. 일찍이 헨리 밀러가 "과거에 매달려 전진하는 것은 쇳덩어리를 달고 걷는 것과 같다. 죄수란 죄를 범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자기의 죄에 얽매여 그것을 반복하고 사는 사람을 말한다." 고 한 말을 음미하면서.(2010.12.30. 박경희)
박경희 작가님은
2006년 한국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 라디오부문 작가상을 수상했다. 전에는 극동방송에서 "김혜자와 차 한잔을" 프로의 구성 작가로 18년 간 일하다 지금은 탈북대안학교 '하늘꿈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의 필진이다.

작품으로는 《분홍벽돌집》(다른, 2009), 《이대로 감사합니다》(두란노, 2008), 《여자 나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은》(고려문화사, 2006), 《천국을 수놓은 작은 손수건》(평단문화사, 2004)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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