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Agamben, 박문정 옮김, 얼굴 없는 인간, 효형출판, 2021
서평: G. Agamben, 박문정 옮김, 얼굴 없는 인간, 효형출판, 2021. “진실을 찾을 권리, 진실을 말할 권리, 저항만이 여전히 인간일 수 있습니다!” 유럽의 대표적인 철학자 아감벤을 두고 팬데믹을 과소평가했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그를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성찰적 인간이 된다는 것은 나의 생명이 누구와 연관되어 있고, 어떤 존재자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을 뜻합니다. 아감벤은 생명정치를 이용해 인간의 절대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 정부, 의료, (헌)법 등에 대해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지금의 팬데믹을 예외상태로 규정하고 민중을 통제, 관리, 억압하는 시스템과 권력자들에 대한 일침이기도 합니다.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더 멀어지고 삶은 모호해지고 말았습니다. 인간을 단순히..
2021. 8. 11.
이종철, 철학과 비판, 도서출판 수류화개, 2021.
이종철, 철학과 비판, 도서출판 수류화개, 2021. “완색이유득(玩索而有得): 가지고 놀다보면 저절로 얻는 바가 있다!” 이 책은 저자의 혜안이 넘치는 철학함(philosophieren)의 방식을 담은 성실한 결과물입니다. 저자는 삶의 일상에서 문제의식을 길어 올려 좋은 의식과 감각의 실천(bon sense)으로 나아갑니다. 비판(Kritik)은 모름지기 가르는 것, 곧 이성 자신이 이성의 가능성과 한계, 옳고 그름을 가르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생각’을 그야말로 곱씹어 ‘생각하여’ 현실을 풀어가는 해석학적 통찰력은 그의 목적, 즉 에세이 철학을 잘 드러낸 듯합니다. 그는 놀이하는 장사꾼,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 어린 아이처럼, 그러면서 점잖은 어른답게 날카로운 분석을 시도(essay)합..
2021. 6. 21.
윤병렬, 하이데거와 도가의 철학, 서광사, 2021.
윤병렬, 하이데거와 도가의 철학, 서광사, 2021. “존재는 텅 빔(無; Leere, Nichts)입니다!” 하이데거나 노장철학을 논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이데거는 서양철학사적 사유의 맥락을 해체한 인물이요, 노자와 장자는 공자와 같은 정형화된 논법을 타파한 동양철학자입니다. 굴직한 한 사람의 철학을 다 우려내는 것도 버거운 일입니다. 그런데 한 사람도 아닌 이 둘을 조합한다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철학자 윤병렬은 이 둘을 존재(Sein)와 도(道, Tao)라는 철학적 개념으로 손쉽게 풀어 밝힙니다. 하이데거의 시원적 사유, 길(Weg), 침묵 언어, 무위, 초연한 내맡김(Gelassenheit) 등의 유비점들을 찾아 그것을 현상학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흐름은 매끄럽습니다. 서양과..
2021. 6. 12.
Levi R. Bryant, 김효진 옮김, 객체들의 민주주의, 갈무리, 2021.
Levi R. Bryant, 김효진 옮김, 객체들의 민주주의, 갈무리, 2021. “객체는 외부에서 조종될 수 없다” 이 책은 종래의 철학사적 흐름에서 주체 중심으로 말미암은 객체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을 비판하며 객체적 존재론으로 전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철학에서 주객의 문제는 근대 이후에 끊임없는 논쟁거리였다. 근대철학에서 주체의식과 주체가 생각한다는 cogito의 선언은 가히 혁명적이었다는 평가는 상식으로 통한다. 그런 만큼 뼈아픈 고통과 치명적인 세계사적 전쟁의 결과를 가져왔던 것은 다 사실이다. 주체에 의해서 비추어지고 구성되어진 객체는 열등한 타자이거나 종속적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인식의 주체가 되는 존재자는 권력과 권위를 가진 인간은 대중과 자연을 통제, 조정,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
2021. 6. 11.
John Wolfgang von Goethe, 윤용호 옮김, 파우스트1/2, 종문화사, 2021.
John Wolfgang von Goethe, 윤용호 옮김, 파우스트1/2, 종문화사, 2021. “파우스트, 죽음의 허무인가? 구원의 희망인가?” 《파우스트(Faust)》가 종문화사에서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습니다.《파우스트》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미학자 쉴러와 교분이 있었다는 정황은 같은 시기를 살았던 철학자 칸트와도 연관이 있을 법합니다. 15-16세기 경 독일에 실존했다는 연금술사 파우스트의 이야기를 기초로 작품이 만들어진 괴테의 독특한 문학적 세계는 영국에서 이미 출간된 16세기의 작품과 레싱으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의 수려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조, 그리고 인간애의 연민은 계몽적이고 낭만적인 인간상을 오롯이 드러냅니다. 더욱이 괴테의 파우스트는 성서적..
2021.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