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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경희 작가 칼럼10

장로 대통령님, 회개의 제단 앞에 무릎을 끓으시오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2/08 06:49]에 발행한 글입니다. 의류수거함에서 양복을 건져 입던 목사님이 그립다 대통령이 다니는 소망교회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습 문제로 시끄럽더니 목사들끼리 싸워서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까지 이르고, 이번에는 부목사가 성도의 돈을 꾸고 갚지 않는 등 온갖 사기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목사는 청와대 신우회에 나가 설교한 것을 자랑처럼 떠벌리고 다닌다고 하니 가히 놀랍다. 이런 소망교회의 사건들을 보며 대통령은 어떤 생각을 할까. 정권 초기부터 교회 사람들을 끌어 들여 권력의 맛을 보여 준 것부터가 잘못 꿴 실이었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난 내가 기독교인 것이 너무나 부끄러울 때가 많다. 특히 목회자들의 비리가 펑펑 터질 때.. 2019. 12. 29.
대한민국 사회적 양극화의 두 얼굴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2/0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졸업식의 두 얼굴 엊그제 일반 학교의 졸업식에 다녀오게 되었다. 학생은 물론 선생님들 역시 무덤덤한 얼굴로 단지 행사를 위한 행사를 치룰 뿐이었다. 식이 끝나자 밖으로 나온 학생들은 마치 감옥을 벗어난 듯 홀가분한 얼굴로 밀가루를 뒤집어쓰는 것도 부족해 교복 위에 계란을 던지고 바지를 찢는 등 난리였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저렇게 해야만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일까. 씁쓸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내가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는 탈북 청소년을 위한 '하늘꿈 학교'의 졸업식은 달랐다. 졸업생이라야 고작 이십 여명에 불과하지만 학생들은 한결같이 진지한 표정이었다.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남에 넘어 와 공부를 하게 되었고.. 2019. 12. 29.
이명박 정부, 50대 은퇴자의 허망한 눈빛을 보시오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2/10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은퇴자들의 허망한 눈빛, 그들만의 문제일까 내 고향은 경기도 양평의 끝자락에 있는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다. 서울에서 대중교통으로 두 시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지만, 아직도 물을 끓이지 않고도 마실 수 있을 만큼 청정 지역으로 유명하다.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삶이 버겁다고 느낄 때면 고향을 찾는다. 예전에는 시외버스를 타고 갔는데 요즘은, 중앙선 복선전철을 이용한다. 덕분에 시골에 내려 가 가랑잎처럼 말라보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친정어머니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럴 때마다 복선전철이 고맙기 그지없다. 그런데 중앙선 전철을 탈 때마다 안쓰러운 풍경을 목격하게 되는 건 유감이다. 전철 안에 탄 손.. 2019. 12. 28.
명절증후군- 시대의 아픔인가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9/13 06:22]에 발행한 글입니다. 명절증후군 서리가 하얗게 내린 새벽, 때때옷 젖을까 조심조심 풀 섶을 헤치고 큰댁으로 차례 지내러 가는 발길은 마냥 가벼웠다. 큰어머니께서 이미 한 달 전부터 준비한 차례 상에 절을 한 뒤 친척들이 오순도순 모여 앉은 식탁은 정이 넘쳤다. 기름기 자르르 흐르는 햅쌀밥에 비록 비싼 소고기국이 아닌 닭고기로 끓인 탕국이지만 맛있었다. 또한 온갖 전과 부침개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무지갯빛 알 사탕까지 풍성한 상차림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어느 집을 가든 풍성한 먹거리가 넘쳐 났다. 갑자기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장이 탈이 나기도 했지만 그래도 연신 입 속으로 맛있는 음식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명절이 돌아.. 2019. 12. 13.
예술전공자의 현실, 암울 자체이다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12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예술가는 가난해야 한다? 떠오르는 별들이 모인 명문 학교. 예술적인 감각이나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모여 공부한다는 학교로 유명한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서 지난 몇 개월간 4명이 자살을 했다. 그런데 학교 측이나 관계자들이 쉬쉬하는 분위기인 듯싶어 안타깝다. 나는 그들에 대한 짤막한 기사를 보며 ‘아. 똑똑한 별들이 빛을 발해보지도 못하고 떨어졌구나!’ 란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들이 죽은 이유가 “앞날이 막막해서. 이 길에서 밥 먹고 살 수 있나!” 란 절망감이었다니.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유만으로 이 젊은 예술인들이 죽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들의 죽.. 2019. 12. 12.
포장마차 아줌마의 명언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23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포장마차 아줌마의 명언! 바람이 제법 싸늘하다. 거리에는 어깨를 옹송그린 채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찬바람에 그렇지 않아도 텅 빈 가슴이 어머니 뱃속처럼 허해지는 저녁이었다. 마침 몇 몇 글쟁이들과 출판인들이 홍대 앞에서 만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어디로 갈까요?” 그야말로 번개처럼 모인 사람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오랜만에 포장마차 어때요?” 일행 모두의 얼굴이 밝아졌다. 일행은 따끈한 어묵 국물에 순대와 튀김 몇 가지를 시킨 채,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꽃을 피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포장마차 주인의 얼굴이 예사롭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울음보를 터트릴 듯 우울해 보였다. 왠지 웃고 떠드는.. 2019. 12. 6.
책방이 사라지는 문화거지의 나라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27 08:52]에 발행한 글입니다.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이라는 말은 이미 구닥다리가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책방보다는 오색찬란한 단풍의 유혹을 따라 관광 열차에 몸을 싣기 바쁘다. 열차 안에서라도 시집을 읽는 낭만적인 모습을 볼 수 있나 싶어 두리번 거리지만 아니다. 그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멍하니 밖을 응시하는 사람들 뿐이다. 우리나라 국민 중 일 년에 단 한 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통계를 보고 아연실색한 적이 있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그 통계가 오류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나는 문화의 거리라 일컫는 대학로에서만 거의 30년을 살아 왔다. 결혼하고 .. 2019. 12. 6.
구청장들, 의류수거함은 쓰레기통이 아니오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23 07:48]에 발행한 글입니다. 의류수거함일까? 아무거나 버리는 쓰레기통일까? 얼마 전 일이다. 금방 잠에서 깨어난 듯 헝클어지고 부스스한 머리에, 헐렁한 바지를 입은 아주머니가 큰 가방 두 개를 들고 뒤뚱거리며 앞서 걷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그녀의 뒤를 따르던 나는 희한한 일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녀가 갑자기 발길을 멈춘 곳은 재활용용으로 설치된 의류수거함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왠지 심상치 않았다. 마치 작업 개시 직전의 도둑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탐색 중이었다. 나는 왠지 그녀와 눈이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아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왠지 찜찜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뿔싸. 그녀가 그토록 무겁게 들고 온 가방 속에서 나온 건 재활.. 2019. 12. 2.
문인들도 밥 먹고 삽시다-나를 임차하시오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2/01 06:53]에 발행한 글입니다. 가난하지만, 영혼마저 가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인도 기초생활 보장이 필요한 때다 “이번 달에 인세 백 만원 받았어요. 오늘 밥은 제가 쏩니다.” 일 주일에 한 번씩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QT(quiet time,敬虔時間, 또는 영적 교류의 시간)도 하고 가끔은 맛있는 밥도 먹는 팀에서 내가 한 말이다. 그러자 일행이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었다. 그들은 매 달 내가 받은 인세보다 적어도 서 너 배의 월급을 받는 커리어 우먼들이다. 한 분은 해외 방송국 지국장이고 한 분은 출판사의 임원이니 적어도 내 짐작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일 년에 한 번, 그것도 정말 운이 좋아서 책을 천 부 더 찍은 것.. 2019. 11.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