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세상 바로 보기

[장창준 칼럼] MB에게는 전략적 사고가 없다

by anarchopists 2020. 1.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11/0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국전쟁 논란’과 한중 관계
- MB에게는 전략적 사고가 없다 -

차기 중국 지도자로 부상한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의 “항미원조전쟁(한국전쟁)‘은 평화를 지키고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는 25일 발언으로 촉발된 한국과 중국 사이의 ’6.25 논쟁‘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2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자오쉬는 정례 브리핑에서 “시 부주석이 항미원조전쟁 참전 60주년 좌담회에서 중국 정부를 대표해 이 문제에 관한 입장을 천명했다”며 “중국은 그 역사 문제에 대해 일찍이 정해진 정론이 있다”고 못 박은 것이다.

중국 외교부의 이같은 대응은 시진핑 주석에 대한 한미 양국의 비판에 대한 대응적 성격을 갖는다. MB 정부는 26일 “한국 전쟁이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지적되어야 할 것은 MB 정부의 전략 부재이고 이념 과잉이다.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한국전쟁 참전 중국군 노병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나왔다. 한국과 미국 정부가 자국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 앞에서 “한국전쟁은 (북한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정치행위이듯이, 중국이 “한국전쟁은 (미국과 한국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었다”고 하는 것 역시 너무나 당연한 정치행위이다. 설령 시진핑 부주석이 혹은 중국정부가 ‘한국전쟁은 남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전쟁 참전 용사’ 앞에서 그와 같은 발언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말을 한다면 ‘한국 전쟁 참전 용사’들은 ‘정의롭지 않은 전쟁에 참여한 정의롭지 않은 군인’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의 발언은 국내 정치용으로 치부하면 될 일이었다. 그러나 MB 정부가 그 발언을 이념적으로 접근하여 과잉반응을 보임으로써 중국 외교부의 공식 논평까지 확대된 것이다. 한국 정부도 외통부 대변인 논평으로 대응할 것인가. 그렇게 대응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한국 전쟁 논란’ 말고도 한중 간에 갈등의 소지가 많다. 2008년 MB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미 동맹은 역사의 유물’이라는 논평이 나온 바 있다. 천안함 사건 이후에도 한중 간에 외교적 마찰이 불거졌었다.

이념적 문제를 제외하고 현실적 실익만으로 고려한다면 한국에게 있어서 중국은 미국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 한국의 대중 무역량은 이미 대미 무역량을 초월했다. ‘국익을 고려하여 미국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한국 지배집단의 전통적 논리는 ‘국익을 고려하여 중국을 자극해서는 안된다’는 것으로 바뀌어야 할 상황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B 정부는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과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10월 초 열린 한미 안보연례협의회(SCM)도 그 사례이다. 이번 42차 SCM에서 한미 국방당국은 ‘한미 국방협력지침’에 서명했다. 이 지침에는 동맹의 범위를 ‘양자·지역·범세계적’으로 확대하고, ‘북한의 위협’뿐 아니라 ‘기타의 위협들’도 ‘억제 및 격퇴’한다고 규정했다.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MD 체제 구축 문제 역시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능력을 더욱 강화”시킨다고 합의했다. “민주적 가치와 시장경제에 기반을 둔 미래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명기함으로써 흡수통일 의사를 노골적으로 피력했다. 이 모든 내용들은 한중 관계에 암초가 될 것들이다.

미중 사이에 갈등과 협력이 고조될 것으로 확실시되는 21세기 전반기에 한국 외교의 전략은 균형외교가 되어야 한다. 20세기의 한국이 미국 일변도의 외교를 추진해왔다면 21세기의 한국은 미국 일변도의 외교에서 탈피하여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잡힌 외교를 추진해야 한국의 실익을 챙길 수 있으며 강대국들 사이에서 실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한중 간의 ‘한국전쟁 논란’은 MB 정부의 전략적 사고 부재를 확인시켜 주고 있으며, 한국 정부가 균형외교를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다.(2010. 10.29, 장창준)
장창준 선생님은
젊은 일꾼으로 통일문제연구자이다. 2001~2006년 동안, 남북공동실천연대 부설 한국민권연구소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에서 통일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다. 특히 대복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연구실적을 내놓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중 사진은 인터넷 다음에서 따온 사진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