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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민간사찰이 아직도 있나?

by anarchopists 2019. 11. 1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5/04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불법 민간사찰이 아직도 있나

우리 경찰의 황당한 민간인 사찰의 예를 공유하려고 합니다. 경찰에서 상부의 눈치를 보았는지, 알아서 판단한 건지, 아니면 지시를 받았는지, 눈을 번득이며 사회운동하는 이를 사찰합니다. 그 방법이 치졸하고 비윤리적입니다. 당한 이의 황당함을 들으며 실태를 파악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병상) 다음이 채식이라는 사람이 겪은 이야기입니다.

금방 제 생에 최고 황당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엄마' 번호로 온 전화는 곧 형사에게 연결되었습니다. 부산 북부경찰서 정보과 형사 이 아무개씨가 부산 고향집으로 찾아가 저의 안부?를 물은 것입니다. 제가 없으니 어머니와의 대화 후 저에게 전화를 한 것이구요.

그곳에 찾아간 이유, 저에게 묻는 것은 바로 "울진 기공식에 또 갈거냐?"는 것이었습니다. 말문이 막혔습니다. 얼마 전 영덕 핵발전소 주민설명회 때 경찰서로 연행되었던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저는 울진 기공식에 대한 대답은 미룬 채,

... "아니 지금 거기가 어디라고 간 거에요?! 지금 저 대놓고 사찰하시는 거에요?! 부모님 이용해 저를 압박하시는 건가요?!"


등 흥분해 소리쳤습니다. 그는 부모님께 충분히 설명을 했다면서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거기 간 것도, 거기 가는 걸 막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그곳에 간 것만으로도 부모님은 엄청나게 놀랐을 겁니다. 집에 형사가 찾아오는 일이 평생에 몇 번이나 될까요. 안 그래도 집회 같은 곳에 가는 걸 싫어하시고 무서워하시는 부모님이거든요.

"그곳에서 빨리 나가세요!" 거듭 말했습니다. 울진이나 영덕이나 그곳에서 반대를 외치는 건 제 자유라고. 그도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라며 미안하다고 하더군요.

전화를 끊고 나서 낯선 번호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방금 전 통화했던 그 형사더군요. 황당하게도 그는 저와 같은 부대출신이라고 하더군요. 어머니가 말을 한 것 같았습니다. 반가워서 다시 전화했다고.

"제가 그 부대 들어갔을 땐 정신교육을 워낙 철저하게 시켜서 다른 쪽으로는 생각을 못했는데, 그 부대 출신이 환경운동을 하는걸 보니 신기하네요."

젠장. 같은 부대 출신이라니! 급 마음이 풀어지는 게 저도 학연·지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더군요. 마음을 가라앉힌 상태에서 형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이러는 건 아니죠. 자식 마음 아실 텐데요?"

형사는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을 겁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사과하겠습니다. 다음에 부산 오면 이 번호로 연락주세요. 부대 선후배 술이나 한잔합시다." 라며 전화를 마무리 짓더군요.

어머니와 통화해보니, 영덕에서 무대에 올라가 '너무 심하게'했었다는 얘길 했다더군요. 그냥 함께 걱정하는 차원에서 '젊을 때 한 번 찍히면 힘들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도. 어머니도 집회에 참석하는 게 '그게' 걱정이 된다면서 웬만하면 가지 말라고 덧붙였습니다. 평소에도 그런 말씀을 늘 하시는 터라 그제사 마음이 가라앉았습니다.

형사가 집에서 한 말은 '부모님이 늘 걱정하는 만큼'만 얘기한 것이죠. 아마 부모님은 심하게 동조했을 겁니다. 하여튼 이번 형사의 가정방문?은 심하게 잘못된 것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겠습니다.(2012. 5.4, 패이스 북, 박병상님의 글에서)

* 위 사진은 오마이뉴스(2012.4.28)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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