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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FTA시대, 정부는 농민세를 신설해라.

by anarchopists 2019. 11.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2/02 06:10]에 발행한 글입니다.


FTA체제시대, 정부는 농민세를 신설해라.

사람은 먹어야 산다. 그래야 정치도 하고 경제도 하고 외교도 하며 종교도 가질 수 있다. 먹고살지를 못하는데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이 어디 있고, “구국의 결단”이 어디 있나. 굶어죽는데, 영혼의 구제가 어디 있고, 천당 지옥, 극락이 어디 있나. 배고파 죽겠는데, 나라가 무슨 필요이고 교회가 무슨 소용인가.

그런데도 최근 이명박 권력은 먹거리 문제를 우습게 여기는 지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마구잡이로 체결하고 있다.
FTA는 도시 중심 산업부분에는 유리할 수 있어도 취약한 농업정책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경우, 농촌과 농업에는 매우 불리하다. 곧 식량주권에 대한 위험이 따른다. FTA체제시대, 오늘날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농업문제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하여 비열하고 제 동포를 헌신짝처럼 버리는 신묘151적(辛卯151賊, 을사5적에 비유한 말) 한미FTA를 비준한 도적들과 그 수뇌에게 다음과 같은 가르침을 주고 싶다. 이제 꼭 이대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민족은 죽는다.

이 나라의 정부가 진짜 농민을 위해서 정신 차려 할 일은 첫째, 이 나라의 전통적인 농촌공동체 원형을 파괴하는 일을 빨리 중단하는 일이다. 즉 농촌의 자본화, 자본주의식 농촌사회 만들기를 그쳐야 한다. 그리고 이른바 ‘FTA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농촌에 쏟아 붓는 엄청난 국가예산의 집행절차와 방법을 바꿔야 한다. ‘FTA지원자금’이 농업관련 자본적 상공업자가 아닌, 순수한 직접적 농민에게 실질적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예산 집행구조를 바꾸라는 말이다.

둘째, 원래 인간은 먹어야 산다. 따라서 국가의 책무는 나라사람들이 먹는 문제에 고민과 걱정을 안 하게 하는 데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필수 생계요소’인 ‘의식주행’(衣食住行) 중 먹거리(食)는 나라가 주관해야 한다. 그래서 일체의 나라 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임산물·축산물은 나라사람 모두가 먹을 수 있도록 저렴한 가격에 팔아야 한다. 농산물이 저렴하게 되면 농민들의 생계비가 걱정이 된다. 그래서 농민들의 생산비는 나라에서 보전해 주어야 한다.

그 방법은 나라가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위해 ‘교육세’를 걷듯이 나라의 만천지생(萬千之生)인 식량주권과 농민의 생계비 보전을 위한 ‘농민세’(農民稅)를 신설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농림축산물의 외국으로부터 수입은 무의미하게 된다. 나라사람들이 먹는 먹거리를 수입한다는 것은 식량주권과 인간생존의 기본권 차원에서도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농민세’는 FTA체제에도 저촉이 안 된다는 생각이다. FTA는 상공업 중심의 도시경제에 보탬이 될지 몰라도, 농업 중심의 농촌경제에는 도움이 안 된다.

그리고 이제까지 농민과 농촌은 도시 중심의 산업발달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해 왔다. 도시의 공장과 자동차운행, 그리고 냉동과 난방을 위한 가전제품 남용 등으로 대기오염이 가중되었다. 이 때문에 온난화현상과 이상기온으로 그 피해를 농민들이 당하고 있다. 이 책임을 당연히 도시민이 져야 한다. 따라서 도시민들은 자신들의 1인당 GNI(국민평균소득)수준으로 농민들의 1인당 GNI를 끌어올려줄 책무가 있다. 이것이 농민세를 신설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셋째, 또 한 가지 대승적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극심한 식량부족 사태를 겪는 한반도 북쪽지역을 고려해야 한다는 거다.
북지역의 사람도 같은 민족이요 동포다. 언제인가는 ‘통일민족’이 된다. 지금 영양상태의 불균형으로 남과 북이 이질적(?) 체질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장차, 통일민족의 균형 있는 체형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식량부족으로 영양공급의 불균형을 겪고 있는 북 동포에 쌀 등 주식을 정기적으로 공급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같은 동포가 아니더라도 인도적 차원에서도 꼭 필요한 대승적 발상이다. 북한에 쌀 등 주식을 공급하게 되면 굳이 남한의 쌀 생산면적을 줄일 필요가 없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높아지게 되고 농민들 또한 농가수익을 올릴 수 있다. 또한 북지역의 농촌사회는 전통적 농촌공동체문화를 잘 보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다면, 북과 농업교류를 하는 것도 이 나라 민족문화의 정체성 보전과 창달을 위해 좋다는 생각이다.

소비자들도 각성해야 한다. 소비자는 강자 부자편이 아닌, 약자 곧 약한 자, 가난한 자편에 서야 한다. 약자 중에서도 더 약하고 가난한 자는 농촌이요, 농민이다. 도시민에 비하여 농민은 약자다. 그래서 기업농 등 부농(富農)들이 대량생산한 농산물을 먹지 말고, 힘없고 가난한 농민이 생산한 작은 농산물을 사 먹도록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미국·중국보다 약자이고 가난하다. 그래서 미국이나 중국의 농민보다 이 나라 농민을 더 사랑해야 한다. 이 말은 미국이나 중국에서 수입한 농산물보다는 이 나라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사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 농산물을 애용할 때, 우리 농촌공동체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래야만 주말마다 농촌에 들어가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고 마음의 평화와 맑고 깨끗한 정서를 배양할 수 있다.(2011. 11.11,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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