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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한국농촌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by anarchopists 2019. 11.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2/12 07:58]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국 농촌이 급속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농촌공동체는 자본주의로 갈수 없는 태생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농림부는 지금 한국농촌의 자본주의화를 강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 농촌에 겨우 소규모의 개별농업과 집약농업에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 가난한 소농들은 농촌에서 그나마 삶의 보금자리를 잃게 된다. 곧 농촌에서 오랜 세월 터를 닦고 살아온 서민적 농민은 객체적 존재가 되고, 밖에서 들어온 자본농이 주체적 존재가 된다는 말이다. 주객의 전도다. 정부의 농업정책대로라면 대농 중심의 자본농(資本農)들이 농촌을 독점하게 된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지 소유주(자본농)와 실경작자(소작농)가 다른 임차농지 비율은 42.8%(2007년 기준)로 그 수치가 매우 높다.(농민신문, 2011. 8.12일자)

자본가에 의한 농촌지배가 이루어지면 농민계층은 더욱 분화되고 농촌은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비윤리적 자본공화국으로 체질악화가 된다. 자본의 속성이 무엇인가. 자본가는 이익을 남기지 않게 되면 절대로 사업에 손을 대지 않는다. 곧, 농업자본가는 이익이 안 되는 농사는 짓지 않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국제경쟁력이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쌀농사, 곡물농사, 과수농사(수입 가능한 과일)는 짓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식량자급률은 지금보다 더욱 나빠지게 된다. 또한 자본농에 의한 농지면적의 확대는 아무리 정부에서 논농사 전업농 7만호를 양성하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논농사 전업농들도 결국에는 이익과 무관한 논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 벼 재배면적은 2005년 97만9717ha로 100만ha가 허물어지면서 지난해 89만2074ha, 그리고 올해는 85만4000ha로 감소했다. 그리고 벼 작황도 저조하다.2003년 벼 작황은 10a당 438kg이 생산되었다. 그런데 올해 벼 재배면적 85만4000ha에 쌀 생산량은 374만 톤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연간 소비량 420만 톤보다 무려 46만 톤이 부족한 셈이다(한국농어민신문 2011.10.3.일자)

                                                                                      (출처: 농민신문, 2011. 8.12일자)

한편, 논농사의 감소는 쌀 생산량을 감소시켜 식량주권에 위협을 주는 동시에 또한 논이 가지는 공익적 기능도 상실케 한다. 논농사가 우리에게 주는 공익적 기능은 대단하다. 식량주권 의 기능, 정서순화의 기능, 수질개선의 기능, 공기정화의 기능, 홍수조절의 기능 등을 가지고 있다. 논농사가 주는 공익적 기능의 상실은 농촌공동체가 갖는 전통문화의 파괴를 의미한다. 그리고 민족정체성의 궤멸로 이어진다. 민족정체성과 전통문화는 한국인들에게 맑고 깨끗한 정서를 배양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정서순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간의 정신은 썩는다. 정신의 부패는 곧 범죄 가능성을 유발시키면서 사회안전망을 무너트린다.

세계의 사회학자들은 앞으로 닥아 올 인류의 행복한 삶의 유형으로 자유주의(개인의 이익)에 바탕 한 자본주의가 아닌 인간적 유대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주의(같이 살기)를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선진 나라들은 미래사회의 유형을 공동체적 삶으로 보고 새로운 공동체사회의 모델을 만들어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로 유럽의 학자들이 찾는 공동체의 모델이 농촌사회다. 유럽인들이 이렇듯 장래 이상적 사회를 농촌공동체에서 찾고 하는데, 우리는 이에 역행하여 농촌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파괴하려 하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자유주의·자본주의·합리주의·과학주의 등 근대사조는 모두 유럽에서 전해 온 것들이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면서 서구는 이러한 근대사조로 형성된 시민사회를 통해서도 해소될 수 없는 갖가지 비인간적 문제(각종 비도덕적·비윤리적 범죄, 인간존엄성 파괴)들에 직면하고 있다. 그래서 유럽은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에서 노출되는 비인간적 문제들을 과거사회의 이념, 즉 공동체주의(농촌사회 모습의 같이 살기)를 빌려 해결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농촌을 활성화시켜 식량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휴머니즘도 되찾으려한다.

다행이도 한국농촌은 그러한 공동체사회의 원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나라다. 그럼에도 어리석은 이 나라의 정부(농림부)가 앞장서서 농촌공동체를 자꾸 파괴하고 있다. 다른 자본주의 나라들은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으로 공동체주의로 이행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전통적으로 잘 가꾸어온 농촌공동체를 파괴하고 농촌의 자본화를 추진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금 이 나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농업정책대로 진행이 된다면, 아름다운 정서로 가득 넘치는 이 나라 농촌공동체의 파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농촌공동체의 해체는 곧 자연재앙과 맞물려 식량주권의 위험, 인간정서의 불안으로 연결되리라 본다.

이제 이 나라 농림부가 벌여온 부실한 농업정책의 결과가 어떤지를 점검해 보자. UR체제에 들어가던 시기인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대한민국 정부는 10년간 64조에 달하는 천문학적 금액을 농촌경제 발전을 위해 투자하였다. 그런데도 농촌은 갈수록 낙후되고 젊은이들은 농촌을 계속 떠나고 있다. 이런 탓으로, 농촌사회의 고령화는 더욱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엄청난 돈을 농촌에 쏟아 부었는데, 그 돈이 다 어디로 갔을까. 그 돈은 농촌 살리기와 직접농업에 종사하는 농민개개인의 경제안정을 위해 쓰인 게 아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 돈은 농촌의, 또는 농촌 근교의 농업관련 상공업자와 시골의 행정가들에게 갔다. 그래서 농업관련 상공업자는 부자가 되고 농민은 그저 그 타령인 게다.

한 예를 들어보자. 1990년대 말에 정부(농림부)에서 시설원예를 농민들에게 권했다. 수출이 잘 되고 성공할 수 있다는 유혹이었다. 농림부의 사탕발림에 현혹된 농민들은 정부의 권유에 따라,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아서 유리온실을 지었다. 이때 유리온실과 관련된 자재와 시설업자 등, 상공업자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 그런데 몇 년이 안 가서 시설원예가 유류파동으로 생산비의 과다지출이 발생하고 수출 길 또한 막혀버리고 말았다. 결국 정부의 권유를 받아들인 농민들은 망했다. 이러한 농림부의 시행착오는 오늘 이 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렇게 FTA와 관련하여 농민을 달래고자 만든 이른바 FTA보조금 지원정책(1992년부터)으로 쏟아 부은 64조원도 소진되었다. 이 결과 농업·농촌 관련 상공업자는 부자가 되었고, 농민들은 다시 빚을 지게 되었다. 농촌의 한 가구당 부채액은 1천785만8천원(2009년 기준)에 이른다. 그런데도 농림부에서는 농민부채가 줄어들고 있다고 선전한다. 그 실상을 감춘 허구다. 즉 농촌의 부채가 주는 것은 고령화에 따른 교육비 감소(3.2%)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의 “무차별적 시장개방 공세=생산비 폭등과 농산물 값 하락”이라는 한국 농림부의 ‘농정실패등식’이 나왔다. 실제 한·칠레FTA(2004)로 농수산물 무역수지는 적자(赤字)로 돌아섰다. 한미FTA 또한 농수산물 무역수지를 적자로 만들 게 뻔하다. 그리고 한국농민과 농촌을 급격히 파괴할 것으로 예상된다.(2011. 12.10, 황보윤식)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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