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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한미FTA이후, 우리 농민은 어찌 살까

by anarchopists 2019. 12. 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28 06:41]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미FTA이후, 우리 농민은 어찌 살까

세상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먹는 문제이다. 그래야 산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권력은 먹거리 문제를 우습게 여기는 지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마구잡이로 체결하고 있다. FTA는 도시 중심 산업부분에는 유리할 수 있어도 취약한 농업정책을 가지고 있는 나라의 경우, 농촌과 농업은 매우 불리하다. 곧 식량주권에 대한 위험이 따른다. 이 때문에 오늘날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촌·농업문제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IMF(1997)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화 추진과 신자유주의 시장논리로 모든 분야가 경쟁사회로 돌입하게 되었다. 이러한 격심한 경쟁논리는 자본주의 구조상 두 가지 극단적 양상(양극화)을 만들어낸다. 돈 있는 자(자본권력)와 힘을 가진 자(정치권력)는 살아남고, 가난한 자(서민)와 힘이 약한 자(시민)는 죽게 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지금 세계는 힘없고 가난한 이들을 위협하는 ‘식량전쟁’으로 치닫는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이 나라 정부는 부자와 자본가 중심의 FTA를 여러 나라와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를 매우 우려한다.

한국은 박정희 독대권력 때 잘못된 경제정책(유가자본주의)으로 수출위주형 경제구조를 갖게 되었다.
이 결과로 공산품 중심의 산업화를 강화하고 농업경제를 희생시켰다. 게다가 지금은 WTO와 FTA체제까지 확대시키고 있다. WTO·FTA체제 확대는 상대적으로 농업을 더욱 희생시켜 나갈 수밖에 없다. FTA체제가 확대될수록 농업 인프라는 급속히 붕괴된다. 농업 인프라의 붕괴는 농업생산자원을 제한시키고, 생산 환경을 열악하게 만든다. 곧 단위생산성이 크게 둔화되고 곡물 총생산량이 급감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농림무역실적을 가지고 잠시 우리나라를 보자. WTO체제가 시작되기 한해 전인 1994년과 시작 다음해인 1996년을 비교하여 보았을 때, 우리나라 농림수산물 수입액은 81억불에서 120억불로, 47% 급증하였다. 반면에 수출액은 30억불에서 34억불로 13% 증가에 그쳤다. 한국의 식량무역량만 가지고 볼 때도 98년 기준 수출액이 16억 3천500만 불이고 수입량은 64억 600만 불이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식량분야에서 무역역조현상(식량수입 세계 2위)이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앞으로 이러한 식량 무역역조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지금 세계는 개발도상국가의 폭발적 인구증가, 그리고 쇠고기 소비 증가에 따른 사료용 곡물의 소비증가가 수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안정적인 식량수급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지구의 기상환경 변화와 이에 따른 재해의 증가 및 생태계의 파괴, 물자원의 부족과 관리 미흡, 생산투입 자재 및 경지면적의 제한, 생산자 소득의 열악화도 한몫을 한다

이 중에서도 생태계 파괴와 자연환경의 훼손에 따른 지구의 기상환경 변화는 세계의 식량부족을 부추기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지구의 환경파괴의 원인은 어디서 왔는가. 그것은 무분별한 물질만능을 기본으로 하는 서구 자본주의 이념에서 왔다. 자본주의는 단시간 내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욕망이 내재되어 있다. 곧 서구적 가치관(산업주의와 과학주의, 그리스도교의 윤리=정복주의)은 그들의 자연과학적 사고를 가지고 자연에 대한 정복과 이용을 통해 물질적으로 풍요한 산업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이른바 경제발전이라는 형태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통한 물질적 풍요는 어려서부터 개개인의 ‘극단적 개성’을 갖게 만들었다. 이 결과, 이 지구는 ‘극단적 개성시대’가 되었다. ‘극단적 개성’은 이성적 통제가 어려운 ‘자기조절적 인격장치’를 더 이상 작동하지 않게 만든다. 깊이 빠져들어가는 ‘극단적 개성’는 물질만능시대를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물질만능주의는 지구자원(원료)의 개발을 극대화한다. 지하자원의 개발을 부추기고, 밀림지대에 공장의 설립을 촉진시킨다. 그리고 농촌을 도시화한다. 곧 농촌의 도시화, 밀림의 공장지대화는 대규모의 오염지대를 확대시킨다. 오염지대의 확대는 지구온난화와 오존층의 파괴로 이어지고 지구에 이상기온을 발생시킨다. 이 탓에 지구는 지금 게릴라성 폭우, 폭설, 가뭄, 홍수가 곳곳에서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인간들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어쩔 수 없이 식량생산의 인프라를 파괴할 수밖에 없다.

한편 세계는 자기조절적 인격장치의 고장으로 이성적 통제가 불가능한 데다, 대량의 살상핵무기, 원자력 발전소의 출현 등으로, 불확실성과 예측불가능의 시대를 맞고 있다. 이것은 풍요로운 물질만능에 부수된 ‘인위적 위험’의 표면화를 의미한다. 인위적 위험이란, 앞으로 우리 인간에 닥치는 모든 자연재앙은 하느님의 분노가 아니라 인간의 잘못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21세기에 인간에게 닥치는 모든 자연재앙은 편리하고 풍요로운 것만 추구하는 물신주의에 빠진 인간의 교만(잘못)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의미다.


인류가 만들어낸 ‘인위적 위험’ 중에 가장 큰 위험은 교만한 인간들의 환경파괴로 인한 식량부족이다. 세계가 식량부족 현상을 겪게 되면, 식량수출국은 엄청난 값을 요구하게 될 것이고 수입국은 변명의 여지도 없이 그 값을 몽땅 지불하고 수입하여야 한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서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올 3월에 발표한 〈세계 식품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밀·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가격이 1년 새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산 겨울밀 가격은 지난 2월 t당 362달러로 1년 전보다 75%나 올랐고, 미국산 옥수수값도 t당 287달러로 77%나 치솟았다(뉴시스, 2011. 5.1일자) 말을 바꾸어 보면, 세계 곡물가격의 폭등으로 식량수입국이 식량수입을 제대로 못하였을 경우, 그 사회내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을 겪게 된다는 말이다.

한 예로, 연구보고서를 보자. 2008년, 밀의 주요 생산수출국인 호주는 2006년을 전후로 연속적인 가뭄을 당하게 된다. 이 결과 호주의 밀 생산은 '05-'06 곡물년도에 2,500만 톤에서 '06-'07 곡물년도에는 980만 톤으로 급감 된다. 이 탓으로, 밀 가격이 100% 폭등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자, 세계 주요 쌀 수출국들도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 확보라는 명목으로 쌀 수출을 금지하였다. 이 결과 2008년을 기준으로 세계 곡물시장의 쌀 톤당 가격은 미화 1,000불로 급등하였다. 이러한 현상으로 30여 개국에서 식량부족에 항의하는 폭동과 시위가 일어났다

곡물시장에서 가격이 상승하면 수입국의 국가는 국가대로 식량구입비로 외화를 낭비하여 국고가 바닥을 드러내고 국가산업은 마비된다. 현재 미국의 카길과 ADM 곡물회사가 세계 식량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은 미국의 카길회사에서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이 말은 만약 식량수출국인 미국 등이 우리나라에 식량수출을 못하겠다고 협박을 하게 되면, 식량전쟁의 위협과 함께 우리나라는 곤란지경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논리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와 같은 주변부 자본주의국가들의 맹목적이고 무분별한 산업제일주의(박정희식 개발독재논리)로 나가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FTA체제가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깨달게 된다. 곧, 상공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제일주의는 인간을 죽이는 생각이지만, 농업을 위주로 한 식량자급주의는 인간을 살리는 생각이다. 때문에 한미FTA가 이명박 대통령에 의하여 발효되면, 우리 농민은 어찌 살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2011. 11.28,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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