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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9.28과 아직도 끊나지 않은 6.25전쟁

by anarchopists 2019. 12.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9/2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9·28 서울수복과 기억

오늘은 6·25전쟁 과정에서 1950년 6월 28일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수도 서울을 한국군과 유엔군이 같은 해 9월 28일 탈환한 날이다. 올해가 서울 수복을 한지 61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9·28 서울수복은 같은 달 15일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하면서 그동안 열세에 있던 한국군과 유엔군의 전세가 역전되기에 이르렀고, 이로써 서울탈환의 교두보가 확보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9·28 서울수복을 떠올리면서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의 전쟁사적 의미는 어떤 것인지를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었다.

지난 23일 필자가 속해 있는 연구소에서 6·25전쟁과 관련하여 인천상륙작전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역사적 사실에 관한 연구와 그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연구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지만, 본 학술세미나를 통해 아직도 그 전쟁의 상흔 속에 고통스러워하는 우리들의 선배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술연구자들은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학문적 연구의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 연구자들은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 제3자적 입장을 유지하려고 애를 쓴다. 이러한 노력은 전쟁의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무척이나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연구주제가 자신들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옆 주제일 경우 더욱 그러하다. 연구자들도 그러한 그들의 서운함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들의 활동을 주제로 선택하지 않은 것을 미안해하고, 현장에서 주제와 관련 없는 내용을 울분을 토하며 자신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전쟁 당사자들의 이야기도 묵묵히 들어주었다. 제한된 시간임에도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줄이면서 그네들의 이야기를 막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 속에서 더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주제를 더 많이 연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6·25전쟁을 통해 많은 이들이 국가를 희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들은 국가에 대해 서운한 감정들이 앙금처럼 남아 있을까? 분명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들의 목숨을 내놓았다. 전쟁시기 군인신분이었던 분들도 있고, 군인이 아니었지만 군인과 같이 전투에 참가했던 군번도 없던 학도병, 소년병 그리고 재일학도의용군 등 여러 방면의 참전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어디 이 전쟁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했던 분들이 이들만 이었겠는가? 이번 학술세미나에 참석했던 많은 분들의 이야기 가운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자료들을 기꺼이 제공하겠다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연구자들 입장에서 보면 자료제공이라는 말에 귀가 솔귓한다. 그런 자료는 이미 연구자들이 검토했거나 전혀 새로운 것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연구자에게 그보다 반가운 일은 없을 것이다.

현대사가 전공은 아니지만 재일학도의용군에 관한 문제는 연구자보다는 언론에서 먼저 관심을 가지고 접근했던 같다. 현대사를 전공한다는 것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기에 접근하기 쉬운 분야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단을 기록을 먼저 대상으로 하기에 재일학도의용군 문제는 접근 자체가 그리 쉬웠던 분야는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6·25전쟁을 주제로 하는 학술세미나 역시도 접근하기가 그렇게 녹녹하지는 않다. 61년이 경과한 전쟁이지만 아직도 이해의 당사자들의 생존하고 역사적 판단을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바로 이해의 당사자들이 생존한다는 것은 살아있는 기록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한 것이다. 구술이라는 방식으로 기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내용이 객관적이냐 아니냐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삶의 모습을 가감 없이 구술자의 입장에서 설사 주관적이라 할지라도 연구자들의 입장에서는 다양한 기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을 하지 않았지만 학문적 연구 훈련이 된 연구자와 경험을 바탕으로 삶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는 구술자의 만남은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 기록은 구술자가 생존해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고,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건강한 시간 안에서만 허락된다. 당신들이 이 세상을 떠나면 우리는 사초(史草)와 같은 소중한 기록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근현대사의 경우 당신들의 기억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2011. 9.27,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따온 것입니다
* 본문 내용을 함석헌평화포럼의 공식견해와 틀릴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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