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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패기 있는 젊은이가 보고싶다.

by anarchopists 2019. 12. 1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9/20 06:29]에 발행한 글입니다.


젊은이의 기백

17세기『독대설화(獨對說話)』는 1659년(효종10) 효종이 이조판서(吏曺判書)인 우암 송시열(1607∼1689)과 독대한 내용을 우암 스스로 기록한 필사본(筆寫本)이다. 효종은 봉림대군(鳳林大君) 시절 오랫동안 불모생활을 하였다. 효종은 왕으로 등극하자, 곧 친청(親淸) 세력을 몰아내고 척화론(斥和論)을 주장하는 송시열 등을 중용하여 북벌(北伐) 계획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그러나 급진적인 군비확장에 반발하여 안민책(安民策)을 내세우는 대다수 문신들과의 갈등이 일어났다.

이에 효종은 1659년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송시열과 독대를 하였고, 그로부터 2개월 후에 승하하였다. 왕조의 관례상 어떤 신하도 임금과의 독대가 허용되지 않았던 시대에 송시열이 이 금기를 깬 것은 당시는 물론 역사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그 자신에게도 책으로 기록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송시열은 『독대설화』에서 왕이 희정당(熙政堂)에서 소대(召對)하였다가 이판(吏判) 송시열만을 남기고 모두 물러가라고 한 뒤 왕 자신의 병이 깊다는 것과 북벌 계획 등을 털어놓으면서 청나라의 사정을 말하고, 후대의 왕을 도와 북벌을 꼭 성취시켜 달라고 부탁한 것 등을 기록하고 있다. 전통시대 독대는 어떠한 의미에서든 굉장한 파란을 일으키는 사건이었다. 때문에 가능한 한 이러한 독대를 피하고자 하였다.

며칠 전 신문에 20대 젊은이 한 명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오벌 오피스) 밖 테라스에 앉아있는 사진이 나왔다
. 두 사람은 양복 상의를 벗어둔 채 서로 마주 보고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테이블에는 각각 맥주 한 잔씩이 놓였고, 아무도 배석하지 않은 독대자리였다.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갖는지 알 수는 없지만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러한 독대자리가 마련된 경위나 맥주잔이 놓이게 된 연유에 대해 보도가 되었기 때문에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사진을 보면서 두 가지 다른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하나는 우리 현대사에서 나타나는 밀실정치 문제였다. 밀실정치의 관행은 우리정치에 있어 악습을 되풀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모습보다는 언제나 부정적인 모습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모습 이었다. 너무나 재미없는 그림이어서 머릿속에서 빨리 지워버리고 싶어진다.

또 다른 하나는 젊은이의 패기이다. 미군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상하는 다코타 마이어(23) 예비역 병장은 대통령에게 “대통령과 맥주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오바마 대통령도 이 같은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이번 자리가 성사되었다고 한다. 한편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이 마이어 병장과 전화통화를 하기 위해 기다려야 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마이어 예비역 병장은 퇴역 뒤 현재 자신의 고향인 미국 켄터키주(州)에서 건설 노동일을 하고 있는데, 백악관 참모들이 무공훈장 수여사실을 대통령이 직접 알린다는 사실을 말해주자 “일과 시간에는 자신의 일에만 집중해야 한다.”대통령의 전화를 점심때에만 받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접하면서 우리의 젊은이들을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 오래전 가르쳤던 학생이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물어보았다. 남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희귀성이 있는 경쟁력이 있는 직업을 이야기 한다. 선진국일수록 직업의 수가 많다고 하는데 대략 2만개 이상을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치는 않으나 1만개 정도를 이야기 하는 것 같다.

선진국형으로 가는 우리에게 직업은 날로 늘어난다는 이야기인데 그러한 직업을 만들어 내기 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직업군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하기 보다는 현실에서 좀 더 나은 것에 안주하는 경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젊은이들은 공부에 목숨을 걸고 있는데 그들이 원하는 것이 겨우 이런 모양이라면 우리 젊은이들은 너무나 패기가 없다. 물론 이런 패기를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 더 클 것이다.

대통령 전화도 자신의 일과 중에 받지 않고 쉬는 시간에 받겠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대통령과 맥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기세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자신의 생각보다는 부모의 생각이, 사회적인 생각이 우선시되기에 그런 패기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청춘의 패기를 우리는 기성세대의 잣대로 너무 재도록 만들고 있다. 공부는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생을 사는데 여유롭게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안되는 것인가? 그런 여유와 다양성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젊은이의 패기를 보고 싶다.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동아일보 기사에서 뽑은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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