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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욕, 이쯤 되면 막 가자는거지요

by anarchopists 2019. 12.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0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ALL KILL SALE 20%, 辱 그리고 .....

말의 사전적 의미는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 데 쓰는 음성 기호이다. 즉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목구멍을 통하여 조직적으로 나타내는 소리를 가리킨다. 말에 문자로 된 것까지를 흔히 언어라고 한다. 사람은 언어를 통하여 서로 생각·의지를 전달할 수 있고, 또 자기 자신의 의식을 형성한다. 언어와 의식은 서로 결합되어 있으며, 분리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언어의 발달은 또한 의식의 명확화·발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말이나 문자나 분명한 것은 사람의 의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그런 요소들을 우리는 일상에서 포기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런 포기가 어떠한 문제들을 야기 시키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최근 방송에서 욕과 관련하여 바른말 고운 말을 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공익광고를 본적이 있다. 늦은감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이러한 욕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몇 년 전 모 방송국에서 한글날 특집으로 ‘말의 힘’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듣지 못하는 밥풀조차도 영향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두개의 유리병에 쌀밥을 넣고 하나의 유리병에는 “고맙습니다” 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매일 긍적적이고 밝은 말만 들려주고, 또 하나의 유리병에는 “짜증나” 가 적힌 종이를 붙이고 부정적이고 신경질적인 말을 들려주었다. 4주가 지난 뒤 “고맙습니다” 병에 있던 쌀밥은 하얗고 뽀얀 곰팡이가 누룩냄새를 풍기는 반면 “짜증나” 병에 있던 쌀밥은 시커멓게 썩어 있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이밖에도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긍정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과 부정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의 차이가 얼마나 나는지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이런 비슷한 실험은 곳곳에서 이루어졌고 그 결과도 우리가 예측한 대로이다.

사실 이 프로그램이 반영된 것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긍정과 부정의 말 단계를 벗어나 일상화된 욕의 문제에까지 이르렀다. 욕에 관한 문제가 이제 처음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일상화되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일면 우리 사회의 모습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자신의 의사표시를 겨우 욕으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상의 모습에 한 숨이 절로 난다.

우리 아이들이 무심코 내뱉는 무수한 욕들, 차마 그 옆에 있기가 민망스러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누구를 탓할 것인가? 그 욕들 누구로부터 배웠는가? 태어나면서부터 사용한 욕이 아니라면 분명 기성세대로부터 배운 것이다. 어찌 보면 그네들은 학습은 잘 된 아이들이 아닌가? 그러니 어찌 그들을 나무랄 수 있는가. 물론 기성세대는 한 번도 그런 욕을 가르쳐 준적이 없다고 하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은 우리 사회 지천에 깔린 욕의 홍수 속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한 결과이다.

길거리, 인터넷에 최근 모 회사에서 세일과 관련한 첫 문구가 ALL KILL SALE 20%이다. 회사의 의도는 알겠지만 누가 했던 말처럼 막가자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회사의 입장이야 자신들의 의도를 강렬하게 표현한 것이다. 의도가 강렬하다고 해서 그것이 자신들의 뜻대로 인지될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하기야 이런 정도 문구가 되어야 현대인들이 귀를 기울릴 정도가 된 것이 아닌지. 막장의 모습은 이제 어디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위로는 정치판의 어른들부터 아래로는 어린 아이들까지 그 어느 누구도 이런 모습에 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막장 모습이 일상화 되었을까? 아마도 이러한 모습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 방송이지 않나 싶다. 드라마를 보아도 웬만한 단어들을 나열한 대사는 쉽게 시청자의 채널을 고정시키기가 쉽지 않다. 영화도 폭력과 관련이 있는 장면에 어김없이 욕이 난무한다. 그리고 흥행에 성공한다. 물론 방송심의위원회의 기능이 있어 이런 장면들은 관람등급을 정해 그네들의 접근을 차단한다고 하지만, 앙큼한 ‘눈 가리고 아웅’ 일 뿐이다. 말에는 그 사람의 의식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자. 그리고 잘못된 것들의 탓을 아이들에게 돌리지 말자. 그네들은 훌륭한 학습자일 뿐. 잘못은 우리네 기성세대들이 저질러 놓은 것이다.(2011. 11.8,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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