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선생님의 선생질, 그리고 선생놈의 도독질

by anarchopists 2019. 12. 1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1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선생님과 선생질

며칠 전 서울에서 열린 학술모임에 참석하였다. 여러 가지 발제가 있었는데 필자의 오감을 흥분시키는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발제는 오후 늦게까지 되었고, 서서히 피로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는데 갑자기 전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두 분의 선생님인 안산의 국사 담당 중학교 선생님과 증평의 국어 담당 선생님이 필자를 흥분케한 주인공이셨다. 그동안 우리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생각했던 우려를 한방에 날려 주었다. 최근 ‘도가니’라는 영화로 인해 모 청각장애인학교의 교장과 교사들의 청각장애아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성폭력과 학대의 실상이 드러났다. 특수학교이기는 하지만 선생님들의 위상이 추락한 추악한 일이다.

그런 저런 생각으로 선생님들에 대한 편견과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었는데, 그날의 발표를 통해 희망의 불씨들을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의 발표가 시작된지 5분이 지나지 않아 발표를 듣는 필자의 자세부터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사회의 교육의 문제는 비단 선생님들만의 책임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네들에게 많은 질책이 집중되고 있는 현실이다. 발표의 내용이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할 수 는 없지만 어쨌거나 두 분 선생님은 진정한 선생님이었다. 적어도 그 발표를 듣는 모든 분들의 표정에서 공감하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어줍짢게 필자에게 강제로 마이크가 전달되었다. 주최측에서 질문을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였다. 속으로 선생님 다운 선생님을 볼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감히 저렇듯 열심인 선생님에게 무슨 질문을 할 것인가? 그래도 마이크가 넘겨졌기에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선생님 발표 잘 들었습니다. 오랜만에 선생질을 잘하시는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고맙습니다”라는 요지의 말밖에 할 수 없었다. 말이라는 것이 입밖으로 나오면 수습하기가 어렵다. 학교에서 강의 할 때도 가끔은 긍정적인 의미로 ‘~질’이라는 말을 잘 하는 편이어서 자연스럽게 ‘선생질’이라는 말이 나와 버린 것이다. 순간 전후 설명 없이 나와 버린 말에 어찌할 줄 모르다. ‘선생질’이라는 말이 필자의 찬사라는 두루뭉술한 말과 함께 마이크를 넘겼다.

이러한 표현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지만 당사자나 제3자가 어찌 받아들일까하는 내심 걱정이 된 것이다. 해서 발표가 끝난 후 두 분 선생님께 다시금 찾아가 감히 ‘선생질’이라 해서 죄송했고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란다는 요지로 진정으로 고마운 선생님을 뵙게 되어 했던 말이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다시금 하고 말았다. 그 자리를 떠나면서 멋쩍은 것에 대한 불쾌감은 없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뿌듯함과 행복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런 감정은 함께 동행했던 다른 분도 똑같은 느낌을 표현하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발표에 따르면 “넌 잘 할 수 있어” 라는 말이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듣고 싶은 최고의 칭찬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5월 26일 ‘학생 언어문화 개선 선포식’에 앞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서울고등학교 학생(전교생 1,901명 중 814명 참여)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선생님에게 듣고 싶은 최고의 칭찬은 조사 결과 1위는 382표를 얻은 “넌 잘 할 수 있어”, 2위는 “널 믿는다(215표)”였고 3위 “넌 최고야(89표)”, 4위 “참 착하구나(84표)”, 5위 “널 사랑한다(44표)” 순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오감을 흥분한 것에는 바로 위와 같은 통계치가 아니더라도 그 모든 내용이 발제하시는 선생님의 발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학생들을 점수따는 기계로 보지 않고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을 감안한 학습법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왜 이런 선생님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너무 언론이나 방송에서 나쁜 선생님들의 모습만이 부각되어 일까? 어찌 보면 교육자로서 당연한 선생님의 모습을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선생님으로 인해 상큼한 하루를 마무리 한 것이다.(2011.10.10,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