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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석률 선생 칼럼

6.10항쟁, 그 기조정신은 어디에?

by anarchopists 2019. 11. 14.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6/11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6.10 항쟁 25주년을 맞아,
더도 덜도 아닌 항쟁의 기조 정신은 어디에?

남북의 대치 상태를 허물고 남북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남북관계발전기본법이 있다. 남북 사이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특수관계다.

남북 사이의 교류와 협력은 남북사이의 화해를 전제로 한다. 남북 사이의 화해와 협력 불가침에 대해 남북 사이의 협약이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1. 12. 13일 남북 양 당국의 합의로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확인하고 이를 계승 발전시키기는 방법으로 남북관계를 규정한 합의서이다.

7.4공동성명은 박정희 정권이 유신체제라고 선포하기 전에 북에 가서 맺은 협약이고, 남북기본합의서는 노태우 정권이 북에 가서 맺고 남북이 동시 발표한 협약이다. 이전에 총리를 지낸 한 정치인이 최근 북한인권법에 관한 견해를 인터뷰 도중 대답하는 자리에서 북한 인권을 운운할 관계가 아니라는 뜻으로 국제사회에서 대외적으로 유엔에 가입해 있는 북에 대해 "외국"에 대한 경우처럼 인권 문제에 개입은 있을 수 없는 결례라고 말했다.

이것을 두고 적절치 못하다며 고의적으로 의미를 곡해하는 수구적 해석을 경계한다. 남북 사이에 관계가 화해와 협력, 불가침을 견지하고 나아가 평화통일의 관문을 열어젖히고 나가자면 남북 사이는 우선 적대와 대치 상태의 대결정책을 종식시키는 것이 그 첫 출발점이다

휴전선에서 대북 비난방송, 대남 비방 방송을 하지 말자고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약속했다.

'남과 북은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
'남과 북은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한다'(제2조)
남과 북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 중상을 하지 아니한다'(제3조)
'남과 북은 상대방을 파괴 전복하려는 일체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제4조)

라고 합의서라는 이름으로 민족 앞에 그 실행을 약속했다. 실제 실천으로 이행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휴전선에서 대북 비난방송이 중지된 것이 노무현 정권 때이다. 이 약속을 위배하여 남쪽의 최북방에서 비난 방송과 비난 행동이 되풀이돼 남북관계를 대결상태로 몰고 간 것은 누구나 보다 싶이 이명박 정권이 시대역행을 서슴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 남북기본합의서를 휴지화하고 또 다른 남북합의서를 만들자고 하자면 역대 정권이 맺은 협약의 기본 정신을 후퇴시키는 것이다.

2010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대북 최북방의 봉우리에 뉴라이트들이 쫒아가서 떠들고2011년에도 또 하려 했는데 남북 사이의 비방은 한번 터지면 되풀이돼 적대감을 가장 민감하게 불러낸다. 수십 년만에 중단된 것이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면 6.10항쟁의 바닥에 흐르는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

남북 사이에 왕래가 실현되려고 했던 철길을 막아버린 것도 이명박 정권의 시대역행적 정책 탓이다.
여기에다가 대결을 더욱 부추기로 하자면 상대방의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아니하기로 한다는 기본합의서의 정신은 파탄되고 만다.

남북 사이의 도로 막혀 있는 철길을 되살려 내는데도 6.10. 25주년을 맞이하는 새로운 다짐이 필요하다. 정치적으로 말하자면 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듯 남과 북 사이에 내부문제에 간섭하지 않는 다는 것도 견지해야 할 기본선의 하나이다. 그런 취지에서 내부문제를 내정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그 하나만을 가지고 대한민국 헌법의. '대한민국의 영토를 규정한 조항'을 들이대며 비난을 퍼붓고 소동을 일으키자고 하면, 국민 모두가 좋아할 것인가?

남북기본합의서와 6.15공동선언, 10.4공동성명의 합의시 서명주체로서 쌍방이 서로 남과 북, 북과 남을 대표해 대한민국 총리,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정무원총리 또는 대한민국 대통령,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이렇게 서명자를 명기했다는 것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몰역사적 잣대를 들이대서 서명한 대통령들을 걸고넘어지겠다는 것인가?

남과 북 사이는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보아야 한다. 대등한 입장에서 화해와 협력을 진전시키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전쟁위협 속에서 대결을 되풀이해 온 지난 반세기를 청산하고 공고한 평화체제로 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다짐하자!

6월 항쟁 25주년을 맞이해 7.4공동선언 이래 역대 정권이 남북관계사에서 발전시켜 온 기조정신을 이만하면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는가? 휴전협정 당사자로 대한민국이 서명하기를 거부한 이승만식 냉전사고가 과연 합리적이고 그 결과 당연한 당사자에서 제외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는 말인가?

남북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켜 이 땅에 공고한 평화를 실현하자면 우선 대결과 적대를 부추기는 일체의 행위를 남과 북이 중단하고 그 반대로 화해, 협력의 기조로 돌아서 나가야 한다.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최장의 분단국가로서 남아 있는 절벽을 허물고 민족이 공생, 번영해 나갈 수 있는 길은 이미 남과 북 사이에 맺어 온 합의서와 공동성명, 공동선언들에서 충분하게 규정돼 있다.

북이라는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 상 남과 북은 서로를 외면해서는 안되는 규정성성을 갖고 있다. 시대 역행적 정책을 마다 않는 정권이라 할지라도 이전 보수정권들이 심사숙고, 백년대계를 위해 민족 앞에 약속한 협약에 흐르고 있는 기조와 기본정신을 뒤집어 보려는 우(愚)를 더 이상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보수논객들도 무엇이 진정한 보수인지 과거 독재하의 보수정권들이 맺어 둔 협약서의 정신을 다시금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6.10 25주년을 맞이하여, 6.10항쟁의 정신을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되물어보자.

독재로 회귀하거나 역사를 퇴행시키거나 하는 자가당착을 되풀이 않는 것이 6.10항쟁을 기념하는 기본정신의 초보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강조해 두고자 한다. 그렇지 않다면 더도 덜도 없는 국가적 항쟁기념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2012. 6.10, 박석률)

박석률 선생님은

▲ 박석률님
박석률 선생님은 74년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되어 옥살이를 했다. 석방 이후에는 한국진보연대를 통한 민주화운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공동대표 등을 통한 민족통일운동을 계속해 오다가 지금은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사월혁명회,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에서 민족, 민주, 통일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생명평화경제만민포럼" 대표이다. 저서로는 한반도의 당면 과제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펴낸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백산서당, 2003)과 <자주와 평화 누가 위협하는가> (풀무 2002), <씨알의 희망과 분노>(공저, 동연, 2012)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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