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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석률 선생 칼럼

대선 공약,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by anarchopists 2019. 11. 1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11/17 10:24]에 발행한 글입니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 약속,
더 많은 국민들의 의견 수렴할 필요 있다.


작금 대선 후보들의 공약, 약속 발표가 풍성하다. 국민들의 판단과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공약, 약속 발표는 반가운 일이다. 안후보는 7대 비전, 25개 정책과제별 공약을 '안철수의 약속' 이라 발표했고, 문후보는 5대 문, 24개 부문별 실천 공약을 제시, 발표했다. 두 후보 진영에서 공통된 사항을 우선 합의 실천에 들어 가기로 하고, 단일화 룰 논의에 들어선다는 것 모두 반가운 일이다.

시민사회진영에서는 나름 토론의 장을 마련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집약해서 대표적인 제안을 제시하겠다는 것도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으니 지난 2007년 선거 때와는 사뭇 다른 고무적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 중에서 주축을 이루는 것은 아무래도 후보 진영에서 내놓는 약속, 실천방도 등을 담은 공약들이다.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대선 후보가 공약한 것이라 해서 그 이후 적절한 국민적 의견 수렴 과정 없이 밀어붙이기로 강행된 사례들도 있어 국민의 눈높이 입장에서는 이른바 전문가들의 의견을 주로 해서 발표되는 공약들에 대해 의견이 다른 부분이 잘 수렴되기를 바라고 싶다.

대선 후보가 4대강에 대한 공약을 했다고 해서, 집권 이후 국책사업화 해버리는 과정에 국민적 의견의 찬반 논의가 분출된 적이 있고, 현재도 찬반 논의는 갈리고 있다. 집권 세력이 어느 한 부분 세력의 이익과 필요를 위해 공약했다는 이유로 전체 국민들의 토론, 의사수렴과정을 생략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많은 국민들의 경험상 바램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이라 해서, 학계 인사들의 의견이 주로 많이 들어가는데, 학게인사들의 정리에 앞서 누구보다도 현장에 밀착한 활동가들과 주민들의 의견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전제해야 하는데.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들이 더러는 졸속으로 성안돼 발표된 경우들이 있어 국민적 이해관계에 상충될 수 있는 문제점들도 있다. 이점은 좀더 성찰적 접근이 필요하다.

-국회의원 숫자를 줄인다고 하는 공약안이 있다.

가뜩이나 인구수가 감소돼 군 단위가 여러 곳 합쳐야 선거인수를 충족시키는 농촌 지역에 대해서 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말한다면 대표성을 가지는 국회의원 수가 줄어들수록 심란해지기 마련이다. 헌법기관에 대한 제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국회의원은 200인 이상으로 한다. 헌법조항이다. 헌법은 경제민주화도 말하고 있고, 지역 균형 발전도 말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단순히 통치비용으로 간주될 사항이 아니다.

통치비용을 줄인다면, 과거 정권 시절부터 여기 저기 분산돼 숨겨져 집행되고 있는 권력기관 중, 예를 들면 국정원예산 같은 것을 보다 면밀하게 편성할 필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미국의 요구대로 증액되는 신형 무기 구입액이 애당초 약속이나 합의한 것들보다 최근 2배가량 갑자기 증액되는 데도 국민적 의견 수렴 없이 좇아가고 있는 부분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비용지출을 적절하게 한다거나, 공적자금의 배정이 편파적으로 기우는 경우의 시정 방도를 검토하는 등 통치 비용 등을 줄일 분야는 얼마든지 많다.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 수를 줄이면, 3권 분립의 취지에 맞게 비대한 행정부등 권력기구에 대한 통제나, 제와 감시기능의 역할이 더 약화될 우려도 있는 것이다.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수렴에 필요한 활동을 보장받아야 하고 또 이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되어야 특정세력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식의 보수 양당제하에서는 중앙당이라고 따로 기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양당 원내총무가 정당을 대표하고, 이해관계 세력들이 필요한 법안을 의회에 요구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와 달리 로비스트들의 활동이 정당을 대신할 만큼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오래 전부터라고 듣고 있다. 정당의 중앙당을 축소하면, 지구당 조직이 당원 협의회 수준으로 축소돼 있는 실정에서, 국민들은 어디를 찾아가야 할까?

국민들이 미국식 제도 하에서처럼 로비스트에 의존하는 구조 하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방도가 더 맞을까?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어야, 비대해진 관료기구 하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통로가 열리는 것이다. 시민사회 진영이 좋은 안을 많이 갖고 이를 관철시키려고 할 때, 입법화의 과정을 밟아야 하는 데 정당의 중앙당이라도 문이 열려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좀 더 많은 토론과 의견 수렴이 필요한 사안 들이다.

후보의 공약이라 해서 한 사회가 다른 나라 사회와 달리 독특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역사와 현실과는 상관없이 그냥 이상적인 제안을 내놓고 공론화 없이 공약이라고 넘어가지를 말기 바라는 심정들이 상당히 깔려 있다는 점도 후보들 진영에서는 알아야 한다.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려고 한다면,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여대 야소가 돼 있는 상황에서 야권 후보가 "작은 정부,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정부' 같은 것을 내 놓을 상황은 아니다.

다수 소외된 약자들의 일자리와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이 필요한 것이고, 재벌과 대기업과 부자들이 증세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해 이명박 정부 같은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기를 바란다.

다수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고 신장시켜 내기 위해서는 집권 시 정부 역할을 높여야 하는 것이지, 행여 작은 정부로 가서는 힘이 없는 정부가 약자들을 위해 일할 수 있겠는가? 자칫 노무현 정부의 전철을 밟아 권력이 해체돼 버릴 수 있는 상황에 몰리지 않도록 하는 정부역할에 대한 인식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국민들은 후보들이 공약으로 약속하고 표를 호소하는 대상이 아니다. 국민들로부터 권력이 나온다는 말은 헌법규정일뿐만 아니라 민주정치의 근간을 이루는 주권의 소유자가 국민들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고, 따라서 국민들은 주권자인 주인답게 살고 권리를 행사해야 할 주체라는 점을 항시 명념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주권자인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의 집권세력-위임받고자 하는 집권세력이 되고자 하는 후보들이 명념해야 할 알파요 오메가인 것이다. 근일 들리는 반가운 소식에 답을 다 보낼만한 자리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으나, 후보 진영끼리의 합의만으로 국민적 합의를 대신한다고 간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수 십 년간 계속 소외돼 오고 있는 농촌, 비정규직, 사회적 약자들, 소수파 정당들의 의견 수렴까지 다 거쳐야 국민적 공론화의 과정을 밟았다고 할 수 있다.

후보 진영의 전문가들이나 돕는 사람들도 민주적 정치세력의 공론화의 결과 민주정부가 출범하게 된다는 점에 혹여 안일한 생각을 한 점이 있다면 보다 성찰적 자세로 임해주기를 당부하고자 한다. (박석률, 2012. 11.15)

박석률 선생님은

▲ 박석률님
박석률 선생님은 74년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되어 옥살이를 했다. 석방 이후에는 한국진보연대를 통한 민주화운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공동대표 등을 통한 민족통일운동을 계속해 오다가 지금은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사월혁명회,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에서 민족, 민주, 통일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생명평화경제만민포럼" 대표이다. 저서로는 한반도의 당면 과제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펴낸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백산서당, 2003)과 <자주와 평화 누가 위협하는가> (풀무 2002), <씨알의 희망과 분노>(공저, 동연, 2012)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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