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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박석률 선생 칼럼

정치인들, 민생절박을 해결하라.

by anarchopists 2019. 11.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12/26 07:27]에 발행한 글입니다.

민생절박(民生切迫)에 안 나선다면,
새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또 다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새 아침을 맞이하는 기분이 아니라고들 한다. 또 다시 노동자가 하늘로 떠났다. 사흘째 날마다 이어지는 소식이다. 절망한 비정규직 해고노동자가 그만 목숨을 버렸다는 보도가 우리 이웃의 소식이라고 생각해 보자.

민주당이 다음 대선에서 단독 집권은 어려우니 야권재편이 시급하다는 학자들의 토론지적이 있다. 학계의 유명 인사들이 여론을 만드는 병폐가 여기에 있다. 민심은 세상을 떠나는 노동자가 더 이상 남의 얘기처럼 홀대되지 않기를 바라는데 자리하고 있다.

정치는 자유로운 사람들에게 평등을 나누어주기 위할 때 기능을 한다. 작년 한 해 동안 민생 절박이 온 나라를 뒤덮었다. 보편적 복지로 가야한다는 논의가 한축을 이루었다. 그랬더니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한다고 새누리당(박근혜당=한나라당)이 들고 나왔다. 맞춤형 복지로는 부족하다. 그랬더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여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왔다.

“경제민주화가 절실하다”는 야단법석은 새누리당에 들어간 김종인한테서 시작되었다. 경제민주화가 온통 대안인 듯 시끌벅적하다.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는 민생절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말이다. 이번 선거에서 50-60세대가 변했다고 아우성치는 분석들이 있다. 그러나 50-60세대에게 야권연대에서 민생절박에 답하는 메시지만이라도 계속 그들에게 전달되었다면 선거의 흐름이 바뀔 리가 없었다.

야권연대의 실패요인은 ‘새정치’ 구호였다. 이것이 ‘경제개혁’을 뒷전으로 모는 것처럼 유권자에게 인식되고 왜곡 전달되었다. 선거전략을 운영하는 참모 측에서 왜 이러한 전략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까. 오로지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고 보았나. 이번 대선에서 민중들의 의지는 오로지 이명박의 “민생파탄을 끝장내자”는 데 있음을 감지 못했는가. 야권연대의 새정치를 위한 후보단일화 전략은 결국 민생파탄을 끝장내려는 민중의 의지를 외면한 셈이 되었다. 그렇게 선거전략이 왜곡되는 시점에서 생계절박을 날마다 감내해야 하는 이 나라 위아래 모든 세대층의 반격과 반발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대선 끝나고 며칠이나 되었는가? 전문가, 학자, 장치인들이 야권의 정계개편을 화두로 꺼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이 땅의 굶주림과 극단적 자살에 직면해 있는 서민대중들의 아픔을 모른다. 그들이 직접 배고픔과 절박한 삶의 쫓김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러니 정계개편을 한다고 해도 민생절박과는 거리가 먼 정계개편으로 끝나고 말 게 뻔하다.

각 정당, 정파는 굶주림과 자살, 고독에 직면해 있는 절망노인, 비정규직, 영세영업자, 실업자등 인구의 절반에 이르는 힘없는 대중들의 아픔을 종식시키기 위해 앞장서라. 이 추위에 수십 미터 위 고공철탑에서 농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민생절박의 상징적 예 아닌가?

당선인, 정부와 집권당은 사람목숨부터 살려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저들을 끌어안으라. 그리고 저들의 처절한 삶의 욕구가 무엇인지 귀담아 들어라. 야권도 저들의 아픔을 내 몸처럼 느끼고 연대하라. 정권교체를 위한 야권연대다, 국민연대다 하는 것이 모두 이런 민생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이지 않는가. 새 정치라는 게 뭔가, 민생경제 빼고 또 따로 있는가.

인적쇄신을 통한 새 정치를 한다면서 민생절박을 뒷전에 둔다면 그것은 쇠귀에 경 읽기다. 새 정치라고 한다면, 적어도 민생경제, 생활경제가 우선 되어야 한다. 만약 생활경제나 민생경제를 모르쇠하고 새 정치를 구상한다면 기득권 중심의 수구적 정치세력의 작태와 무엇이 다를 바 있겠는가.

애타게 호소한다. 애타게 연대를 호소한다. 또 한명의 노동자가 하늘로 갔다. 이런 흉보가 안 들리도록 끝장내자! 모든 정치세력들이 나서서, 민생을 위해 나서서 연대하고 연합하고 그런 성과 위에서 새 정치를 위한 정계개편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 순리 아니겠는가.(2012.12.25., 박석률)

박석률 선생님은

▲ 박석률님
박석률 선생님은 74년 민청학련사건에 관련되어 옥살이를 했다. 석방 이후에는 한국진보연대를 통한 민주화운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공동대표 등을 통한 민족통일운동을 계속해 오다가 지금은 민주화운동정신계승 국민연대, 사월혁명회,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에서 민족, 민주, 통일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 "생명평화경제만민포럼" 대표이다. 저서로는 한반도의 당면 과제인 북핵문제와 관련해 펴낸 <자주와 평화, 개혁으로 일어서는 땅>(백산서당, 2003)과 <자주와 평화 누가 위협하는가> (풀무 2002), <씨알의 희망과 분노>(공저, 동연, 2012)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뉴시스(2007 10.9일자)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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