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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일요 시론, 시평

5.16쿠데타와 박정희, 그리고 박근혜

by anarchopists 2019. 12.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5/15 06:50]에 발행한 글입니다.


5.16쿠데타와 박정희, 그리고 박근혜

최근(5.13)에 경향신문에 재미있는 기사가 나왔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12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이다. 내용 중에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 순위가 있었다. 박정희(57.5%, 1위),
노무현(47.4%), 김대중(39.3%), 전두환(22.0%), 이명박 (16.1%), 이승만(14.2%), 김영삼(7.9 %), 노태우(3.1 %) 순이었다.
그리고 전ㆍ현직 대통령 중 가장 호감 가는 인물로, 박정희가 1위(31.9%), 노무현이 2위(30.3%), 김대중이 3위(19.8%), 그리고 이명박은 꼴찌였다(7.6%) 게다가 “다시 뽑지 않겠다.”라는 설문에서 이명박 현직 대통령을 최고로 선정했다(72.2%) 깨소금 같이 고소하고 재미있는 여론조사 결과이다. 이명박을 꼴찌로 친 것은 아마도 4대강 개발로 ‘미래 경제자원’(식량에너지)을 파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정희를 1순위로 친 것은 아직도 이 나라에 “박정희=5.16혁명의 주역=경제성장의 주역=민족중흥의 주역”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나보다. 바꾸어 말하면, 아직도 “쓰레기통에서 먹을거리를 찾고 싶은” ‘거지떼’ 같은 사람들이 많나보다. 하여 오늘은 박정희와 5.16쿠데타(1961)를 연관하여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그러면, 먼저 혁명과 쿠데타 개념이 어떻게 다른지 간단하게 살펴보자. 역사해석으로 볼 때, 쿠데타는 지배층 내부의 권력쟁탈(權力爭奪)의 성격이 짙고, 혁명은 민중기의(民衆起義)의 성격이 짙다. 곧, 쿠데타는 민중의 이익과 무관하고, 혁명은 민중의 이익에 가깝다. 쿠데타의 개념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쿠데타라는 말은 영어의 ‘stroke of state’ ‘blow of state’(국가에 대한 일격 또는 강타)에 해당하지만, 프랑스어인 쿠데타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 전형적인 예가 프랑스적 기원을 가지기 때문이다. 쿠데타는 은밀하게 계획되어 기습적으로 감행되는 것이 보통이고, 반대파의 체포ㆍ탄압, 정부요인의 불법납치ㆍ감금ㆍ암살, 군사력의 강압 등을 배경으로 하거나, 의회를 강점하고 주요정부기관이나 언론기관을 탈취ㆍ점령하는 등 갖가지 방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그리고 강대국이 약소국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괴뢰정부를 수립하고자 할 때도 사용된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부정적 기능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혁명은 즉 역사발전에 따라 기존 사회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이제까지 국가권력을 장악하였던 계층에 대신하여, 피지배계층이 그 권력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 권력교체의 형식으로 지배층의 입장에서는 피지배층의 권력탈취를 비합법적으로 해석할지 몰라도 피지배층 입장에서는 민중기의를 통한 합법적 권력장악 수단이 된다. 따라서 역사에 긍정적 기능을 갖는 경우가 많다. 그 예가 근대국가에서 성공한 4개의 혁명, 즉 영국의 청교도혁명, 미국의 독립혁명, 프랑스혁명, 러시아의 공산주의혁명 등이다. 이렇게 본다면, 5.16은 분명 혁명이 아닌 쿠데타(권력에 야망을 가진 자에 의한 권력찬탈)가 된다.

함석헌은 5.16쿠데타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군인이 정치에 주둥이를 내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일찍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이것은 상식이다. 천하의 통칙이다. 정치의 철칙이다 인류 전체가 여러 천 년을 두고 많은 쓰라린 체험을 통해서 얻은 지혜다”(《함석헌저작집》 4권, <5.16은 와서는 아니 되는 것>, 239~41쪽, 이하 저작집)라고. 함석헌은 분명 “5.16은 잘못된 군인들의 잘못된 정치행위”로 보았다.

그러면 이제, 글쓴이의 입장에서 5.16을 정리해 보자. 5.16쿠데타는 분명 우리 역사에 와서는 안 될 일제강점기 친일로 먹고 살았던 못된 군인들이 저질은 정치권력의 도적질이었던 것만은 사실이다. 5.16쿠데타로, 우리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후퇴(인민이 선택권과 저항권조차 없게 만들었던), 자유주의의 후퇴(인권을 한없이 유린한), 영토통일의 지연, 민족분단의 고착화(7.4남북공동성명 등 기만적 통일정책 등)가 왔다. 또 위로부터의 유교자본주의(강제된 국가자본주의) 도입으로 정경유착, 자본집중, 빈부격차의 심화, 양극화사회로 추락 등 부패 자본주의가 만연하게 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인격을 갖추고 교양(윤리적 가치를 지닌)을 지닌 사람다운 사람이 푸대접 받고 비교육적이고 물질만능의 천박한 재능들이 능력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대접받는 사회가 되었다. 이 삐뚤어진 경제제일주의, 능력최고주의, 일등우월주의 인식을 심어준 발단이 5.16쿠데타다. 그렇다면, 이러한 잘못되고 비틀어진 사회의 원초를 만들어낸 5.16쿠데타의 주역이 누구인가. 바로 박정희가 아니던가. 그런 사람을 이 나라의 인민들이 다시 뽑고 싶은 대통령으로 각인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이 나라에 넝마주이를 떠올리는 무지렁이들이 많다는 말이 된다. 또 이 나라를 부패하고 타락한 사회로 만든 장본인의 딸이 대통령이 되겠다고 설레발을 떨고 있다면, 이거 또한 이 나라의 구성원인 인민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처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2011. 5.15 아침, 취래원 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뉴시스, 인터넷 네이버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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