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4.19혁명과 지식인, 그리고 강정마을

by anarchopists 2019. 1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19 07:05]에 발행한 글입니다.


4.19혁명과 지식인, 그리고 강정마을


[함석헌 말씀]
4.19의 의미는 단 한마디로 민중에 있습니다. 4.19가 성공한 것도 민중이 일어났던 것인 만큼 성공한 것이요. 실패에 그친 것도 민중이 주저앉고 말았던 것인 만큼 실패했습니다. 4.19를 그 역사적 의미에서 흔히 3.1운동에 견주지만 그 까닭은 오로지 대중의 운동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 운동은 경무대(지금 청와대) 앞에서 바친 젊은 혼들의 희생으로 끝나지 말고 조지기 있는 대중의 각성운동으로 자라났어야 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아깝게도 낙제했습니다. 그 책임은 아마도 지식인이 져야 할 것입니다. 힘은 대중에 있지만 그 대중으로 하여금 스스로의 속에 있는 힘을 깨닫게 하는 것은, 대중이라는 폭탄의 뇌관을 때려주는 것은 지식인입니다
.(함석헌저작집 1, 한길사, 2009, 207쪽)

[오늘의 실천]
오늘 4.19는 이승만 독재권력을 학생시민의 손으로 물리치고 민주주의의 초석을 놓은 날이다. 그러나 아깝게도 박정희가 괴수(魁首)가 된 5.16이라는 악마가 난데없이 나타나 이 나라 민주주의 초석을 뽑아버렸다. 그 후 이 나라는 고난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었다. 많은 인재들이 인생의 도중(途中)에서 죽어야 했다, 감옥에서 영어의 몸이 되어야 했다. 생계를 잃고 길거리에서 헤매야 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이 빨갱이, 역적, 반역자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정신적 고통 속에서 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올곧은 민중들이 고난과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것은 4.19시민학생혁명이 성공적으로 완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4.19혁명을 성공시키지 못한 표면적 이유는 5.16쿠데타이지만, 5.16쿠데타를 막지 못한 것은 지식인의 나약함 때문이다. 학생시민들이 몸을 던지고 피를 흘려 몰아낸 독재를 한낱 친일파 군바리가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는데도 당시 대학교수들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군부반공독재와 친일·친미의 자발적 식민지국가가 되었다. 그리고 이승만 독재보다 더 나쁜 폭력독재의 독버섯이 돋아났다.

이 모두가 당시 지식인의 나약함 때문이다. 지금 대학 안에는 거짓 지식인들이 우글거리고 있다. 바르고 올곧은 교수들이 몇 이던가. 연구와 사회발전을 위해 공부하는 교수가 몇 이던가. 바른 학문과 품성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가 몇이던가. 지금은 교수 같지 않은 교수들이 우굴 거리는 데가 대학이라는 울타리다, 상아탑이 아니다. 사회의 부조리와 부정에 대하여 분노할 줄 아는 지식인 교수가 없다. 사회비리에 함께 놀아나기를 꿈꾸는 교수들만 우굴 거린다. 합법을 가장한 국가폭력에 민중과 학생이 피해를 입고 피를 흘려도 이에 대하여 항의하는 교수가 없다.

제주 강정마을에서는 지금 학생들이 국가의 부당한 처사와 군사주권을 팔아먹는 행위(?)에 맞서고 있다. 그리고 경찰의 곤봉에 맞고 피를 흘리고 있다. 그들이 그와 같이 국가폭력에 매를 맞으면서 제주강정마을을 지키려 한다. 그것은 한마디로, 미래 제주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다. 지금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은 자칫 동북아시아의 재앙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교수들이 뭘 하고 있는 겐가. 자기네 학교 학생들이 경찰에 맞고 있다면 가서 구해와야지 그리고 대신 매를 맞던지, 국가에 항의해야 옳지 않은가.

1970년대 우리가 대학을 다닐 때는 날마다 박정희 독재권력에 맞선 데모로 날을 세웠다. 그때 학생들 데모대 앞에 선 것은 교수들이었다. 교수들은 경찰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 이 대학 교수요. 학생들을 팰려면 나를 먼저 패시오” 우레 같은 박수를 치며 교수와 함께 학생데모대는 정문을 열고 당당하게 길거리를 행진하였다. 이게 대학의 낭만이요, 자유였다. 바로 그 대학의 낭만과 자유는 교수들이 만들어주었다. 지금도 학생들에게 낭만과 자유를 주는 교수가 있는가.



민중은 나라 안에 있다. 그런데 그 나라가 폭력을 휘두르면 그것은 국가주의가 되고 국가가 합법을 가장하여 권력을 휘두르면 그것은 국가폭력에 해당된다. 국가폭력은 나쁘다. 악이다. 나쁜 것을 보고 그것이 나쁘다는 자각의 힘을 대중에게 불어넣어주는 힘은 지식인에 있다.

국가폭력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대중의 힘이다. 우리는 그것은 3.1운동에서 보았다. 4.19에서 보았다. 5.18에서 보았다. 6.10항쟁에서 보았다. 이명박권력 이후, 우리는 국가의 잘못된 4대강 파괴, 고향의 강 파괴(국가는 이를 개발이라는 말로 합법화 한다)를 막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 국가는 다시 제주의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만들어 동북아에 전쟁의 먹구름을 만들려 한다. 이를 막아야 할 힘은 민중에 있지만, 그 힘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에너지는 지식인인 만든다.

함석헌은 일찍이 고함을 쳤다. “힘은 민중(학생)에 있지만 그 힘을 깨닫게 하는 것은 지식인”이라고. 지식인들이여, 대학교수들이여, 이제 그대들이 나서서 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막아야 할 때가 아니던가.(2012. 4.19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