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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환경

[4대강 연재] 4대강은 생태계를 파괴한다.

by anarchopists 2020. 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3/26 07:27]에 발행한 글입니다.

[제7강]


3. 생태계의 필연적 악영향

무주구천동 계곡은 반딧불이로 유명했지만 해마다 ‘반딧불이 축제’를 벌이는 것과 관계없이 이제 그곳에서 반딧불이는 보기 어렵다. 굳이 무주구천동까지 이야기할 것도 없다. 가까운 경기도 일원의 계곡, 하다못해 도봉산에도 흔했던 반딧불이는 이제 보았다는 자체로 이야깃거리가 될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계곡이 오염되었기 때문이지만 그보다 반딧불이의 주요 먹이동물인 다슬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맑고 차가운 계곡의 바위 위에 달라붙은 모습으로 주로 볼 수 있는 다슬기는 바위 위의 부착조류, 다시 말해 물이끼를 주로 갉아먹는다. 맑은 물 아래 투명하게 보이는 바위나 자갈은 얇은 물이끼에 덮여 있는데, 물이끼는 맨발로 밟아도 미끄러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돌이나 바위에 부착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계곡이 오염되기 전까지에 한한다. 계곡에 흙탕이 들어와 물이끼의 탄소동화작용을 방해해 죽이고, 결국 물이끼의 뿌리를 바위에서 떨어지게 만들면 다슬기는 계곡을 떠날 수밖에 없다. 또 다슬기가 없는 계곡에서 우리는 더 이상은 반딧불이를 볼 수 없게 된다. 무주구천동 계곡 위에 무주리조트가 있다. 무주리조트 공사로 계곡에 흙탕물이 스며든 이후 축제를 위해 지방자치단체는 반딧불이를 인공적으로 증식해야 한다.

준설이 전체 공정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4대강 사업’은 이미 드러난 사태를 미루어보아도 강 본류에 걷잡기 어려운 흙탕물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탁도를 높여 수생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지천에서 급류를 타고 들어오는 낙엽이나 나뭇가지들이 보에 고여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메탄은 수질을 오염시킬 것이며, 지구온난화를 그만큼 촉진시킬 것이다. 식물플랑크톤에서 시작되는 하천 생태계에 치명적인 피해를 일으킬 수밖에 없고 공사가 종료된 이후에도 공사 이전과 완연히 다른 생태환경이 연출될 것이므로 분포하는 생물종의 종류와 밀도가 전과 다르게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고인 물에 들어와 토종 민물고기를 섬멸하며 번지는 배스와 블루길이 그런 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생물만이 생태계의 외래종은 아니다. 원래 존재하지 않았던 생물이 기존 생태계의 안정을 교란하며 퍼질 때에도 같은 영향을 일으킨다. 하천의 모래와 자갈의 준설은 그 환경에서 오래 적응돼 살아오는 생물종들의 생태계를 근원적으로 교란한다. 그 이후 발생할 생태적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부의 장담처럼 고유종이나 보호대상종의 유지 보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아무리 겉보기 완벽한 대체서식지를 만든다고 해도, 애초의 생물종이 유지되거나 보존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생태계는 그물망처럼 관계하는 환경이 두루 보전될 때 비로소 보존될 수 있는 까닭이다. 모래와 자갈을 준설하고 암반을 들어내며 물길을 차단하거나 돌리면서 주위에 철근시멘트콘크리트로 싸 바르는 토목공사 위주의 ‘4대강 사업’은 돌이킬 수없는 생태적 재해로 이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사후 영향평가와 생태계 모니터링이 아무리 완벽하게 진행해도 사업 이전의 생태계는 복원될 가능성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박진섭도 지적하고 있듯, 보가 강물의 흐름을 급작스럽게 막거나 심하게 정체시키면서 발생하는 부유물질은 먹이사슬의 저변부터 교란할 뿐 아니라 시야를 흐리게 만들어 물고기가 먹이를 구하기 어렵게 한다. 자갈과 모래를 잃거나 오염된 하천에서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 이어서 옆새우와 각종 수서곤충이 차례로 그 수와 종류를 줄일 수밖에 없게 되어 먹이와 산란 터를 잃은 물고기는 급격히 자취를 감추고 말 것이다. 정부는 모래와 자갈에 알을 낳고 그 주변에서 먹이를 찾는 담수어류의 보존을 위해 대체서식지와 산란장을 마련해 주겠다고 선심 쓰듯 말하지만 그 규모와 시기와 방식보다 하천 생태계와 그 구조와 기능에 대한 체계적이며 종합적이고 조사도 없는 토목적인 기술로 어떻게 대체서식지가 보존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오염되기 전보다 좋은 서식지를 만들어주겠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하는데, 생물종에서 가장 좋은 생태계는 현재 살아가는 상태의 보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박진섭이 밝힌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부 배연재 교수의 주장을 보자. “하천과 호소의 종다양성을 비교할 때, 대표적인 자연하천인 경기도 가평천의 경우 제곱미터 당 대략 40종의 수서곤충이 출현한 반면, 정체수역의 생물서식처로 가장 양호하다는 경남 우포늪에서는 약 20종의 수서곤충이 출현했다.” 반면, 하천 중ㆍ상류 대형 댐에 의한 인공호의 경우 가장자리의 넓은 생태계가 사라지고, 수위 변동이 잦아지면서 저서무척추동물의 다양성이 제곱미터 당 1종 이하로 극히 낮아지며, 하천의 보에 의하여 형성된 상류의 정체수역은 여울이 나타나는 보 하류보다 저서무척추동물의 다양성이 약 50퍼센트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 이후 한강 본류의 서식환경과 저서무척추동물상은 크게 변하였는데, 원인을 둔치의 평탄화와 연안대 직강화, 하천바닥 준설로 파악하는 박진섭은 그 결과로 하천 가장자리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은 공사 이전의 약 20에서 60퍼센트 수준으로 크게 감소하였고, 공사가 끝난 뒤에 회복되는 종도 각다귀 종류와 같이 정체되는 수역에 내성이 강한 종으로 바뀌었다는 자료를 제시한다. 또한 콘크리트로 가장자리가 막힌 한강 본류 구간의 저서무척추동물 다양성이 그렇지 않은 구간보다 현저히 떨어졌고, 군집 조성도 각다귀와 실지렁이 종류와 같은 종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인다.

좁은 국토에 존재하는 우리의 강은 기원이 달라 분포하는 생물종, 특히 담수어류의 종류가 수계마다 특별하고 다양하다. 강에 따라 특산종이 분포하는 것이다. 박진섭이 지적하듯, “하천의 모래바닥이나 진흙, 자갈 또는 수초 등은 물속에 사는 미세한 서식처로서 수많은 생물들이 먹이를 섭취하고, 산란ㆍ부화 및 성장하는 생활공간이다. 모래 바닥에는 한국 고유종인 모래주사, 흰수마자, 돌마자, 미호종개, 기름종개 등 많은 어류들이 살고 있는데 모래를 파내면 서식처 파괴는 물론 공사로 인한 오탁물 발생”으로 생물군집 구조를 큰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 박진섭이 든 예처럼 “한강 상류 수심이 낮은 여울부에서만 분포하는 천연기념물 어름치를 비롯하여 멸종위기종인 꾸구리, 돌상어, 배가사리와 낙동강에 사는 흰수마자, 여울마자, 얼룩새코미꾸리와 같은 한국 고유어종들은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목록은 길게 이어질 것이다.

1) 환경영향평가로 본 생태계 영향
오로지 7월과 8월, 단 한 계절에 겨우 두 차례 조사한 결과를 날림으로 종합한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부실하기 짝이 없다. 그 평가서를 어느 시공간에 내놓아도 평가서에 기록된 결과를 납득하는 이를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불과 한 계절 조사 결과로 서둘러 ‘4대강 사업’의 합리화를 짜 맞춘 듯 내놓은 환경영향평가서는 어마어마한 부피를 자랑한다. 단시일에 그 정도 분량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쓸 수 있는 능력은 전무후무할 것으로 그런 환경영향평가를 들여다보는 일은 누구에게나 고역일 수밖에 없다.

한 계절 조사로 플랑크톤과 치자어의 변화를 예측하는 양식 있는 전문가는 없다. 조사 지역과 계절이 빈약해 비교한 자료도 충분하지 않을 뿐더러 명확하지도 않으니 결과의 신뢰성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런 자료를 근거로 우점종을 논한다는 건 무모하다. 오탁방지막으로 식물플랑크톤의 75퍼센트를 거를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해서 기재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신빙성을 느끼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오탁방지막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지 전혀 검증하지 않았지만, 검증했다고 해도 걸러지지 않는 25퍼센트가 하류에 미칠 영향은 과학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초본과 목본식물의 상황 역시 한 계절 두 차례의 조사로 결론을 내린 까닭에 올바른 환경영향평가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강변에서 추이대를 거쳐 산으로 이어지는 식물 생태의 변화와 그 영향을 평가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평가를 바탕으로 공사 도중에 영향을 받더라도 공사 후에 보호수와 습지를 복원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한 희망사항이거나 섣부른 추정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에 정부는 납득할만한 답변을 해야 한다. 천연기념물이나 법정 보호대상종인 수달과 삵, 그리고 맹꽁이, 구렁이, 남생이, 그리고 많은 고유 곤충류와 무척추 수서 생물이 보가 예정된 낙동강 일원에서 두루 발견되었으나 환경영향평가서는 여전히 대체서식지를 마련해서 보전하겠다는 추상적인 주장만 되풀이되고 있다. 미안했는지, 모니터링으로 보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상투적으로 제안한다. 하지만 연구나 문헌을 뒷받침하는 그 구체적인 방안은 좀처럼 납득 가능할 정도로 제시하지 못한다. 천연기념물이든 법정 보호대상종이든, 주변 생태계를 구성하는 숱한 생물종들이 그물코처럼 건강하게 얽힐 때 비로소 보전될 수 있는 것인데, 생태계의 구조를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히 대체서식지를 논의하고 향후 모니터링으로 복원을 자신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긴몰개를 비롯해 낙동강에 제한돼 분포하는 고유 담수어류의 생태계는 한 계절의 현황만으로 절대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풀어준 뒤 모니터링 해도 보존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조사 수역에서 끄리와 누치가 우점종으로 나타난 것으로 환경영향평가서는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담수어류의 먹이사슬에서 포획자의 지위를 차지하는 어종이 가장 많이 점유하는 결과는 이해하기 어렵다. 조사 방법에 문제가 있거나 생태계의 다양성이나 조건이 그 시기에 안정되지 않았다는 걸 반증한다. 조사 방법에 문제가 없었다면 지나친 골재 채취와 하천 가장자리의 개발로 생태계의 다채로움이 상실된 상황이라는 걸 반영할 수 있을 텐데, 4대강을 여러 보로 틀어막고 수변을 단조롭게 정리한다면 담수어류의 생태계는 더욱 단순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로 인해 조류의 생태계도 단순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수염풍뎅이와 왕은점표범나비를 비롯해 붉은점모시나비, 흰수마자, 남생이와 표범장지뱀, 원앙과 흰목물떼새와 황새, 그리고 수달과 삵이 낙동강의 여기저기에서 두루 발견되는 것으로 환경영향평가서는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낙동강의 생태계는 아직 보전되고 있고 보전 가치가 높다는 걸 반영한다 하겠다. 하지만 대책은 예의 대체서식지 조성과 모니터링으로 일관하고 있다. 담수어류의 경우, 인위적인 증식으로 개체수를 늘이겠다는 주장을 과학적 근거나 경험 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제한돼 분포하는 특산 담수어류를 포함하여 한강에 몰개, 돌마자, 배가사리, 참종개, 얼룩동사리, 그리고 꾸구리 들의 분포가 조사되었지만 대책은 낙동강과 동일하다. 영화로 더욱 유명해진 쉬리는 깨끗한 모래바닥이 없거나 있더라도 유입되는 오니로 오염되는 호소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없건만 여전히 대체서식지와 모니터링을 제창한다. 뒷일은 알 수 없으니, 무턱대고 외치는 꼴이다. 무책임하다. 동물은 이동하므로 담수어류는 지류로 이동할 것이고 조류는 조용하고 먹이가 있는 다른 산으로 옮길 것으로 환경영향평가서는 간단히 진단하는데 세력권을 가진 동물들의 터전을 옮기는 건 매우 위태로운 일이다. 적응된 생태계를 벗어나 새로운 생태계로 들어가는 건 모든 생물들이 회피하는데, 생태를 일부 흉내 낸 토목공학적 기술로 대체서식지를 만들어 거기에 풀어주겠다는 발상은 이해하기 어렵다. 동물에게 걷잡을 수 없는 폭력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금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대강 추진본부는 2012년까지 11개 어종을 증식 복원하겠다고 호언하지만 서식지가 파괴된 상태에서 복원은 희망사항도 될 수 없다.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양식 사업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공주대학교 환경교육학과 정민걸 교수는 생태계의 상호 연결성을 무시하는 ‘4대강 사업’의 환경영향평가는 “무지에 의한 결과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수달과 원앙, 흰목물떼새와 같이 보호가 필요한 멸종위기종을 “하천을 따라 분포하므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추정하는 평가자의 무지, 또는 결론을 먼저 내려는듯한 태도에 어처구니없어 한다. “하천변은 단순하게 동물이 이동하는 통로가 아니라 먹이를 먹을 뿐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이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이동 통로라 하더라도, 모든 하천변에서 동시에 공사를 강행하여 서식지(생태 네트워크)가 단절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평가한” 정부의 태도는 “무지의 소치이거나 기만하는 것”으로 진단한다.

강에 분포하는 생물종의 운명을 예측하려면 “생태적으로 상위에 있는 종의 먹이가 되는 생물은 일반적으로 상위의 포식자 종의 10배에 해당하는 생물량(건조 중량)이 있어야”하므로 “관심이 되는 법정보호종만이 아니라 먹이가 되는 일반적인 종들의 상태”와 더불어 “서식 분포 지역에 살고 있는 관심 종의 집단이 유전적으로 양호한지도 함께 조사ㆍ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정민걸은 “특히 멸종 위기에 있는 종의 경우는 보존 전략을 수립할 때 유전 분석이 필수적”인데 정부는 회피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공사 구간에 출현하는 법정 보호종의 운명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서식 범위와 활동 영역 그리고 개체수를 알아야 하는 것은 물론, 분포 지역 내의 국지적 장소가 관심 종에게 어떤 목적으로 이용되는지도 알아야”하고 단순한 개체수가 아니라 “연령 별 개체수와 성비를 알아야 집단의 동태(개체수의 변동, 즉 멸종 가능성)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러한 조사와 연구 없이 법정 보호종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려는 ‘4대강 사업’은 “올림픽에서 한 국가의 선수 한 명의 성적을 보고, 그 나라가 종합 우승을 할 것이라거나 꼴지를 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민을 기만하는 것으로 규정한다.

2) 쓸모없는 어도와 샛강, 그리고 허황된 계획
‘4대강 사업’의 어도 만들기를 “명확한 목표 어종의 조사 없이 저인망식 다목적 어도 건설로 다양한 어종이 이용할 기회를 준다며 혈세를 낭비하는 아량을 보이는 것”으로 비판하는 정민걸은 “길을 막아놓고 개구멍 많이 뚫는 식으로 어도의 개수를 늘리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담수어류의 습성에 맞는 어도는 정상 하천을 낮게 막은 보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겠지만 대형 보로 물 흐름이 거의 없는 저수지로 만들어놓고 어도를 만드는 일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바다와 하천 사이를 계절에 따라 회유하는 웅어, 황복, 뱀장어, 참게들이 어느 지점으로 언제 어떻게 움직이는지 먼저 조사해야 할 것인데, 전혀 그와 같은 세세한 조사는 없었다. 냄새로 고향을 찾는 연어를 위한 어도는 저수지에 가로막힌 상태에서 효과가 있을지 정민걸은 의문시한다. 금강 하구언은 회유성 어류의 움직임을 강 입구에서 차단한 상태가 아닌가.

정부는 본류 주변에 샛강을 조성하겠다고 선심 쓰듯 제시한다. 기존 하천을 크게 변형시키더라도 이른바 ‘생태하천’으로 이름붙인 샛강에서 수서생물이 연결될 테니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연구나 과학적 자료도 없이 흔쾌히 장담하는 것인데, 생태계의 역동성은 계산으로 사전에 예측이 가능한 기계동작과 다르다. 저수지는 굳이 생태통로로 연결시키지 않아도 독립적으로 존속하는 생태계라는 걸 지적하는 정민걸은 큰 강의 본류를 막아 흐르는 강에 사는 생물들의 터전을 앗아간 다음, 일부러 샛강을 조성해 생물을 풀어 넣으려는 역설로 평가 절하한다. 두 명이 투망과 족대로 1시간 정도 채집을 한 결과를 금강 하천 생태계의 현황이라 일반화할 수 있을까. 족대와 투망으로 채집할 수 없는 지역의 생물은 없는 것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일까. 정부의 환경영향평가는 그런 무모함을 자랑한다. 여름철 두 차례의 조사결과를 자료로 사용하는 무모함도 터무니없는데 인용한 문헌자료 역시 부정확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걸 지적하는 정민걸은 “문헌 조사는 실제로 조사가 필요한 공구와 관계없는 지역의 자료”였다는 걸 지적하면서 부실을 의심하는 정민걸은 환경영향평가의 조사방법과 그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는 생태환경영향평가와 대안 계획을 신뢰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금강의 환경영향평가서에서 철새가 도래하는 12월에서 2월, 4월에서 5월에는 공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정민걸은 이미 파괴된 곳에 철새가 오고 담수어류가 알을 낳을 것인지 되묻는다. 공사장 인근에 마련하는 은신처와 산란처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것인데 시방 전국의 4대강은 철새가 오건말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먼지 피우며 시끄럽게 공사 중이다. 정부는 자신이 한 약속마저 지키지 않는 것이다. 아니 자신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조차 의도적으로 잊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환경영향평가를 단 2개월 두 차례의 조사로 마무리할 용기를 낼 수 있었겠는가.

3) 단양쑥부쟁이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지난 2월 17일, 이만의 환경부장관과 한국수자원공사 현장 관계자를 야생동식물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그리고 형법 위반 협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4대강 사업’에서 “단양쑥부쟁이 분포지에 대해서는 가능한 원형 보존”하고 “불가피하게 훼손되는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전량 이식 및 대체서식지를 조성한다.”고 협의한 환경부와 공사를 맡은 한국수자원공사는 공사 전에 원 생태계를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고 대체서식지 조성을 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기에 운하백지화국민행동은 “이는 누구든지 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을 훼손·고사시켜서는 안 된다는 야생동식물보호법 14조를 위반한 것”이라 고발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국 특산종이자 희귀종인 단양쑥부쟁이의 80퍼센트가 자생하는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 바위늪구비 습지는 ‘4대강 사업’의 남한강 6공구 구간으로, 둑과 자전거길, 산책로로 조성될 계획이 있는 곳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단양쑥부쟁이 분포 지역의 13퍼센트는 원형을 보존하고 나머지는 인근의 대체서식지로 옮겨 심을 예정이었다고 밝혔지만 중장비로 마구잡이 파헤친 현장의 모습은 보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처참해졌다. 상지대학교 산림과학과 엄태원 교수는 단양쑥부쟁이는 “생육 조건이 까다로운 식물”이라 “수계와 수위, 배수와 물 흡수 같은 생육 환경이 바뀌면 한순간에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서울시립대학교 한봉호 교수는 “공사 전에 희귀식물 분포지와 공사 도면을 비교해 충돌하는 곳을 어떻게 피할지 찾아야 하는데 절차가 거꾸로 됐다.”면서 “이렇게 마구 파헤치면 한국에서 귀한 동식물들이 보존될 수 있겠느냐.”며 어처구니없어 했다고 한겨레 신문은 보도했다.

단양쑥부쟁이는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부에서 그나마 관심을 갖고 겉으로 대책을 서두르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이지만 ‘4대강 사업’에 문제의식을 가진 전문가나 환경단체 활동가의 접근을 철두철미하게 막고 있는 대부분의 공사 지역에서 발견되는 생물종의 서식지와 생태계는 보호 대상종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마구 파헤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의 경우, 많은 환경영향평가들이 그래왔듯, 스스로 자신에 맞는 환경으로 이동할 거라는 추측을 내세워 전혀 보호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생물종의 출현이 상대적으로 적은 계절이지만 얼음이 녹고 새순이 돋는 계절이 찾아오면서 출현하는 생물종이 비약적으로 늘어날 텐데, 공사 이전의 철저한 생태조사는 물론이고 공사 도중에도 모니터링이 없는 상황에서 생물종의 보존은 언감생심 기대할 수 있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월요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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