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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환경

[4대강 연재] 형용모순으로 치장한 현 정부의 4대강 사업

by anarchopists 2020. 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3/23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제5강]

2. 형용모순으로 치장한 현 정부의 4대강 사업

“생명이 깨어나는 강,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살리기’를 참칭하는 현 정부의 ‘4대강 사업’은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도모하며 지역균형발전과 ‘녹색성장’의 기반을 구축할 뿐 아니라 기후변화를 대비하면서 국토를 재창조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과 섬진강까지 포함하는 5개의 강에 인위적인 시설을 거대하게 설치해 흐름을 적극적 방해하는 방식으로 어떻게 자연과 인간이 공생할 수 있을까. 물론 그 구체적인 방법은 평생 강을 연구해온 생태학자는 물론이고 적지 않은 토목학자들과 서로 납득할 만한 토론과 동의를 거치지 않은 채 나름대로 제시하고 있다. 녹색이 환경과 생태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생각해보자. 모든 생명가치가 얽히고설켜 보전되는 생태계에 성장이라는 말은 가당할 수 없다. 녹색은 ‘성장’이 아니라 ‘분배’ 앞에 어울리는 단어이건만 정부는 ‘녹색성장’이라 말한다.

‘4대강 사업’을 펼치려는 전략도 화려하다. 아마 풍수해를 염두에 두었을 텐데, “사후대책에서 벗어나 사전예방 종합대책을 수립”하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 사전영향평가는 물론이고 환경영향평가 역시 부실하기 짝이 없게 진행했고, 영향을 줄이거나 대체하겠다고 약속한 사항도 부실하거나 아예 이행하지 않는 일이 거듭 발생하고 있다. “IT, ET, GT기술을 선도하는 첨단 수변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전자통신 기술이야 그렇다 치고, 감성 기술인 ET를 위해 정부가 한 일이 무엇인가. 반대 의견을 금지하겠다는 선언인가. “치수 선진화로 세계적 녹색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도 추가된다. 어떤 세계적 녹색국가가 강의 흐름을 차단하는 치수를 자랑하면서 선진국이라 으쓱거리는지 알 수 없는데, “지역주민 중심의 협력적 거버넌스 구축”도 전략 중의 하나로 꼽았다. 문제 제기하는 사람의 의견 수렴을 거부하면서, 거버넌스라. 거버넌스의 이해가 애초에 있었는지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4대강 사업’으로 앞으로 발생할 물 부족과 홍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정부는 그렇게 기대한다. 정부가 늘어놓은 ‘기대 효과’ 항목에 그리 써놓았다. 이유는 그럴싸하게 늘어놓지만 ‘근본적’이라는 의미를 이해하고 썼다고 생각하기 어렵다. 개발로 자연을 관리할 수 있다는 오만한 사고가 문제의 근본을 망각하게 하는 것인지, 물이 부족하고 홍수 피해가 빈발하게 된 주요 원인인 낭비에 대한 반성과 대책을 철저하게 고민하지 않고 ‘근본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은가. 지나친 개발이 몰고 온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상이변은 거론할 의식조차 없이 “수질 개선과 하천 복원으로 건전한 수생태계 조성”할 것으로 기대하는데, 생태계는 사람이 알 수 없는 생태계의 숱한 생명가치들이 만들어내는 체계지 철근콘크리트와 시멘트로 함부로 조성해주는 게 아니다. 정부는 “국민 여가문화 수준 및 삶의 질 향상”, “녹색뉴딜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견인”, 그리고 “물 관리 글로벌 리더로서 국가 경쟁력 제고”를 기대 효과로 덧붙였다. 근거 없는 기대가 아무리 장해도 신기루일 뿐 충족될 리 만무하겠으나, 이치와 앞뒤를 따지지 않는 사람들을 쉽사리 현혹시키는데 이바지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있겠다.

1) 현 정부의 착오

정부의 구상이 청와대를 감동시켰는지, 반대로 청와대의 구상을 정부가 뒷받침하려 애를 썼는지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이 직접 ‘4대강 사업’의 당위성을 홍보하고 나섰다. 그 중 생태적인 측면을 살펴보자. 시화만을 방조제로 막은 바람에 시화호의 수질이 개선된 걸까. 2009년 11월 30일 라디오를 통한 일방적 ‘국민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주장한 모양이다. 사실 여부를 잘못 파악한 자가 작성한 게 분명한 방송 원고에 대한 책임을 청와대는 추궁해야 했는데, 그런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던 5공 군사정부가 착공한 시화호는 방조제로 막히자마자 걷잡을 수 없이 썩기 시작했다는 것은 1996년 8월경의 언론을 찾아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일이다. 하는 수 없어 배수갑문을 열어 바닷물을 드나들게 했고, 이후 시화호의 수질이 차차 나아졌지만 배수갑문 아래의 정체된 수질까지 개선되려면 한참 멀었다. 울산의 태화강의 수질이 좋아지면서 생물상이 늘어난 것은 보를 철거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그런 사실을 고의적으로 외면하거나 왜곡했다면 책임을 져야 옳을 것이다.

한강의 흐름을 잠실과 신곡수중보로 막자 수질이 깨끗해진 걸까. 그에 대한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2009년 11월 30일 답변을 들어보자.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그 방면 우리나라 최고의 권위자들은 탄천, 중랑천, 안양천과 같은 지류에서 오염물질이 유입되고, 보에 의하여 물이 정체되어 ‘생명의 강 연구단’ 조사결과 한강물은 4에서 5급수로 상당히 악화되었으며, 바닥이 썩어 있어서 악취를 내고 있는 상태라고 답했다. 두 수중보에 의해 3에서 4미터 높이로 물이 흐르던 한강에 10미터 가까운 보가 가로막는다면 어떻게 되려는지. 4대강에 계획된 9에서 10미터의 보는 댐 수준으로 강물의 흐름을 차단, 한강 이상 심각한 수질오염을 일으킬 것이 확실하다고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입을 모았다. 보나 댐으로 갑자기 정체되는 호수에 파헤쳐진 산기슭에서 쓸려 내려온 낙엽이나 나뭇가지와 같은 유기물이 쌓일 테고, 그런 유기물은 썩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산소는 고갈될 테고, 호수에 쌓이는 유기물은 바닥에서 메탄을 발생시킨다. 그런 메탄은 지구온난화를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부추길 것으로 댐 전문가는 진단한다.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대안으로 ‘4대강 사업’을 치장한 현 정부의 무모함을 다시금 파악하게 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은 ‘복원’이라고 말한 모양인데, 복원의 기준 연도는 언제일까. 뗏목을 타던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의 시절일까. ‘4대강 사업’은 뗏목을 타던 고즈넉한 시절로 돌이키는 게 아니다. 우선 ‘4대강 사업’은 ‘복원’이 아니라는 걸 명심할 필요가 있겠다. 복원은 전면적이고 철두철미한 조사와 논의를 거쳐야지 청계천처럼 정책결정자의 입김에 의지해 전격적으로 처리할 사항일 수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4대강 사업’은 복원이 아니라 오직 토목건축사업인데, 그래도 뗏목을 띄울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겠지. 뗏목뿐이랴. 연인이 마주 앉아 노를 젓는 보트도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다. 한데 우리 조상은 아무 때나 어느 수역이나 뗏목을 띄웠던 게 아니다. 수량이 작은 낮은 수역이나 갈수기는 피했다. 보트나 뗏목에 봇짐을 싣는데 막대한 철근콘크리트를 동원할 필요는 없다. 1890년대 이사벨라 버드 비숍 여사가 보트를 빌려 한강을 거슬러오를 때에는 보조차 없었다. 강물의 자연스런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개발을 연구하고 실행해야 ‘복원’ 명분에 합당하다. 보를 다 만든 다음에 운하로 슬쩍 바꾸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뗏목 운운하며 복원을 내세울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대통령은 민망하게도 2002년 우리나라를 엄습한 태풍 ‘루사’와 2006년의 ‘에니아’가 공격한 이후 정부가 마련한 종합대책의 일환이라고 ‘4대강 사업’을 치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종합대책은 당초부터 ‘4대강 사업’과 무관했다. 2007년부터 10년 동안 국토 보전과 재해 방지 계획에 필요한 예산의 총합이었을 뿐이라는 걸 지적한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4대강 사업’의 핵심인 대규모 준설과 보 건설은 정부의 종합대책에 포함되지 않다는 걸 밝혔다. 정부의 종합대책 예산 87조 원의 내역은 소하천 재해 방제, 홍수 관리 정보시스템 구축, 농업용 노후 수리시설 개보수, 상습 침수 농경지 배수개선, 임도 구조 개량, 숲 가꾸기, 사방사업, 그리고 농작물 재해보험과 같이 ‘4대강 정비’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 말대로 우리의 강 복원 기술이 세계 최고고 보를 건설하면 수질이 악화되지 않을까. 상식을 새삼 반복할 필요가 없지만, 지친 운동선수에게 ‘연습을 중단해도 근육이 약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얼버무리는 식의 주장에 불과하다. 콘크리트를 부어 청계천을 단장한 우리 대통령의 비상식적인 발언을 순진하게 기대하려 해도 문제가 남는다. 우리나라는 아직 강을 복원한 적이 없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가 세계 최고라니. 어떤 꿈결의 신기루를 기억하려는 건지 자못 궁금하다.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낙동강 하구언의 수질이 유지되는 건 해마다 20억 원의 예산으로 보에 쌓이는 오니를 준설하기에 가능하다는 사실을 굳이 밝힌다. 오니를 그대로 두었다면 견딜 수 없는 오염과 악취로 민원이 걷잡을 수 없었을 거라는 지적이었다.

물고기 로봇으로 수질오염을 감시하려는데 아직 그럴 만한 로봇이 없다고 하니 우리가 개발하면 좋은 일일까. 29,000달러인 1.5미터의 물고기로봇은 오염원 감지에 대한 실험 결과도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는 걸 밝힌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의 2009년 11월 30일의 논평을 들어보자. “영국의 Essex대학 Hu Huoseng 박사 팀과 BMT 그룹이 연구하고 있는 물고기 로봇은 스페인의 Gijon항구에서 실험 예정으로 있지만 아직 검증된 것이 아니며, BMT 그룹은 그 로봇을 이용해 특정 해양 오염원을 찾으려는 것뿐인데, 대통령이나 정부(지식경제부 홍보기획담당관실)는 현장 실증을 거친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 그런 물고기 로봇은 강물을 전체적으로 악화시킬 ‘4대강 사업’에서 별 소용이 없다. 주요 지점에 고정식 수질 측정 장치를 설치해 자료를 일관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하천에 중요하므로 보 설치와 준설로 수질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에 관측 장비를 설치, 수질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4대강 본류의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지류이므로 지류의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한 설득력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논평이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물고기 로봇을 먼저 개발할 이유가 없고, 개발해도 필요가 없다는 거다. 개발해 수출하려는 연구자의 욕심이 아니라면 말이다.

현 정부의 주장처럼 우리나라 4대 강은 모래와 자갈의 퇴적으로 홍수 위험이 높아졌고 복구해도 다시 홍수가 발생해 해마다 4에서 5조원의 복구비가 들어갈까. 대통령은 그렇게 말했지만 현장을 다녀간 대부분의 학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강바닥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것이다. 교각의 아랫부분이 드러날 정도로 낮아진 건 지방자치단체가 지나치게 준설을 허가한 까닭이다. 퇴적으로 인한 홍수 위험을 4대강 본류에서 찾을 수 없었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홍수는 지류와 소하천에서 발생했다는 걸 한 결 같이 지적한다. 게다가 우리 정부 부처의 하천 예산은 2조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추산한 복구비의 근거가 무엇인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강 계획은 사업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을 근간으로 하고 있어 하천 살리기와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하천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주장하며 정부의 “하천공학적 접근 방식은 이미 선진국에서 용도 폐기되었으며, 최근에는 댐과 보를 걷어 내는 생태 친화적 하천 복원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힌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부실하게 작성된 보고서와 졸속으로 평가된 결정 과정에 근거하는 ‘4대강 사업’의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이라는 구시대적 하천 정비 사업은 우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걸 지적한다. 권력에 독립적인 대부분의 전문가들과 국민 70퍼센트 이상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는 현 정부와 청와대의 태도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국민을 기만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성숙한 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아무리 훌륭해 보이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라도 의사 결정 과정에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사업에 대한 절차적, 내용적 타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걸 제시하는 ‘대한하천학회’와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지금이라도 사업의 진행 속도를 줄이고 사업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에 대하여 심도 있는 검토”를 해달라고 정부에 당부했다. 속도보다 방향과 절차가 ‘4대강 사업’에서 중요하다는 목소리였다.(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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