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환경

[4대강 연재] 위기를 맞이한 우리의 4대강

by anarchopists 2020. 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3/22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2. 4대강 사업과 생태환경의 위기

1. 위기를 맞이한 우리의 4대강

운하는 임기 내에 할 생각이 없다는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 급조된 ‘4대강 사업’은 보를 만들어 세우는데 그치는 게 아니다. 보의 안전성을 위해 콘크리트 제방이 세워질 테지만 막대한 하상 준설이 전제된다. 흐르는 강에 대한 준설은 더는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었을 경우에 고려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걸 정녕 모르는 것일까. 준설이 필요할 정도로 4대강은 오염되었다는 과학적 자료는 어디에도 확보돼 있지 않다.

국토해양부의 의뢰로 운하의 타당성을 연구하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한 연구원이 양심선언에 나선 적 있다. “국토해양부의 담당 부서로부터 대운하에 대한 반대논리에 대한 정답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수많은 전문가가 10년을 연구했다는 실체는 하나도 없었고,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반대논리를 뒤집을 대안이 없었다.”고 고백한 40대 중반의 그 연구원은 실업자가 될 각오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글을 올린 것이다. “자식 앞에 부끄러운 아빠가 될 수 없었다.”는 그는 양심의 명령에 따르기로 결심한 것인데, ‘4대강 사업’에 대한 고민은 시방 관련 기관의 내부에서 흘러나오지 않는다. 없다기보다 철저한 통제로 내부자를 억압하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들어 가장 추운 기온을 거듭 경신할 때 ‘4대강 사업’에 몰두하는 낙동강 일원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풍산면 마애리 마애유적지 주변의 하천은 누치로 보이는 물고기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한가롭고, 그 물고기를 노렸을 법한 수달의 발자국이 눈 덮인 얼음 위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병산서원 주변의 회룡포는 드넓은 모래를 거치며 눈부시게 깨끗해진 강물이 투명한 얼음을 만들어놓았다. 하얀 눈으로 푹신해진 어성천 모래톱에서 어린애가 된 일행은 얇은 얼음을 조각내 깨먹으며 모처럼 자연 앞에서 가슴을 열었다. 그렇듯 수백 미터가 넘는 범람원을 넓게 펼치며 영겁을 흘러온 낙동강은 수많은 생명을 품고 내일을 향해 흐르고 있지만 남으로 내려가면서 무지막지한 삽날에 숨통이 조여지고 있었다.

낙단보와 달성보도 물길을 차단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연실 퍼 올리는 모래와 자갈이 인근 국도를 잇는 다리를 주저앉게 할까 두려웠는지 교각 주위에 토사를 쌓아 물길을 막고 있었으며 가관인 것은 가물막이 현장은 야간 조명을 켜고 24시간 밤샘작업을 강행하는 모습이었다. 지역의 토목학자들이 강력하게 제기한 경남 함안과 창녕과 의령군의 침수 가능성을 진지하게 주목했는지, 관리수위를 애초 7.5미터에서 5미터로 낮추겠다고 한국수자원공사가 1월 6일에 밝힌 문제의 함안보 역시 일행의 접근을 한사코 거부하는 건설회사에 의해 물막이공사가 쉴 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낙동강을 계단처럼 만드는 보의 마지막을 장식할 함안보는 하폭이 유난히 좁은 지역을 틀어막을 태세인데, 점점 강도와 빈도가 격렬해지는 국지성호우를 어찌 감당할지 동행한 전문가들은 적잖게 염려하고 있었다. 평상시에도 산악지대에서 몰아치는 폭우가 황강과 남강에서 휘돌아 거세게 모여드는 병목이 아니던가.

‘하상계수’가 큰 우리나라는 장마철이나 기상이변과 같은 호우가 빗발칠 때 둑을 넘을 것처럼 노도와 같던 강줄기도 갈수기에는 아주 좁은 면적만 적시며 얌전히 흐른다. 크고 작은 댐과 농사용 보로 인해 이따금 흐름이 끊어지지만 적어도 4대강은 예나 지금이나 멈추지 않았고, 덕분에 좁은 국토에 높은 밀도로 모여 사는 5천만은 갈증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모내기철에 바닥을 깊게 판 사람들이 물을 퍼 올릴 때마다 강에 생명을 온전히 의탁하는 물고기들의 갈증은 여간 심각한 게 아니었을 테지만.

낙동강을 보자. 기존의 댐 이외에 8개의 보가 강의 흐름을 계단처럼 멈칫거리게 만들 것이다. 높이가 10미터가 넘는 보에 의해 10억 톤 이상의 물은 항시 고일 것이며 관리수위를 넘기는 물만이 예전의 10배나 천천히, 찔끔찔끔 흐를 것이다. 고인 물이 여름마다 썩는 건 명약관화하지만 예서 검토하지 않기로 하면, 여기저기 1미터 높이로 흐름을 가로막은 기존의 농사용 보도 넘기 어려워하는 낙동강의 물고기들은 어떻게 움직일지 염려하게 될 것이다. 특산종이 유난히 많은 낙동강은 경사나 수와 관계없이 생태 습성을 고려하지 않은 어도(魚道)로 보존될 수 없다. (내일 계속)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