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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환경

[긴급연재, 제3강] 4대강 개발, 즉각 중단하라

by anarchopists 2020. 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3/19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긴급연재]


4대강 개발, 즉각 중단하라
-생태계 연결을 차단하는 개발-

지금은 비숍 여사처럼 임대한 거룻배로 여행 짐 옮기는 시절이 아니다. 유럽의 중세, 긴 창이 미치지 않을 폭으로 파놓았던 운하는 작은 배를 밧줄로 묶어 운하 양 옆의 말이 끌었다지만 지금의 운하는 수천 톤 이상의 선박이 장애 없이 오고갈 수 있어야 한다. 창끝을 피할 정도의 운하와 달리 거대한 철근콘크리트로 강의 흐름을 반듯하게 재단하는 현대의 운하는 강의 연결을 거대한 도랑의 장벽처럼 차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 홍수로 쏟아져 들어오는 물이 둑을 넘지 않아야 하는 까닭에 강의 좌우 연결을, 화물선의 이동을 확보하기 위해 댐과 보로 물길을 계단처럼 나누면서 강의 상류와 하류 연결을, 모래와 자갈을 긁고 암반까지 들어내면서 강의 바닥과 땅속 연결을, 생태계가 파괴되어 더욱 오염된 강물에 화물과 사람을 실은 배만 오르내리면서 강의 계절 연결을 차단해야 한다. 강을 중심으로 유구하게 이어진 우리네 마을의 문화와 역사도 차단되고 말 것이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전국 시민들의 촛불을 들고 강력하게 저항하자 크게 놀란 청와대는 운하가 아니라 ‘보’를 만들 거라고 했는데, 제시하는 보의 생김새는 운하와 다르지 않거나 그 이상으로 보인다. 나중에 운하 기능을 추가할 요량이 아니라면 불필요하게 거대한 규모라는 것에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운하용이든, 나중에 운하가 될 규모의 보든, 그런 구조물은 강을 거슬러 올라와 산란하는 바다 생물의 출입만 봉쇄하는 건 아니다. 개구리는 봄에 계곡과 그 주변 논에 알을 낳고 가을에 강바닥으로 동면에 들어가야 한다. 강변의 자갈과 모래밭이 사라지면 남생이와 자라는 산란할 장소를 찾지 못하고 먹이를 찾을 수 없는 철새는 내려앉지 않을 것이다. 댐에 막혀 강을 거슬러오를 수 없는 연어와 뱀장어는 물론이지만 산간 깊숙한 1급수 계곡에서 옆새우를 잡아먹고 돌이끼를 뜯는 버들치는 안녕할 수 있을까. ‘4대강 사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걱정 말라고 호언한다. 보 이외의 구간은 그대로 둘 것이므로 생태계가 보존될 거로 주장한다. 하지만 그럴까. 본류와 차단된 지류, 지류를 잃은 본류의 생태계는 보존될 수 없는 게 상식이다. 높이 10미터가 넘는 보의 수량을 강 본류에 유지하려면 지류의 접속을 단속하지 않으면 안 될 텐데 전문학자라면서 어찌 그런 주장을 펼칠 수 있는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발원지를 무시하는 11개의 대형 보로 일단 한강과 낙동강의 물줄기를 틀어막으면 703개의 지천이 적시는 3만4천여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한강 유역과, 785개 지천이 적시는 2만3천 평방킬로미터 면적의 낙동강 유역의 수계는 질식할 것이다. 3개의 보가 예정된 금강, 2개의 보를 계획한 영산강의 신세도 다를 리 없다. 물줄기는 보에서 멈춰 정체되며 다음 보의 높이로 천천히 계단처럼 미끄러져 내려가면 모래와 자갈 속에 알을 낳던 수많은 생명들은 질식사하거나 정든 터전을 떠나고, 주변 농경지는 스며드는 물이 부족하거나 침수되면서 버림받을 것이다. 강의 오랜 문화를 지키던 사람도 떠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애초 운하를 추진할 때의 깊이 이상 모래와 자갈을 퍼낸 보들은 강 본류에 살던 생물부터 쫓아내겠지만 본류와 이어질 수 없는 지류의 생물도 보전되기 어려울 것이다. 흙탕물을 일으키는 보 공사가 완료된 이후라 해도 사라진 생물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 바닥의 환경이 바뀌었으니 알 낳을 곳과 먹이를 찾을 수 없다. 강바닥을 준설하면 흙탕이 인다. 유리알처럼 깨끗한 계곡도 마찬가지다. 넓적한 돌 하나를 뒤집어도 이는 흙탕은 맑은 물이 흘러들어야 이내 깨끗이 씻겨 내려간다. 정부는 오탁방지막을 이중으로 설치하므로 문제가 없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어처구니없다.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가 내세우는 4대강 보 주변의 그림은 휘황찬란하다. 범람원을 매립해 근사하게 개발하는 것으로 그려놓았다. 보가 완성된 이후 개발된 범람원에서 모여들 토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호수를 준설할 때 발생하는 흙탕은 좀처럼 씻기지 않는다.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문제는‘ 4대강 사업’이 만드는 호수에 쌓일 토사는 단순한 흙탕이 아니라는 점이다. 개발된 범람원이나 벗겨진 상류의 사면, 또는 주변의 축산단지와 농공단지에서 버린 폐수가 내려앉아 두꺼운 더께를 이루는 오니일 가능성이 높다. 오니를 휘저으면 간신히 안정되었던 생태계는 일대 혼란을 일으킨다. 악취가 진동을 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면 지역 주민의 동의를 거쳐 준설해야 하겠지만 되도록 호수의 물을 비우고 실시하는 게 좋다. 수심을 유지하며 강바닥을 준설한다면 악취와 오니는 아래 보로 내려가 쌓이며 민원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강의 준설은 어지간하면 실행하지 않는다. 유입 오염원을 제거해 자연에 맡기는 방식을 택한다. 강에 사는 생물들에게 의뢰해야 하는 거다.

강의 본류가 오염되면 지류에 머무는 생물도 위협받는다. 폭풍우나 국지성 호우로 떠내려간 물고기는 흐름이 약해지면서 상류로 거슬러오를 텐데, 그때 다른 계곡의 개체와 만나 유전자를 교환하게 된다. 그런 과정으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해야 환경변화에 대한 충격을 줄일 수 있는데, 연결이 차단된 만큼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깊은 계곡에 사는 열목어나 버들치의 유전자는 단조로워져 환경변화의 충격을 이길 유전적 다양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열목어와 버들치에서 그칠 리 없다. 한강과 낙동강의 중상류에 사는 숱한 생명들이 위태로워질 것이다. 강 일부만 손댄다 해도 그 영향은 강 전체로 파급될 수밖에 없다.

강물이 범람하면 강둑은 무너질 수 있다. 둑이 무너지면 대형 보의 수면 아래에 놓인 농경지와 마을은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흙으로 만든 둑은 넘치면 무너진다. 운하의 둑 아래 있는 마을에 감당할 수 없는 침수가 발생할 것이다. 물이 넘쳐도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면 둑을 콘크리트로 만들어야 한다. 대형 보에 머물 물을 안전하게 담으려면 상당히 높은 콘크리트 제방을 장벽처럼 세우는 데 머물면 안 된다.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깊게 묻어야 한다. 양편의 콘크리트 제방에 의해 좌우의 생태계가 차단되면 추이대에 장벽이 세워지는 셈이고, 강변에 남은 개구리와 뱀과 물고기는 새의 먹이가 되지 못한다. 접근하기 어렵지만 접근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직선으로 바뀐 운하 바닥에 자갈과 모래마저 퍼냈을 테니 먹이를 잃은 개구리도 뱀도 이미 사라졌을 것이므로.

정부는 보가 만든 호수에 담기는 물이 늘어나므로 수질이 좋아질 거로 주장하는데, 전문가 전하는 처지를 망각한 터무니없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흐름을 멈춘 모든 물은 썩는다. 물이 늘면 잠시 희석될 수 있으나 그렇다고 수질이 개선되는 건 아니다. 호수로 들어오는 오염물질을 완벽하게 차단하기 어려울 테지만 차단한다 해도 오염이 감소되는 건 아니다. 수량을 확보하게 위해 호수 바닥의 모래와 자갈을 암반까지 퍼내면 지하수맥은 오염되거나 차단되지 않을 수 없다. 보 양 옆의 콘크리트 장벽에 의해 수맥이 차단될 농경지는 농사에 지장이 생길 것이다. 농경지도 중요한 생태계다. 농작물 이외에 수많은 동식물이 공생한다. 논과 밭이 주변의 생태공간과 이어지므로 사람도 삶을 꾸려갈 수 있다. (내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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