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환경

[긴급연재, 제2강] 4대강 개발 즉각 중단하라

by anarchopists 2020. 1. 2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3/18 06:15]에 발행한 글입니다.

[긴급연재, 제2강]


4대강 개발 즉각 중단하라

-생태계를 이어주는 강-

강은 사람들의 자유로운 왕래를 어렵게 한다. 국가나 지방이 강으로 경계를 지었고, 민족의 언어와 지역의 사투리가 강을 사이로 두드러졌다. 지역의 환경, 다시 말해 생태계와 문화에 따라 충분한 세월을 거치며 형성된 자연과 사람의 개성이 강을 경계로 다양하게 발현된 것이다. 한데, 강은 장벽이 아니다. 강은 오랜 역사를 딛고 형성된 개성의 소통을 결코 가로막지 않는다. 강을 따라 지역의 개성이 자연스레 흐르는 거다. 섬진강은 기교를 중시하는 서편제와 힘을 강조하는 동편제의 개성을 두루 배려하지 대립하게 만들지 않는다. 박정희 군사정권에서 정적의 고향을 핍박하던 시절을 제외하고, 섬진강을 사이로 경상도와 전라도는 활발하게 소통해왔다. 특산물이 오고가는 화개장터는 두 지역 문화의 가교다. 화개장터와 섬진강을 보라. 숱한 전설과 애환을 시와 노래를 전해주는 전국의 강은 흐름이 멈추면 사라지고 마는 생명과 문화의 터전이다.

아무리 편협한 시각으로 보아도 강은 물길에서 그칠 수 없다. 좌우와 바닥까지 콘크리트로 처리해 단장한 청계천과 같은 배수로는 더욱 아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요즘의 청계천은 복원과 거리가 멀다. 돈 들여 치장한 조경 배수시설로 보아야 옳다. 대지에 영양을 제공하는 강은 혈관이다. 대지를 굽이쳐 흐르는 강은 상류에서 하류, 왼쪽과 오른쪽, 바닥에서 땅속, 그리고 세월을 이어준다. 모래와 자갈밭, 폭포와 깊은 소, 바위 사이에서 휘몰아치는 여울과 수면이 넓은 잔잔한 중하류에 이르기까지, 그 강에 깃든 다양한 생물들이 오랜 세월 어우러졌다. 그 덕분에 플랑크톤에서 사람까지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다.

강의 폭은 넓지만 평상시 물이 흐르는 폭은 좁다. 그렇듯 평소 물이 흐르는 지점에서 강둑까지 넓게 이어지는 추이대(推移帶)에는 다양한 생태계가 이어진다. 강변의 습지에서 초원으로, 초원에서 강둑 너머 키 작은 숲으로 이어지며 강변은 자연스럽게 주변 산록의 키 큰 숲과 연결된다. 자갈에 붙은 이끼를 먹는 수서곤충은 자가사리와 피라미, 개구리와 도롱뇽, 도마뱀이나 새의 먹이가 되고, 습지에서 먹이를 찾던 새가 낳은 알은 추이대를 지나다니던 누룩뱀이 즐겨 먹는다. 뱀은 족제비나 오소리의 먹이가 되고, 오소리 새끼는 말똥가리가 낚아챌 것이다. 이렇듯 습지에 사는 동식물은 추이대를 사이로 깊은 산의 동식물 생장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물이 흐르는 강이 게 있기에 생태계는 언제나 건강하다.



산록을 적신 빗물은 바위틈과 낙엽 사이를 고였다 흐르며 옆새우와 도롱뇽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커다란 바위를 휘도는 물은 계곡에서 만나 소로 모여든다. 거기는 버들치와 열목어의 터전이다. 좁은 계곡의 갯버들에 앉아 버들치를 노리는 물총새와 물까마귀는 모래와 자갈이 깔려 탁 트인 중류에 모습을 쉬 드러내지 않고, 쉬리와 모래무지, 쏘가리와 대농갱이는 강 중류를 서성이는 수달을 밤에, 해오라기를 낮에 조심해야 한다. 강의 중류와 부드럽게 이어지는 하류에도 다양한 생물이 어우러진다. 얼음이 풀리기 무섭게 강어귀에 서성이는 왜가리와 백로는 무리지어 다가오는 붕어와 잉어를 끈질기게 기다리며 순식간에 한 마리 씩 낚아챈다. 바다로 이어지는 하구는 겨울에 오리 떼, 봄과 가을로 도요새가 물떼새와 함께 모여들어 게나 갯지렁이를 연실 집어삼키는 곳이다. 봄이면 뱀장어 암컷, 여름이면 은어 떼, 가을이면 연어 떼를 만날 수 있다. 산꼭대기에서 멀지 않은 샘에서 기원하는 강은 그렇게 수많은 생물을 거느리며 바다로 이어진다.

강물은 주변의 습지, 다시 말해 범람원과 연결돼 있다. 일시적인 농사보다 휴식이나 레크리에이션 장소로 활용되는 범람원은 홍수로부터 마을을 지켜준다. 강으로 들어온 물은 모두 바다로 나가는 건 아니다. 일부는 증발하지만 많은 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어간다. 강물의 높이는 인근 마을 우물의 물 높이에 영향을 주고 논에 물이 배어나오게 한다. 극심한 가뭄으로 강물이 바싹 마르면 우물도 마르고 논도 타들어간다. 물고기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가 내려 강물이 다시 흐르면 강바닥 축축한 곳에 숨죽이던 물고기가 나타나 강이 땅속과 연결되었다는 걸 잘 증명한다. 강바닥에 비닐을 깔아 방수 처리한다면 강의 생태계는 그만큼 손상된다. 강 옆에 콘크리트 제방을 깊게 파묻어 지하수맥이 차단되면 우물은 금방 마를 수 있다. 강물의 이동이 차단되면 그 지역에 생물종이 사라지고, 생물종이 사라지면 강의 자정능력은 무너진다.

강은 시간과 연결돼 있다. 봄에 올라온 실뱀장어 암컷은 중상류로 올라 몇 년을 지내다 길이와 대가리가 커질 만큼 커진 가을에 강어귀로 내려간다. 기다리던 수컷과 만나 알을 낳으러 먼 바다에 가야 한다. 낙엽이 아름다운 가을에 무리지어 올라오는 연어는 제 몸보다 낮은 강바닥에 알을 낳고 쓰러져 죽지만 부화한 어린 연어는 이듬해 봄이면 일제히 바다로 나간다. 삼사년이 지나면 알을 낳으러 어미의 체취가 서린 모천을 다시 찾을 것이다. 이른 봄마다 계곡 바위틈에 붙었던 수백 개의 알에서 올챙이로 깨어난 계곡산개구리는 흐름이 느린 곳에서 낙엽과 물이끼를 뜯으며 성장하다 이른 여름에 작은 개구리로 변태, 비가 내리는 날이면 기를 쓰고 산으로 오른다. 산에서 홀로서기를 하다 가을이 깊어지면 동면을 위해 계곡의 바위나 돌 아래로 몸을 숨길 것이다. 알 낳을 내년의 이른 봄을 기다리며. 강이 풀리면 임이 탄 배를 기다리고 여름에 미역을 감으며 가을에 천렵 즐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을의 문화와 역사를 연결하는 강은 그렇게 생태계의 사계절을 이어준다.

서해안과 남해안으로 빠져나가는 우리 강들은 해수면이 낮았던 빙하기에 옛 황하강의 지류로 이어졌다. 압록강에서 대동강, 예성강, 임진강, 한강, 금강, 영산강 들은 옛 황하강의 한 지류로 지금의 황해에서 만나고 다른 옛 황하강의 지류인 섬진강과 낙동강은 황해 아래 지역에서 만났다. 옛 황하강과 옛 양자강의 큰 지류는 대만 근처에서 거대하게 만나 바다로 흘러들었다. 동해는 옛 아무르 강 유역의 빙하가 녹아 흘러든 거대한 호수였다. 그래서 좁은 한반도에 흐르는 강은 저마다 독특한 생태계를 가진다.

한반도에는 흔히 기름종개라고 말하는 담수어류 종류가 다양하게 분포한다. 얼핏 미꾸라지처럼 보이지만 사는 곳이 다르다. 미꾸라지보다 깨끗하고 찬물에 산다. 한강은 참종개를 품고 섬진강에는 왕종개가 서식한다. 눈으로 쉽게 구별되지 않는 두 종은 자연에서 서로 만나지 못한다. 동진강에는 점줄종개가 살고 섬진강에는 줄종개가 분포하는데, 두 종류는 1960년대부터 동진강에서 만나게 되었다. 동진강으로 흘러 발전하는 섬진강의 물이 섬진강댐의 용수터널을 지나면서 잡종이 발생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남한강 상류와 금강 상류는 한 동안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에만 사는 금강모치는 두 지역에 고립돼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유전자는 거의 같다. 뿌리가 같은 것이다. 남획과 생태계 파괴로 지금은 남한에서 절종된 종어도 그랬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중국에서 도입해 복원을 연구하는 종어도 금강과 한강에 제한 분포했다.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에서 발원한 한강은 경기도 양평군 양수리를 거쳐 김포시 월곳면을 지나 황해로 나간다. 497킬로미터다. 513킬로미터의 낙동강도 흐른다. 강원도 태백의 황지에서 굽이굽이 경상북도와 경상남도를 스치며 부산 을숙도를 지나 바다로 흘러든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를 거쳐 동해로 빠지는 59킬로미터의 오십천도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한다. 백두대간에서 낙동정맥이 분기하는 해발 920미터의 삼수령이 그곳으로, 삼수령의 빗방울은 떨어지는 기슭에 따라 만나는 물고기를 달리하며 서해와 남해와 동해로 멀어졌다.

동해안으로 향하는 하천에 피라미와 버들치는 없었지만 지금은 많다. 백두대간을 헤집는 도로공사로 상류 지역의 분수계(分水界)가 파괴된 뒤 물 흐름이 섞이면서 한강과 낙동강에 살던 피라미와 버들치가 옮겨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버들개가 동해안의 하천에서 점차 드물어진다. 분수계를 교란할 게 분명한 ‘4대강 사업’은 장차 어떤 결과를 초래할까. 그로 인한 생태계 교란과 충격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내일 계속)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