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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토요 시사

4대강 개발, 하지마라 제발 부탁이다.

by anarchopists 2020. 1. 2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2/13 07:30]에 발행한 글입니다.

4대강 개발사업, 하지마라! 제발 부탁이다.

최근에 들어 세상이 나쁘게 변하고 있는 기분이다. 비상식적인 사람이 상식적인 사람을 업신여기고, 비도덕적인 사람이 도덕적인 사람을 깔보는 그런 세상으로 가고 있다. 그래서 되먹지 못한 놈이 되먹은 사람을 능멸하는 나라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환경파괴 사업을 녹색성장으로, 위험한 핵 산업을 청전 에너지산업으로, 강을 죽이는 사업을 강 살리기 사업이라고 프레임(frame: 인식의 틀)을 바꾸어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게 그것이다.

국민의 인식을 호도하고 있는 프레임 중에서 가장 으뜸인 게 풍수도참설에 의거 풍수권력을 연장하려는 ‘4대강 개발사업’이다. 이명박 정부가 시작한 ‘4대강 개발사업’이 그대로 이루어지면, 한강(남한강)ㆍ낙동강ㆍ금강ㆍ영산강 주변의 강가에 매장되어 있는 역사유물은 하나도 살아남지 않게 된다. 모조리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4대강 개발사업’은 ‘4대강 죽이기 사업’이다. 이들 강은 한반도 남단지역의 자연지세, 곧 백두대간의 바탕이며 영겁의 세월동안 선사인류를 비롯한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이 살아온 터전이다.

따라서 이들 강은 역사유물의 보고(寶庫)로서 우리민족의 삶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그곳에 묻혀 있는 곳이다. 언제 어느 때 이들 강에서 세계문화유산에 해당하는 보물이 터져 나올지 모를 일이다. 강가와 강 주변이 역사문화재의 보고라는 사실은 다음 예를 가지고도 충분히 알 수 있다.

1978년 4월 어느 날 한탄강가에서 놀던 한 미군병사에 의하여 발견된 돌덩이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곡리 아슐리안양면핵석기”(주먹도끼)임이 밝혀졌다. 바로 한탕가가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에서이다. 1960년 이전만 하더라도 세계고고학자들이 동아시아에서 주먹도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아시아 인류는 유럽지역의 인류에 비해 문화적으로 열등한 존재라는 주장을 하여왔다. 그런데 전곡리에서 주먹도끼를 사용하던 인류가 유럽지역의 인류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구석기시대를 연 인류임이 밝혀졌다. 그리고 신석기와 청동기시대를 거치면서 우리민족의 기틀을 만들어나갔다는 사실도 알게 해주었다.

또 하나 예를 들자. 지금은 충주댐으로 수몰된 남한강 상류 애곡리에 수양개라는 데가 있다. 이 지역에 1980년 여름, 대홍수가 났다. 이 탓으로 구석기시대 유물이 대량으로 강가로 밀려왔다. 이를 계기로 이 지역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2만년을 전후한 시기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나타나는 구석기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를 통해 중국ㆍ일본 등 동북아시아 후기구석기 문화전통의 전파경로가 밝혀졌다. 그리고 대규모 취락지도 발견되었다.

여기서 신석기ㆍ청동기인의 건축방법을 알게 되었다. 또 이 시대의 농경과 식생활을 알게 해주는 다양한 종류의 탄화곡물들도 집터에서 발견되었다. 이렇듯 강가는 언제 어디서 어떤 유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보물창고다. 이와 같이, 4대강유역에 매장된 역사유물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꼼꼼히 연구되고 발굴해야 할 것들이다. 그런데 이들 4대강 지역들이 시멘트에 멱살잡이를 당한다면, 역사유물은 더 이상 세상 빛을 보기가 어려워진다. 이것은 역사문화가 창출해 내는 경제가치의 엄청난 손실을 의미한다. 역사문화 관련 유물은 경제적 수치로 나타낼 수 없다.

4대강 유역에 매장되어 있을 유물은 미래의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장차 중국ㆍ일본 등과 있을 역사전쟁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문화의 원동력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개발독재에게 억압당하여 고고학적 학문적 성과가 크게 후퇴 당해왔다. 그런데도 또 다시 미신적 풍수권력을 창출하고자 한국고고학의 지속적 학문발달을 저해하는 4대강 개발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4대강 개발을 계속 강행한다면, 이는 물신(物神)에 눈이 먼 ‘역사죽이기’ 사업이었다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된다.

여기서 제안을 하나 하겠다. 지금이라도 4대강 개발사업을 중단하라. 개발에 앞서 강 주변에 대한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먼저 실시하라. 4대강 개발사업은 국가의 경제이익이나 ‘국운융성’의 기회가 못된다. 그보다는 영토의 가치훼손ㆍ자연의 생태파괴, 역사유물의 매몰ㆍ공익기능의 상실 등 오히려 ‘국운쇠망’의 위험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이제 풍수도참에 의거, 풍수권력의 연장을 꾀하려는 음모와 문화유린 행위는 시대착오임을 알아야 한다. 제발 부탁이다. 4대강 개발사업, 이제 그만 두라.(2010.2.1, 황보윤식, 천주교인천교구 정평위원/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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