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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현대판 바리사이 사회 속의 표피적이고 무감각한 인간

by anarchopists 2019. 10.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11/01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현대판 바리사이 사회 속의 표피적이고 무감각한 인간



왜 사람들은 보이는 것에만 온 신경을 쓰고 있는가? 아니, 왜 우리는 남에게 보이는 것을 그토록 중요시해야 하는가?
상대방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자, 더 멋지고 화려한 것을 보이고, 또 보려고 모두가 혈안이 되어 있는 사회에 살며 하루하루 이로 인해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에 깊은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 보이기에만 급급하여 정작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아픔과 어긋난 단면을 바라보며 과연 이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본다. 이 아픔이 주는 상처가 너무나 크고 무섭기에, 필자도 피해갈 수 없는 아픔이기에 이러한 성찰의 시간을 통해 그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하고 싶다.


성서에서는 바리사이들을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살아가는 전형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율법을 지키고, 날마다 기도하며, 그럴 듯한 말로 사람들을 가르쳤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옷을 입었고, 높은 자리에 앉았으며, 사람들에게 존경받았지만, 주님은 그들이 하는 일은 모두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 매우 꾸짖으셨다. 말만 앞서고 행동하지 않는 위선자,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라고 말씀하시며 그들의 행위를 본받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바리사이들과 같은 자들이 너무 많다. 우리 사회의 보여주는 것, 보이기 위한 것만 집착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꼭 그들과 닮아 있다. 어쩌면 내 안에도 한 명의 바리사이가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남들이 보는 곳에서는 열심히 일하는 척하고, 정직하게 보이지만 뒤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자들, 화려한 옷을 입은 자들 앞에서는 아부하고 고개를 조아리나 돌아서서는 욕하고 비방하기 일쑤이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가 보이는 행위를 그대로 믿지 못하고 일단 속마음을 의심하는 병리적 환자들이 되어버렸다.





생명존중과 안전보다는 눈앞의 이익에 타협하는 물질만능주의가 우선시되고, 정직과 성실의 가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며, 거짓과 눈속임의 약삭빠른 자들만이 살아남는 사회가 되었다. 정직한 자가 바보 소리를 듣고, 성실한 자가 인정받지 못하는 살기 어려운 사회에서 이제는 모두 누군가 볼 때만 움직이고, 보이는 위계질서에서만 책임지고 행동하려 한다. 개인으로부터 기업과 사회, 정부에 이르기까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나 파고 들어가면 온통 비리와 잘못이 없는 곳이 없다. 겉보기에 열심인 공무원의 횡령이 빈번히 일어나고, 서류만 제대로 만들면 문제가 있어도 아무렇지 않은 이상한 사회에 살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더 소중한 가치들, 이른바 생명의 가치는 땅에 떨어져 버렸다. 결국 멀쩡한 건물과 다리가 무너지는 사고들이 되풀이 되고, 수백 명을 태운 배가 가라앉았는데도 한 생명도 구하지 못하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곳곳에서 아픔의 경고들을 보내며 변화를 촉구하는데도 이마저 또 다른 눈속임과 위선으로 덧칠하는 아픈 현실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얼마나 더 엄청난 일들을 겪어야 하는가? 얼마나 더 아파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성찰하며 이제는 위선이 아닌 진실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소망한다. 위에서 계속 우롱하다 못해 농간을 부리면서 변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아래에서부터, 우리부터라도 변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1분 1초가 거짓이 없는 진실한 삶, 그런 시간을 살기 바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화려하고 멋진 모습과 지적이고 잘나 보이는 언행보다는, 보기에는 좀 바보 같고 어눌해 보일지라도 진정이 담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어디 그뿐이랴. 정직하고 성실한 자들이 인정받고 대접받는 당연한 사회가 도래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보이는 것에 온 신경을 쓰고, 외형에만 치우쳐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이 땅에 위선과 그로 인한 아픔들이 온전히 치유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과 naver, 그리고 민중의 소리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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