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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by anarchopists 2019. 10. 2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7/19 01:45]에 발행한 글입니다.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자



얼마 전 뉴스를 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의붓딸을 학대하여 숨지게 한 계모, 방치된 4남매의 소식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8살 된 아이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기도 하고 매일 폭행을 일삼다 못해 결국 사망으로 몰고 간 계모는 아이가 죽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까지 했다고 한다. 참으로 믿을 수 없는 사건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치를 떨게 만드는 무시무시한 사건이다. 한편 부모가 돌보기를 포기한 4남매는 지저분한 쓰레기 더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TV를 보며 생활하고 있어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마침내 계모와 아버지는 징역형을 선고 받았고, 방치되었던 아이들은 옆집 이웃의 신고로 보호시설로 들어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계속해서 안 좋은 소식들이 들리고 있다. 예전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모습은 현실이 얼마나 각박한지, 세상을 살아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로 가늠하게 한다. 이로 인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사람들, 자기 자식도 책임지지 못하는 못난 부모들의 과오이기에 무엇보다도 그들의 잘못을 엄중히 꾸짖고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절하다. 최소한의 책임의식도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가정을 이루고, 돈에 눈먼 자들이 어찌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 우리는 보다 신중해야 하고, 아름다운 부모의 사랑을 배우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죄인들만 무조건 비난하기에 앞서 그들도 그런 사랑을 배우지도, 받지도 못하며 살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현실 또한 녹록치 않았음을 시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잘못된 이들의 죄를 묻고 감옥에 보내면 다 해결된 것인지, 그 후 아이들은 행복할 것인지 묻고 싶다. 이는 잘못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아이들을 잘 양육할 사회적·제도적 책임을 묻는 것이고, 이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더욱 급선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사회가 어려울 때 가장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은 유약한 어린이들이다. 특히나 아무 힘도 없는 아이들은 이 나라에서 태어났다는 죄로, 부모를 잘못 만난 죄로 그들이 감당하기엔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그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겠는가? 애초에 결혼하지 말았어야 했고,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것들이라고 감히 누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정부는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눈에 보이는 임시방편의 대책만을 마련하는 데 그치지 말아야 할 것이고, 더욱이 사건이 잊힐 때가 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가는 잘못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사전에 제2의, 제3의 피해를 막는 대안이 나와야 한다. 이 나라에 태어난 생명이라면 더 이상 어떤 아이도 고통 받지 않고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복지강화의 공약을 운운하면서 개선한 현 정부의 복지정책은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후퇴만 거듭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들인 우리의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복지정책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재정이 없다는 말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적 의지와 정의의 문제이다.


필자는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재정을 수립할 수 있고, 관심만 있다면 어떻게든지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단지 중요한 것은 소외되고 힘없는 자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며, 우리 주위의 신음하고 아파하고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사랑이 아닐까 묻고 싶다. 진정 우리 사회가 엉뚱한 것에 목숨을 걸고 정신이 팔려 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길 간절한 마음으로 염원해 본다. 또한 오늘 하루도 그런 마음으로 기도하며 내 주위 이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가기 위한 작은 시도들을 하나씩 실천해보리라 다짐해본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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