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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

by anarchopists 2019. 10. 2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4/08/14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시간



가라지의 비유, 오병이어(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의 기적 이야기, 물 위를 걸으신 예수님 등. 지난 몇 주간 교회에서 드렸던 설교주제들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모든 설교의 강조점이 나를 돌아보자는 내용과 연결되어 있다. ‘다른 사람을 판단하지 말고 내 자신을 돌아보자, 다른 사람의 것을 관심 갖지 말고 내 것을 이웃과 나누자, 세상을 바꾸는 첫 걸음은 내가 바뀌는 데서 시작된다.’ 아마도 우리 교회가 지향해야 할 바를 얘기하며 나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결의에서 나온 메시지였으리라.


실제로 우리는 살아가며 많은 문제와 부딪히고 힘들어 하는데 이들을 분석해보면 상대방과 맞지 않아 갈등이 생겨서 일어난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너 때문에’, ‘너만 없다면’ 하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지나고 돌아보면 결국 그것이 내 문제였다고 고백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이 가진 문제로 내가 영향을 받거나 힘들다면 그것은 내가 그 문제와 관련되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나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라고 얘기하는가 보다.


사실 상대방 때문에 힘들어 상담을 하거나 조언을 구하면 좀 더 많은 경험을 하신 분들은 입을 모아 ‘다른 사람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네가 바뀌는 것이 더 쉽다,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네가 바뀌는 것이다’ 하는 조언을 해주신다. 귀 담아 들어야 할 좋은 말씀들임에 분명하지만 지켜 나가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나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쩌면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상대방을 향한 손가락을 거두고 내 자신을 돌아보자는 결단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말을 하기는 참 쉽지만 나를 돌아보는 것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성경에도 예수님께서 ‘다른 사람의 눈에 있는 티는 보면서 왜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고 훈계하신다. 경전에 비추자면, 내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시도가 결국 나를 바꾸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상담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을 하길 좋아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얘기는 잘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만 하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자신의 고민을 얘기하지 못하고 자꾸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자신이 고민하는 문제인 양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오늘날 우리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억압된 아픔일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 너무 다른 사람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나를 바로 볼 여유조차도 없었다. 이는 큰 손해이다. 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하는 절반의 시간만이라도 투자해서 ‘나’ 자신을 바라보고, ‘나’의 얘기를 하고, ‘나’의 문제에 집중하자.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나에게 선물하고, 나의 문제를 고치기 위해 노력하자. 내 안에서 어떤 갈급함, 아픔들이 있는지 조용히 귀기울여보자. 그리고 그 소리에 응답하는 삶을 살자. 이것이 나를 바꾸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에 대한 투자는 전혀 다른 나(좋은 부분은 더 좋아지고, 고쳐야 할 부분은 바뀌는)를 만들어 가는 결실을 가져올 것이다. 이는 그 어떤 것보다 더 값진 소득이다.


여름휴가가 한창이다. 이번 휴가는 사람들 틈에서 어수선하고 번잡하게 보내지 말고, 조용한 곳에서 나를 돌아보고, 자기를 찾아가는 특별한 쉼과 여백이 있는 휴가를 보내면 어떨까. 그 특별한 쉼이 나에게 큰 위로와 힘을 더해 줄 것이다.





*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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