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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낮은 곳에 시선두기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by anarchopists 2019. 10. 2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5/01/04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낮은 곳에 시선두기를 포기하지 마십시오!



올 겨울은 유난히 더 춥다.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을 더 춥게 느껴지게 하는 것은 우리 주위에서 들리는 각종 좋지 않은 소식들 때문이다. 여서동에 있는 ‘사랑의 행복 온도탑’의 눈금은 올 겨울의 마음이 얼마나 추운지 올라갈 줄을 모르고, 작년에 이어 참여한 ‘사랑의 몰래 산타’ 나눔은 관심과 열기가 이전만 못하고 참여와 후원이 크게 모자라 활발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바로 지금도 이 추운 겨울 쪽방에서 난방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떨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러 이유로 정부의 지원이 되지 않고, 온정의 손길 또한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외롭게 살고 있기에 그들의 겨울은 몹시도 추워 보인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고, 경기가 어려워 기업의 후원이 떨어졌으며, 개인 또한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기 이전에 나부터 챙기고자 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것이 이유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서로 돕고 함께 살아가던 우리 고유의 따스함이 이제는 완전히 잊히고 있는 것 같아 몹시도 마음이 아프다. 무엇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우리사회의 모습이지만 이 모습이 너무도 당연한 듯 생각되는 사회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사실 이제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도 잘 모른다. 혹 관심조차도 없는 것이 아닌가?



올해도 어김없이 성탄절이 다가오지만 전과 같이 캐롤송도 크게 들리지 않고, 크리스마스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물론 성직자이기에 성탄절이라는 외적인 면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 소중한 날이 성탄의 의미를 더 새겨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님의 겸손과 사랑을 본받아 우리도 더 낮은 곳을 찾아 가는 시간이 되길 소망하는 것이다. 이 귀한 날이 흥청망청 쓰고, 연인과 사랑을 나누는 시간으로만 지나가는 것도 아쉽지만, 그냥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나가 버린다면 더 가슴 아플 것이다.



사실 우리교회는 성탄절에 번쩍이는 화려한 장식도 없고 선물도 쌓여있지 않다. 소박하게 주님 오심을 기다리고 그 의미를 새기며 감사성찬례(예배)를 드린다. 또한 어려운 주위 이웃을 찾아가 함께 하고 밥 한 끼라도 대접하고자 한다.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주님이 이 땅에 오셨다고 믿기에 아기 예수의 생일이 그 사랑을 실천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성탄절도 어려운 몇 가정과 식사약속을 해 놓았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주님의 뜻을 따라 더 낮은 곳에 있는 자들과 아기 예수의 생일파티를 하고 싶은 작은 희망의 표시인 셈이다.



겨울이 추울수록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 사회의 약자들은 더 힘들고 고달프다. 주님은 그런 고통 중에 있는 자들, 낮은 자들을 찾아 오셨다. 따라서 교회의 존재이유는 그런 예수님을 본받아 더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을 찾아가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함이다. 교회뿐만 아니라 한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는, 우리에게는 그런 책임이 있다고 믿는다. 우리 주위를 한 번 돌아보면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참하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사람들은 지금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쩌면 그들이 성탄절에 우리에게 오신 아기 예수, 진정한 선물이 아닐까? 이번 겨울의 성탄절은 그런 어려움에 처한 자들과 같이 웃으며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시기 적으로 원고는 성탄즈음에 쓰여진 것이지만, 글의 시사성은 늘 현재와 다름이 없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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