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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주명철 신부 칼럼

양처럼 길(吉)한 해가 되게 하소서

by anarchopists 2019. 10. 2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5/01/23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양처럼 길(吉)한 해가 되게 하소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난 2014년은 참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다. 무엇보다 가슴 아팠던 세월호 참사와 세 모녀 자살 사건 그리고 통진당 해산 등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이 고통을 겪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우리를 힘들게 하였다. 우리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 아픔의 시간들을 보내며 불통과 절망, 계속되는 억압으로 점철된 2014년의 전철을 올해는 다시 밟지 않기를 기도한다. 사실 지금도 희망이 잘 보이지 않지만 한숨과 눈물의 지난 시간을 잘 정리하고, 2015년 새해의 희망과 각오를 서로 나누길 원한다.


2015년 새해의 태양은 변함없이 밝게 떠오르고 다시 한 해가 시작되었다. 물론 새해에도 계속되는 어려운 현실을 보며 희망을 포기하고 좌절하고 싶은 마음들을 곳곳에서 만나지만, 그래도 필자는 그들에게 다가가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었던 아픔의 시간들을 겪으며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러한 성찰의 과정을 통해 서로가 가진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치유하고 싶다. 더 좋은 사회,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새해부터 포기하고 좌절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은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행복을 누리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힘차게 움직여야 할 중요한 때인 것이다.


교수신문에서 2015년 새해를 염원하는 뜻으로 정본청원(正本淸源)이라는 사자성어를 선정하였다. 이는 ‘근본을 바로 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말로 중국 고전인 한서(漢書) ‘형법지’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무책임으로 얼룩진 2014년을 보내며 근본이 바로 잡힌 2015년이 되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좋은 말이다. 근본부터 뜯어 고치고 철저히 개혁해야 맑은 물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흐르게 될 것이다. 이외에도 ‘어지러운 상태에서 벗어나 새 나라를 건설한다.’는 뜻의 회천재조(回天再造),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길로 돌아가게 마련이다.’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 사자성어로 올라있다. 2014년이 얼마나 잘못되었으면 이런 염원을 담았을까? 2015년은 온 국민이 간절히 바라는 것처럼 잘못이 바로잡히고 올바른 우리사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사자성어의 깊은 뜻을 되새기며 몇 가지 새해의 희망을 그려본다. 첫째, 우리사회가 소통하는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담이 허물어지고 서로 신뢰하며 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불통의 지난날은 떠나보내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주며 소통할 수 있다면 희망찬 1년이 될 수 있으리라. 둘째,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 사회적 약자들이 힘을 얻고 잘 사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들이 자신의 권리를 되찾고, 그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으로 함께 하며, 더불어 행복한 사회, 모두가 웃을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셋째, 진실이 밝혀지는 사회, 정의롭고 공의로운 나라가 되기를 염원한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감춰진 모든 것들이 빛 가운데 드러나기를 바란다. 사회정의를 위해 울부짖는 그 소리가 하늘에 닿아 모든 아픔이 씻어지기를 기도한다. 넷째, 안전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꿈꾼다. 그동안의 아픔들을 교훈삼아 지난날의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기본부터 바로 잡고, 정신 똑바로 차려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를 기도한다.


사실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지만 우리가 사는 나라는 이런 소망을 이루기가 분명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노력한다면 그 간절함이 닿아 하늘에서 우리의 새해 소원을 꼭 들어주시리라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15년에는 그 마음으로 나부터 정신 차리고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더 열심히 나에게 주어진 길을 달려가고자 한다.




*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
주명철 어거스틴 신부는 대한성공회 대전교구 여수 성필립보성당 주임사제로 있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석사학위(Th.M.)를 받았다. 본당사목뿐만 아니라 시국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 성공회의 선교 불모지인 여수지역에서 활발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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