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사상

[함석헌학회] 함석헌의 한국 기독교 비판과 순령주의(純靈主義) 2

by anarchopists 2020. 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4/23 06:11]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의 한국 기독교 비판과 순령주의(純靈主義)

2. 한국 기독교 비판

“시인이기도 하신 함석헌 선생님”이란 표현을 제가 앞에서 했습니다. 함 선생님의 시인됨은 그 분이 쓰신 시에만 한정해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분이 쓴 글이, 산문의 형식을 취했다고 해도, 모두 어떤 의미에서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운율이 있고, 압축적 상징이 있고, 논리적 언어로는 도무지 보여줄 수 없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읽고 감동받고, 생각에 빠져들기는 좋지만 저처럼 개념과 논리로 생각하는 훈련을 받은 사람이 끼어들기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함 선생님은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모든 말은 결국 시입니다. 시만 시가 아니라, 과학자의 객관적인 설명이라는 말도 따지면 결국 비유요 상징입니다. 시는 그대로 못 받습니다. 마치 어떤 음식도 그대로는 생명이 될 수 없고 씹어 삭아야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는 음미해야 합니다. 음미라니 씹는다는 말입니다. 삼켜서는 아니 됩니다. 우물우물 될수록 오래 씹으면서 이리 맛보고 저리 맛봐야 합니다. 그러면 말로 할 수 없는 맛이 납니다. 그것이 시입니다. 말의 원형이 없어진 데가 시입니다
(“종교인은 죽었다,” 16:256)

함석헌 선생님의 글 전체가 시입니다. 그러므로 음미의 대상일 뿐 분석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씹고 또 씹으면서 맛을 보아야 할 글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너무 과장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분의 글에는 주장이 있고, 반복해서 등장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그 분 나름으로 고유한 해석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 같은 설익은 학자가 끼어들 틈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저의 관심은 함석헌 선생님이 한국 기독교를 왜, 어떻게 비판했나 알아보는 일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 볼까 생각하다가 새로 나온 『함석헌저작집』16권 『한국의 기독교는 무엇을 하려는가』에 반복해서 나오는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는 말씀에 대한 함 선생님의 이해를 따라가면서 그 분의 비판에 깔린 근본 사상이 무엇인지 파악해 보는 일을 저의 과제로 정했습니다.

누가복음 17장 21절에 나오는 이 말씀을 함 선생님이 언급하거나 강조하거나 설명하는 곳은 크게 세 군데입니다. 하나는 1951년 『성서연구』에 실린 「새 시대의 하나님」이란 글에 나타나 있습니다. 이 글은 『함석헌저작집』16권에는 거의 끝 부분(291-297)에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쓴 순서로 보면 이 책에 실린 글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쓴 글입니다.

두 번째 언급은 1956년 『사상계』에 「한국의 기독교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실은 후, 윤형중 신부와 몇 차례 논쟁을 벌이면서 쓴 글들에 드러나 있습니다. 「윤형중 신부에게는 할 말이 없다」(1957년), 「사자냐 아메바냐」(1958년) 그리고 한참 뒤에 쓴 「한국기독교의 오늘날 설 자리」(1977년)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을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는, 사실상 16권에는 앞에서 두 번째 나오는 글입니다만 실제로는 이 책 가운데서 가장 늦은 시기인 1982년 봄 부산성공회수녀원에서 하신 강연으로 ‘그리스도와 내면적 일체’라는 부제를  단「믿음의 내면화」라는 글(16:27-76)입니다. 함 선생님은 이 글에서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는 말씀을 거듭 강조하면서 이 말을 언급하고 뜻을 풀이하고 있습니다. 누가복음에만 단 한번 나오는 이 말씀을 함 선생님이 거듭해서 풀이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세 단계로 나누어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강영안, 내일 계속)

강영안 선생님은
강영안 교수님은 경남 삼천포에서 자라나셨다. 네덜란드(和蘭) 자유대학에서 철학박사를 취득하고 서강대학교 철학교수로 재직 중이시다 [주체는 죽었는가? 타인의 얼굴, 자연과 자유 사이, 철학은 무엇인가? 강영안 철학이야기] 등 주옥한 같은 철학 저서를 출판하여 한국 철학계의 거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기독교 사회운동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윤실(기도교윤리실천워원회)의 총무와 대표를 역임하였다. 특히 기독교 서적으로는 사도신경강해에 해당하는 [신을 모르는 시대의 하나님]과 [강영안교수의 십계명 강의]를 출판하였는데 매우 권위 있고 박학다식한 기독교 지식과 논리가 용해되어 있습니다. 현재 학술연구재단의 역사철학단장으로 임명되어 대덕 한국연구원 역사철학 과장으로 파견 근무 중에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