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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사상

함석헌의 탈바꿈(개혁-혁명-진화) 사상 5

by anarchopists 2020. 1. 1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5/1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의 탈바꿈(개혁-혁명-진화) 사상

4. 함석헌은 민족주의자인가
여기서 민족주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민족은 ‘전체’를 대표하는 것인가. 함석헌은 ‘나’와 민족을 부분과 전체의 관계로 분석한다. “사람은 개인으로 살지만 또 민족으로 살아간다. 민족으로 삶이 있기 때문에 개인의 삶이 있을 수 있다. 이날까지 몇 천 년 민족으로 살아온 전체가 없다면 ‘나’란 것은 있을 수 없다.”(전집9:298) 그는 민족도 ‘하나의 살아있는 인격’, ‘인격적 존재’로 친다. (근래 ‘국격’(國格)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미(1970) 함석헌이 말한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들은 함석헌처럼 전체론적 의미에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그의 풍모가 풍기듯이 함석헌이 완고한 민족주의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의 입장은 단순한 민족주의를 넘어서 있다. 더구나 닫힌 또는 국수주의적 민족주의자는 아니다. 스스로 ‘세계주의자’임을 고백한다, 세계연방을 주장한 역사가 웰스(H.G. Wells)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사회진화론자인 함석헌은 민족이나 민족주의에 집착하지 않는다. 다만 민족주의 시대에는 민족이 제 기능을 다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맥락에서 신라보다 고구려가 더 큰 역할을 했다면 수난의 여왕이 민족에게 다행이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가졌을 뿐이다. 고구려 폐망이후 한민족이 주변 국가들에 당한 고통이 덜했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우리에게는 세계사적 사명이 주어져있다.(2:301) 그는 세계평화의 주체가 다름 아닌 ‘수난의 여왕’ 이 민족일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물질문명에선 학대만 받은“ 이 민족 안에서 “새 인간의 씨가 나올 것”이다.(14:22-3)

개체는 세포보다 한 층 더 높은 생명이지만, 민족은 개인보다는 한 층 더 높은 생명이다. 개인의 참 삶은 “민족 전체가 보다 높은 자아의식에 이르러서만 될 수 있다.” 보다 높은 전체의식이 생겨나야 한다. 그러나 그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민족이 전체라 했지만 민족도 궁극의 전체는 아니다.” 민족의 밑바닥에는 민족의 총합보다 큰 인류 전체가 있다. 그러나 인류도 마지막 전체가 아니고 그 밑에는 우주라는 더 크고 신비스런 전체가 있다. 그의 선견지명은 이렇게 나타난다.

“나라는 세계 안에서만 서 갈 수 있다. 살리는 것은 전체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있어서 부분을 살린다. 국가, 국민, 민족 할 때 사람들은 나라에서 전체를 보았다. 그러나 이제는 전체는 보다 더 큰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것이 세계, 그보다도, 우주다. 이제 우주시대다.”(3:253)

이렇듯, 민족을 넘어 세계로, 세계를 넘어 우주로 그의 통찰시각은 확대된다. 여기에 인간만이 아닌 환경전체를 생각하는 생태학의 근거가 들어있다. 전체의식의 면에서 “우리의 (의식의) 자람에 따라 보다 더 크게 (전체 속에 담지 되어 있는) 하나님을 체험”하게 된다. “이 자라는 전체라는 역리적인 생각이 우리 인간의 자각운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 자각은 점진적인 인식 과정이지만 때로는 비약을 수반한다. 깨달음의 양면성이 내포된다. 나선형 사관과 부합하는 이러한 상승과정의 맥락에서 볼 때, “이제 민족 지상(至上)이니 민족 신성이니 하는 신화는 다시 있을 수 없는 것이 알려졌다”(9:299)는 말은 당연하게 들린다. 다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아직 민족국가 시대에 머물러있다. 발 빠른 이행이 요구된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생각하는 주체는 개인이었지만, 앞으로 인류 살림의 생각하는 주체는 커뮤니티(공동체)이다, 그런 역사의 진화단계가 지금이다.”(9:390)

(그가 왜 ‘같이 살기 운동’을 제창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생각하는 주체가 개인이 아니고 우주까지 확대된 전체이다. “내가 생각함으로써 우주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우주가 나를 낳은 것이다.”(3:255)
따라서 함석헌은 세계주의(cosmopolitanism. globalism)를 지향하는 민족주의자라 할 수 있다. (김영호 내일 계속)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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