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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함석헌 사상

함석헌 탕바꿈(개혁-혁명-진화)사상 8

by anarchopists 2020. 1. 1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5/2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의 탈바꿈(개혁-혁명-진화) 사상

6. 맺는말(2)
그렇다면 개인으로서 할일이 무엇인가. 질서의 대전환은 큰 테두리에서는 신의 영역, 하나님의 뜻에 속한다. 언제라도 ‘도둑 같이’ 올 수 있다. 그렇다고 개인의 인간적 노력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흐름에 합류, 참여하기 위해서 역사와 사회를 깊이 ‘생각’하고 달관하면서 의식과 인격의 변화에 힘써야 한다. 이기심과 사사로운 욕심을 버리고 공익정신에 투철해야 한다. 내 안에서 그 단초를 찾아내야 한다. 국토분단의 근원도 우리 인격의 자기분열에 있다.(2:384) 양심의 불씨와 신성(불성)을 살려내야 한다. 그것이 ‘씨알’이다. 씨알을 찾아내서 기르고 꽃피워야 한다. 그에게 비판과 저항만 있지 실천방법론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현실극복(破邪)과 이상제시(顯正)의 길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면 구체적인 행동방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집단적인 혁명인가, 제도의 개혁인가. 정치적 혁명은 대개 폭력운동이고 계급적이기 때문에 참 혁명이 아니고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는 역사상 모든 혁명은 실패했다고 판정하고 진정한 혁명의 길을 제시한다.

그러면 남은 길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하는�것이다. 죄악적인 제도는 누가 깨치느냐, 내가 해야 한다. 혁명은 누가 하느냐. 내가 해야 한다. 나 아니고는 절대 될 수 없다.... 나지 나밖에 사람은 없다.... 내가 아는 건 나요,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나요, 내가 죽여도 좋은 건 나다. 나뿐이다. 그러면 이것밖에 길이 없지 않나?
(2:159)

그렇다면, 주체가 개인보다 전체에 있다는 주장은 어디 갔나? 함석헌은 그 의문을 예상하듯 이렇게 말한다.

나는 개인 아니다. 나는 아버지 전체(全體)와 같이 있는 나지, 개인이 아니다. 개인이란 것은 거짓 것이다.... 참 삶에 개인은 없다. 내가 살려고 짐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이 개인주의지, 전체를 섬기려고 짐을 내 등에 지는 것은,... 나를 제단 위에 불사르는 것은 개인주의가 아니다. 이 날까지 역사는 개인 아닌 개인이 자기희생의 피에서만 수혈을 얻어 멸망을 피해 왔다. 모든 참 생명적인 혁명은 따져 들어가면 다 어느 가슴에서 나왔다. (2:159-60)

함석헌의 삶과 사상은 다양한 탈바꿈 주제들로 점철되어 있다. 이 탈바꿈은 대개 인류 진화에 필요한 틀 바꿈 즉 패러다임 전환에 해당한다. 민중 사상, 비폭력,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극복, 전체론적 사고 등이 새 시대, 후천개벽 시대에 요구되는 가치와 이상들이다. 그것이 실현되면 ‘뒤로 돌아 앞으로 가’ 하듯이 앞선 자가 뒤서고 뒤선 자가 앞서듯 선후가 뒤바뀐다. 씨알이 움트고 자라서 씨알이 주인이 되는 씨알세상이 될 때 보이는 그림이다.

시대를 한 발 앞서간 선각자 함석헌이 후대의 몫으로 남겨놓은 주제와 과제들은 인류가 다음 단계로 이행하기 위해서 넘어야할 언덕들이다. 함석헌은 우리가 주체성 있는 한국인으로서나 세계인으로서 통과해야할 관문이다. 끝내는 함석헌까지 넘어서야 한다. 그것이 ‘통과’의 뜻이기도 하다. 함석헌은 우리가 다음 진화단계로 이행하기 위한 발판일 뿐이다. 그런데 (그를 안다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광신적인 행태로까지 발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이지만, 함석헌을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앎이 병통이 된다. 그것이 많은 종교신자들이 빠진 함정이기도 하다. 말씀을 몸으로 체득하고 체화하지 않으면 배움은 허사다. 체화(realization)는 깨달음과 실천을 수반한다. 함석헌이 되라! 부처가 되라, 예수가 되라! 그보다 먼저, 사람이 되라! 그러기 위해서 함석헌은 우리에게 자기 혁명과 탈바꿈(기질변화)를 요구한다.(김영호 끝)

김영호 선생님은
인문학의 몇 분야를 방황하면서 가로질러 수학, 연구(스톡홀름대, 하버드대 펠로우), 강사(연세대 숭실대), 교수(인하대, 현재 명예교수)로 일했다.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그의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다원주의다. 다원주의를 통해 민족분단. 사회 및 지역 갈등, 종교간 갈등 등 한국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극복하기위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그의 사상적 준거는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이다. 그 동안,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079)에 관여,『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맡기도 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학회장직을 맡고 있다.(2015년 12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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