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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함석헌의 종교문화비판과 종교평화2

by anarchopists 2019. 11. 1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9/2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의 종교문화비판과 종교평화2



“바울이 「로마서」에 써서 보낸 새 종교는 한마디로 하면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성품을 다해” 하나님을 아버지로 사랑하고 “또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는 것이다. 곧 모든 것을 하나님 안에 하나로 통일하자는 강한 윤리적 종교이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영원의 뱃길 19, 한길사, 1985, 18쪽)

  모든 종교 혹은 모든 사람이 신의 실재 안에서 하나로 통(通)한다. 동시에 또 다른 차원의 하나로 통(統)한다는 것 혹은 본줄기로서 하나가 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이다. 사랑만이 마치 하나인 듯이 살 수가 있고, 하나인 것처럼 공존할 수가 있다. 실상은 모두가 개별자이지만 그 개별자를 하나로 이을 수 있는 것은 신의 존재 안에서 신의 사랑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 가능의 조건이자 인간 가능의 조건이다. 존재자의 가능 조건은 최소한 ‘윤리적 종교’에 부합하는 사랑-안에-있음이다. 윤리적 종교는 신과 인간의 관계적 행위, 인간과 인간의 관계적 태도나 습관(mores)으로 일관하는 통일성을 부여한다. 이것이 없다면 종교의 생명력은 자신의 존립 기반 자체를 상실하고 말 것이다.


  나아가 평화와 통일은 관계의 문제인데, 이것은 사랑의 현존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나가 되자, 즉 사회적 평화, 정치적 평화, 종교적 평화, 국제적 평화, 이념적 평화, 남북한의 평화를 이룩하자는 것은 결국 사랑 안에서, 사랑을 통하여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신의 궁극이 사랑인 것처럼, 인간의 본성 또한 사랑이라면 사랑은 서로 다른 존재를 존중하고 포용할 줄 안다. 그러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은 생각을 나누는 소통이 요구된다. “생각은 소통하는 데 있습니다. 내 생각만 고집을 해서는 발달이 없습니다.”(함석헌, 함석헌전집 영원의 뱃길 19, 한길사, 1985, 368-369쪽) 사랑은 자기가 아니라 타자를 더 생각하고 배려하기 때문에, 그 사랑의 힘을 통하여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이해하고자 한다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막히지 않은 속트임[소통]이 일어난다. 그런데 여기에도 막힘[불통]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내 생각만을 고집하는 것인데, 그 경우에 하나로 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함석헌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종교에 있어서 신이 사람을 건지기보다는 사람에 의하여 신이 타락하는 일이 더 많다. 종파, 교파, 교회 하는 것은 사실 그 옛날 원시시대의 부족신이 모양을 변하며 나타난 것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끼리끼리의 감정이 주장이 된다.”(함석헌, 함석헌전집 두려워 말고 외치라 11, 한길사, 1984, 377쪽) “모든 종교는 하나다 하는 사상이 기독교에서도 불교에서도 인도교에서도 나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요, 이야말로 앞으로 하나인 세계의 종교아닐까?”(함석헌, 함석헌전집 두려워 말고 외치라 11, 한길사, 1984, 378)

막힘은 분열의 원인이 된다. 나아가 불통은 너와 나로 갈라서게 한다. 상호간의 막힘은 신을 욕되게 한다. 신을 욕보이는 종교는 이미 신과의 막힘뿐만 아니라 서로의 막힘으로 인해 불통의 극단적 현상을 초래한다. 바로 종단, 교파는 그러한 초월자와의 불통, 상호주관적 불통을 해소하지 못하고 하나가 여럿으로 된 것에 대한 결과이다. 불통은 갈등이 증폭되어 불화하게 되고 반목을 가져온다. 그 모든 원인은 신 안에서의 사랑을 핵심으로 하는 윤리적 종교가 되지 못해서이다. “모든 종교는 하나다.”라는 말은 너와 나의 차이를 모두 없애고 같은 계통, 같은 무리가 되어 같은 철학․신앙․사유․행위 등으로 전체주의화하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종교는 하나다.”라는 말은 “모든 종교는 사랑이다.”라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 하나가 된다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이고, 사랑하게 될 때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의 넓이나 깊이, 생각-함의 사유 방식과 행위는 서로 다를지라도 사랑 안에 녹아들면 그 지평을 공유할 있게 된다.


  생각은 자신의 삶의 지평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지만 사랑은 어떠한 지평이라도 넘어서서 자신을 나타내기 때문에 다른 생각, 입장, 주의, 주장을 넉넉하게 품을 수 있다. 따라서 종교는 사랑 안에서 윤리적 이성을 가지고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모두가 하나가 되는 새로운 종교를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세계로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그리스도인이 자신의 신앙고백이 진리라고 믿는 동안에는 다른 신앙을 고백하는 자에게 다른 식으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경쟁하는 두 종파가 불신앙에 대항하여 서로 연합을 도모한다면, 그들은 그것으로써 이미 불신앙과 죽음이 자신의 심장부에까지 파고들어 왔음을 선언하는 셈이 된다.”(알렉세이 호먀코프, 허선화 옮김, 교회는 하나다/ 서구 신앙 고백에 대한 정교 그리스도인의 몇 마디, 지식을만드는지식, 2010, 152쪽)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천지일보/KP).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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