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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칼럼

씨알의 융합철학

by anarchopists 2019. 11. 7.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12/29 06:00]에 발행한 글입니다.


씨알의 융합철학


  용띠의 해. 올해도 이틀 밖에 남지를 않았다. 늘 그렇듯 인간은 역사의 사건들을 하나 둘씩 기억 속에 남기고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올해의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사건들을 돌이켜 성찰해보면 슬프고도 절망스러운 ‘대선’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이 된 경우에는 기쁨과 희망이라고 말하겠지만 말이다. 필자는 이번 대선을 통하여 다시 한 번 함석헌의 ‘생각’과 ‘정신’이 옳(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백성들의 이성과 감성은 여전히 과거 우리나라의 근대 산업사회의 향수로 퇴행하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대선 승리자가 안고 있는 트라우마와 일치시키거나 투사하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인간의 이성을 짓밟고 자연을 유린하여 얻은 경제적 성장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MB의 콘크리트 정치는 전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백성들은 입을 것, 먹을 것, 잘 곳을 걱정하며-사실 많은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에서 그럴 뿐임에도-퇴행적 정치경제를 갈망하고 있으니, 우리의 성숙한 시민이성, 도덕감 그리고 초월적 정신과 생각은 참으로 무능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분노한 사람들은 자괴감에 빠져 이 정치적 현실을 개탄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암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함석헌의 정신을 계승하거나 동조하면서, 그에 걸맞은 사유와 실천을 전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제부터가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새롭게 정신을 가다듬고 혁신된 전략과 운동으로 향후 정치를 철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진일
보된 철학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필자는 일전에 황보윤식 선생님이 제안하신 ‘융합철학’(融合哲學)으로 바탕틀을 짜야 한다고 본다. 함석헌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총체적․전체적으로 묶어내는 사유가 바로 그것이다. 융합철학은 정치․교육․사회․여성․경제․환경․통일․종교․문화 등의 얼개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 한 점, 하나의 빛, 보편성으로 모을 수 있는 철학임을 명백히 한다. 물론 융합철학은 모든 학문적 영역과 삶의 영역을 무차별적으로 혼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생물학적 토대 위에서 타학문과의 교류 및 대화를 모색하는 통섭(consilience)과도 다르다. 나아가 융합철학은 보편성을 지향하지만 전체주의적 폭력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융합철학은 ‘여럿이 모여서 하나로 합침’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제한적인 의미로만 파악될 수 있기에 좀 더 세부적으로 개념의 뜻을 길어 올려야 한다. 다시 말해서 융합은 각기의 장소, 시간, 개념, 영역, 사건 등을 버리고 하나로 합쳐져서 그 개별성이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하나의[큰] 보편성, 하나의[큰] 생각, 하나의[큰] 정신으로 모아지기 위해서 잠정적으로 녹아있을 뿐이지 개별성과 특수성이 희석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함석헌이 말한 ‘생각’, ‘정신’으로 모아지기 위해서 통하는[通/融]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해서 화합[融]하는 것이다. 모두가 서로 다르지만 서로 꼭 일치하고 들어맞기 위해서 조화를 이루는 것, 그것이 융합철학이라 볼 수 있다.


  이제 정치 지도자를 판단/비판할 때, 가져야 하는 씨알의 시각은 서로 다르지만 큰 이성, 큰 정신, 큰 생각을 모으기 위해서 다양한 영역들과 관심사들은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함석헌이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도 생각과 정신을 근본으로 한 융합적 시각이었다면, 씨알도 정치 현상 하나만이 아니라 정치와 교육, 정치와 종교, 정치와 경제, 정치와 문화, 정치와 환경, 정치와 여성이라는 카테고리처럼  둘 혹은 셋 등 여러 측면의 통찰을 통하여 그야말로 생각을 모아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이 ‘대중적 보수주의’로 나타난 것은 국민들이 융합철학적 사고나 시각을 갖지 못하고 단선적 사고에 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씨알이 견지하고 지향해야 할 철학은 융합철학이어야 한다. 이러한 철학을 가지고 백성을 계몽하고 차기 정권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씨알이 먼저 새로운 철학으로 무장되어 있는 한 새로운 세계,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은 다시 한 번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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