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함석헌평화연구소/김영호 교수 칼럼

함석헌의 이상과 오늘의 현실-교육 1

by anarchopists 2019. 12.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3/2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함석헌의 이상과 오늘의 현실 (2)

교육(1)

[함석헌의 이상]
교육은 학습자가 흥미를 일으키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런 인격적인 흥미 없이 고통을 피하기 위해 하는 것이면 어떤 내용의 것임을 막론하고 그것은 교육이 아니다
. 이렇게 볼 때 지금 학교는 거의 교육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잘 되었어도 학생 자신이 잘된 것이요, 잘못되었어도 학생 자신이 잘못된 것이지, 학교의 힘이 별로 없다. 졸업증이 있어야 출세한다는 사회제도 때문에 학교가 있는 것이지, 결코 학교가 아니고는 사람이 될 수 없다 해서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라도 지금 학교에서 얻는 것을 학교 말고도 도서관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다. 그럼 지금 학교가 있는 것은 엄정히 말하면, 교육의 필요를 위해서가 아니고 다른 필요, 가령 말하자면, 지식인의 농민지배라든가 지배계급의 자기옹호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있는 것이다.

교육은 위에서 말한 것 같이 어버이 마음이 하는 것이므로 그것은 은의(恩義) 관계로 되는 것이다
... 그런데 지금은 교사도 학생도 다 서로 매매관계로 만나지 결코 은의의 감사한 심리로 만나지 않는다. 교사는 지식을 소매하는 사람이고, 학생은 또 자기도 후일에 장사하기 위해 그 밑천을 만들려고 그 지식을 사고 있다. 그러면 인격적, 윤리적인 것은 전연 없다. 그리고 교육이라면 사람 되기 위한 일이기 때문에 구경에 있어 인간교육이요 윤리교육이지, 지능교육이란 없다. 지(知)요, 능(能)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인격적인 지요, 능이지 단순한 동물적인 지능이라면 교육이랄 것이 없다. 교육은 인간에게만 있는 일이다. 인간성을 도야하겠다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단순한 동물적인 생존욕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교육이 아니다. 그것은 동물에도 있다. 그리고 영리심이란 결국 생존욕의 발로다.

교육이 인격적 접촉을 통해서 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인격관계는 정의(情意)의 관계이기 때문에 수와 거리에 반비례한다. 같은 사람을 멀리서 보아 다르고 손을 잡고 이야기해 보아 다른 것이요, 같은 말을 열이 들어 다르고 스물이 들어 다르다. 고로 교회나 학교는 적을수록 이상이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상품을 만들어 주는 기술자를 요구했고 반드시 인격이 필요하지 않았으므로, 제국주의가 한참 성할 때 될수록 많은 사람을 될수록 빨리 교육하자고 대규모식의 학교를 세웠다. 그리하여 오늘날 학교교육 제도가 생겼다. 그러고 보면 그것은 공장이지 학교가 아니다. 거기서는 아동이라는 원료를 넣고 교사라는 기술직공이 교수라는 기계작업을 하면 다수의 제품이 나온다. 그러면 일정한 격이 있어서 거기 맞으면 상품으로 나가고 맞지 않는 것은 아낌없이 내버림을 당한다. 공장주는 채산이 목적이지 그 개체의 운명은 문제로 삼지 않는다.

더구나 근래에 보기 싫은 것은 소위 우량학교라는 것이다. 그 소위 우량이란 것은 고관의 자녀가 많이 간다는 말이요, 입학 경쟁률이 높다는 말이다. 인간이란 어리석은 것이어서 교사도 부형도 그 교육정신보다도 우선 경쟁이 심한 데 입학했다는 데 일종의 우월감을 느낀다. 또 우량이 정말 우량이라 하더라도 그 한두 학교 때문에 다른 학교가 받는 해는 거기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것은 다 지나간 시대의 제국주의적인 사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소위 우량학교의 거물급 교장이란 것을 보면 배만 뚱뚱했지 그 속에서는 케케묵은 냄새가 난다. 그런 것이 시대의 요구에 응하는 인물을 길러낼 리가 없다. 그런 학교 뒤에는 다 뒤에 서 있는 물건이 있다. 그것은 청소년의 피를 빨아먹고 크는 특권계급이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썩은 영달주의, 출세주의의 교육뿐 아닌가.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옛날부터 관존민비의 폐해가 심한데 거기다 서구로부터 생존경쟁 사상이 들어왔으므로 그것이 그만 도도한 풍이 되어, 어느 부모도 교육에 미친 듯이 떠들지만 그 실은 교육을 위한 것이 아니요, 출세의 한 수단으로 그리한다.

그리하여 책임감이 없어지고 그 결과로 폭력주의, 책략주의, 고식주의가 성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고상한 것, 영원한 것, 엄숙한 것, 거룩한 것, 우수한 것을 구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극도로 일시적인, 기분적인, 육감적인, 이기적인 것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자는 내놓고 영리적이 됐고 학생은 망나니가 돼 버렸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이다. 모든 제도, 표준이 자본주의 경제조직 위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이제 그것이 실생활의 요구와 들어맞을 수 없게 됐다. 그러므로 그 제도 위에서는 교육은 자연히 모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이 고쳐지지 않는 한 민중은 노동을 해도 어디선지 모르게 빨아먹는 흡혈충 때문에 빈혈이 되어 늘 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위에 서게 되고, 경제적으로 불리하면 어쩔 수 없이 사회의 잘못으로부터 오는 불행을 도맡게 된다.

위에서 현 교육의 잘못되는 직접 윈인으로 든 여러 조건을 하나로 묶어 말하면 사회에 윤리적 질서가 없다는 말인데, 그 질서가 서지 못하는 원인은 이 자본주의에 있다. 윤리적 질서라니, 다른 말 아니고 각 사람의 인격을 존중한다는 말인데, 자본주의는 형식적으로는 자유나 인격주의와 일치되는 것이므로 제도상으로는 계급도 없고 인격의 차별도 없다. 그러나 이 돈이라는 중간 마녀를 씀으로써 사실상은 도덕은 상층 계급에만 있지, 하층 계급에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회의 권위가 없다는 것은 지배자들이 자기네 이익을 위하여 정의를 매수 혹은 독점했기 때문이다.

그럼 우리는 왜 같은 자본주의시대를 만나면서도 완전한 통일민족이 못 됐나? 그것은 다른 것 아니요, 서민 계급이 발달 못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류사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예를 든다면, 그들이 명치유신에 성공하고 자본주의 국가로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은 덕천막부 300년 시대에 서민이 어느 정도 발달했기 때문이다.

36년간 일본식민지였다는 것은 일본의 자본가가 자기 국내의 문제를 피하려고 내다버리는 짐을 맡았던 것이요, 지금은 미국, 중국, 소련이 자기네가 앞서 가노라고 그 지배자들이 제 나라에서 문제된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것을 맡은 것이다. 그것은 또 왜 그렇게 됐나? 이 나라 역대의 위정자라는 놈들이 민중을 짜먹기만 하고 조금도 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착취자도 좀 꾀있는 착취자는 어느 정도 길러가며 짜먹는 것인데, 이 나라 착취자는 어리석어 기르지는 않고 짜먹기만 했다. 그런고로 저도 쇠약하여 보다 강한 놈이 왔을 때는 한가지로 짜먹히는 종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나라는 국민정신, 국민도덕이 없는 나라다. 목표 없는 민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형식뿐이지, 아무 이념이 없다. 그럼 국민정신이 부족한 것은 또 원인이 무엇인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다. 생각이란 다른 것 아니요, 물질을 정신화함이다. 없는 데서 있는 것은 창조해 냄이다... 인도를 인도로 만든 것도 생각이요, 히브리를 히브리로 만든 것도 생각이다. 철학하지 않는 인종은 살 수 없다. 그런데 이 나라는 고유철학이 없는 나라다. 그러면 이 비참은 당연한 것 아닌가? 물질적 가난은 정신적 가난의 상징적인 표시일 뿐이다. 정신이 끊어지는 때에 이집트 문명은 땅 속으로 들어갔고, 정신이 일어나는 때에 아테네는 세계를 얻었다.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결점은 생각이 깊지 못한 것이다... 살려거든 생각해야 한다. 제 철학을 가지고, 제 종교를 가지고, 제 역사를 가지고, 제 세계를 가져야 한다. (2011. 3,29, 김영호, 내일계속)
김영호 교수님은
인하대학교 명예교수다. 선생님의 전공은 종교철학(원효사상)으로, 세계관의 큰 틀(패러다임)은 함석헌과 크리슈나무르티에서 영향을 받은 다원주의다.

선생님은 늘 사회변혁을 갈망하였다. 하여 해외 민주화운동의 도구인 민중신문』(캐나다) 창간(1979)에 간여하였으며,『씨알의 소리』편집위원, 함석헌기념사업회 씨알사상연구원장을 지낸 바 있다. 지금은 함석헌평화포럼 공동대표와 함석헌학회 부회장 학술위원장직을 거쳐 함석헌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2011년 8월 현재)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사진은 인터넷 다움에서 따온 것임, 본문 기사와 관계없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