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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통일농업을 할 때가 아닌가.

by anarchopists 2019. 12.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09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통일농업, 지금이 아니면 늦는다.

1. 한반도의 자연환경은 한강을 중심으로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북과 평야지대가 비교적 많은 남으로 구분된다. 그래서 한반도에 살아온 사람들이 수천 년간, 농업으로 생계를 유지해오면서 한반도의 농업구도는 남의 미작지대, 북의 잡곡지대가 자연분업화 되었다. 그리고 자원조건상, 북의 풍부한 지하자원은 제2차 산업의 발달에 유용하고, 남의 발달된 임야ㆍ평야ㆍ바다는 농어업 및 축산업 발달에 필요조건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는 남북의 자연ㆍ지리조건상 자연분업을 통하여 한반도의 균형 있는 경제발전이 가능케 되어 있다.

그러나 1940년대 제국주의국가들의 힘의 강제와 민족 내부의 분단세력에 의하여 남북이 분단된 이후, 한반도공동체의 전체 구성원들은 자연분업을 파괴당한 채, 인위적으로 자연을 조작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더구나 지구촌은 세계 각국의 공업화에 따른 에너지 남용으로 급기야 환경공해를 일으켜 인위적인 기상이변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결과 지구촌 곳곳에서 엘니뇨ㆍ라니뇨현상으로 홍수피해ㆍ가뭄피해가 발생하여 농작물ㆍ사료생산이 급격히 감소되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주변부자본주의국가인 남쪽 정부가 ‘산업기술을 개발하여 그 수출이익으로 값싼 식량을 구입’하겠다는 무역전략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으로 생각된다.

또 북은 산간지역이 많은 까닭에 증가되는 인구에 비하여 절대농지가 부족하고 1980년대, 같은 사회주의국가들의 붕괴와 동시에 그들 국가와 경제교류가 막히면서 자연개조운동과 주체농법 등을 통한 식량자급체제 완성을 서둘러 왔다. 그러나 자연개조운동은 자연생태계를 파괴하였고 밀식재배 방식을 통한 주체농법은 거꾸로 농산물수확량을 급감시켜 몇 년 전만 해도 절대식량의 부족 등으로 아동들이 아사하는 비참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한반도의 농업사정이 이러할 때, 오늘날 중심부자본주의국가들은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과 WTO(자유무역체제)를 통하여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창안하고, 주변부자본주의국가들에게 강제된 자유무역체제(FTA)로 편입을 강요하고 있다. 그럼에도 남쪽정부는 FTA협상을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이 결과, 공산품 수출을 위한 희생물로 메가톤급 벼락이 남쪽의 농업경제를 강타하리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남북이 모두 식량안보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이때야말로 한반도의 자연분업구도를 회복하는 통일농업과 식량주권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2. 농업은 우리 인간에게 식량과 공업원료를 조달하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경제적 기능 이외에도 국토와 환경을 보전하고 전통문화를 계승하며 인간의 정서를 순화시켜주는 구실을 한다. 즉 농업은 생산적 기능 이외 공익적 기능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농업이라고 말하면 흔히 논과 밭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에는 논ㆍ밭 이외에도 토양과 물, 그리고 그것에 이웃해 있는 산림과 초지, 또 그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미생물, 곤충, 작은 짐승들이 상호 영향을 주며 살아가는 종합적 지역생태계를 포괄한다.

그러나 남북은 일제시대 이래 모두 이러한 지역생태계를 파괴하는 기술농업ㆍ화학농법을 계속 채용함으로써 결국은 농업생산물과 환경생산 효과를 모두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제까지 남북의 농업은 일제강점기 이래 ‘주 농업’ 생산에 영향을 끼치는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집약적 농업을 통해 단위면적당 생산량만 높이고자 지나친 화학비료와 농약을 투하하였다. 그 결과 미생물과 곤충, 작은 짐승들(들쥐, 뱀 등 땅 밑 짐승)을 죽임으로써 농업생태계를 파괴하였다. 그랬음에도, 식량문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환경파괴와 함께 식품의 안전성마저 위협받는 음식문화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일반적 남북의 농업현실을 토대로 이제부터 농업부문에서 민족동질성회복과 조국통일을 바라보는 바람직한 통일농업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남북 사이에 경제교류가 시작된 것은 80년대 중반 남한에 수재가 있었을 때 북한이 인도적 차원의 구호물자를 보내온 데서 시작되었다(1984년 북쪽의 수해시, 남쪽이 먼저 구호물자 북송을 제의 했지만 북은 이를 거절하였다). 그 후 본격적인 남북 사이 물자교류는 남의 노태우정권시 <7.7선언>과 <10.7 대북한 경제교류 허용 방침>(1988) 등 대북한 개방조치 이후이다.

남쪽의 이와 같은 남북경제교류 배경에는 사실상 정치적으로 대북정책의 전환과 원자재 공급원의 확보, 북의 저렴한 인력을 활용코자 하는 남쪽기업의 얄팍한 경제적 잇속이 숨어 있었다. 다시 말하면, 민족동질성회복, 조국통일과는 거리가 먼 비순수한 남북교류였다. 그러나 오늘의 세계경제는 지역주의화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NAFTA, ASEAN, EU 등 FTA) 이러한 입장에서 볼 때, 남북의 경제교류는 다른 지역별 시장통합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족동질감, 동일한 언어, 그리고 장기적으로 민족통일이라는 한반도 전체 구성원의 기대감이 그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의 경제교류는 정치적ㆍ이념적 문제, 정치적 감정 내지는 권력기구간의 갈등에 의해 좌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또 현재 북의 경제수준 특히, 악화된 식량사정을 장기적으로 방치한 상태에서는 결코 남북통일의 기틀을 마련할 수 없다. 남한 또한 식량자급률이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한반도의 자연ㆍ지리적 조건상 한반도 남부의 미작지대와 북부의 잡곡지대가 자연분업과 함께 전문화될 수 있도록 식량자급의 상호보완체제를 조속히 복원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된다. 남쪽의 농업관련 지식과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자연조건을 잘 보존하고 있는 북과 농업교류협력을 강화한다면 FTA체결에 의한 농업분야의 완전개방도 두려울 것이 없다고 본다. 즉 남북의 입지조건을 이용한 농업분업과 역할나누기를 통해 남북상호간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초농업의 생명을 연장한다면, 남북이 모두 식량자급에 어려움이 없게 되리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되면, 북의 경제성장을 도와서 민족동질성 회복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이를 배경으로 한 남북통일의 앞날도 멀지 않을 것으로 본다.(2007.8.14,취래원농부, 다음에 계속)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본문 내용 중 사진위는 네이버에서 아레는 뉴시스 2008. 3.31일자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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