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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한미FTA와 한국농촌의 위기

by anarchopists 2019. 12. 3.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1/02 07:09]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미FTA와 한국농촌의 위기

자본시장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학문을 연구하여 인간의 미래를 개척해야 할 대학조차 자본적 경쟁논리를 쫒아 자본축적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되는 인문교양과목을 연이어 폐쇄하고 있다. 이로써 인간사회의 행동윤리와 삶의 질을 연구하고 방향을 제시해주는 대학이 상아탑의 기능을 포기하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본의 논리를 쫒아 대학이 자기 존재가치를 망각하고 현실적 자본축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취업의 전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자기대학을 시정잡배나 할 법한, ‘공무원사관학교’라고 선전을 하고 있는 영주 모 대학의 경우가 그렇다. 이러니 대학을 나온 한국 지식인의 교양가치가 어떨지는 알만하다. 이들 대학을 나온 국가관료들이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 중 하나가 이 나라 1%의 자본이익을 위해 99%의 전체 인민의 삶의 질을 망가트리는 한미FTA(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 비준 준비이다.

1%의 자본가는 잘 살고 99%의 서민은 못 살게 되는 자본경쟁의 세계가 왜 전개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자. 거슬러 올라가면, 가깝게 우루과이 라운드(UR, 1994)가 있다. UR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자본의 지구점령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이 탓으로 국가 사이 (보호)무역장벽이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한국정부 또한 1%의 자국 대자본의 이익을 위해 신자유주의를 기조로 삼고 경쟁제일주의로 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국가의 정치·경제·사회, 심지어 문화구조까지 경쟁논리로 조직화하였다. 이 결과 우리 사회는 휴머니즘이 땅에 떨어지고 현실적인 물신주의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현상이 창출되고 있다. 한국정부의 모든 정책도 인간의 삶의 질보다는 경쟁에서 살아남는 논리를 정책기조로 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MB정부가 들어선 이후 특히 심화되고 있다. 이제 농촌의 경우를 보자.

한국의 농업이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그런데다 한미FTA가 한국 국회에서 비준이 되는 날에는 한국농업이 초토화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한미FTA란, 미국과 한국이 서로 자국의 상품을 상대방 나라에서 자유롭게 팔고 살 수 있게 하는 협정을 말한다. 여기에는 배타적인 무역특혜를 서로 부여하고 있다. 특히 FTA에는 관세인하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한미FTA의 경우 농축산물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농축산물의 경우를 보자. 미국은 농토가 넓다. 그리고 기계화가 잘 되어 있다. 이 결과 농축산물이 대량 생산되고 있다. 대량생산은 그만큼 값이 싸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농토가 좁아 대부분 영세농이다. 그리고 기계화가 어렵거나 잘 안 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 농축산물은 생산량도 적을뿐더러 값이 비싸다. 이런데다 한미FTA에 대한 한국국회 비준으로 관세마저 인하가 되면, 미국의 농축산물이 한국시장에서 값싸게 팔릴 것은 뻔하다. 그래서 언론에서 한미FTA가 비준이 될 경우, 한국 농산물 “연간생산액은 평균 6200억 원씩 감소된다.”(《아시아경제》, 2008. 1.21일자)고 전망하였다. 그리고 그 수치는 해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농촌공동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주산업은 농업이다. 농업은 태생적으로 상공업을 기본을 하는 자본주의와는 본질을 달리한다. 따라서 국가는 농촌이 국가사회의 구성원이 먹을 수 있는 식량생산을 자급할 수 있도록 정책을 추구함으로써 최소한의 공동체사회를 유지시켜야 한다. 그러함에도 이 나라 정부는 농촌마저 자본시장의 대상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즉 농촌이 갖는 공동체주의의 기본을 파괴하고 있다. 이는 먼 훗날 한국사회가 스스로 자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정책들이다. 농촌은 결코 자본화로 갈 수 없는 태생적 본질을 가지고 있다. 도시는 자본의 경쟁장(競爭場)이 될 수 있어도 농촌은 결코 자본의 경쟁장이 될 수 없다. 농촌은 정신문화이고 도시는 물질문명이다. 그래서 농촌은 인간의 아름다운 정서를 제공해 주는 피난처다. 농촌의 본질을 망각하고 한국정부가 농촌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짓거리는 나라와 함께 농촌공동체를 자멸시키는 어리석은 정책 중 하나가 되리라.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한국정부의 농촌자본화정책에 농민들이 덩달아 춤추고 있다는 점이다. 농촌공동체가 자본시장화 되어가고 있는 데는 농민들의 어리석음도 한몫을 하고 있다. 지금 농민들도 자본축적에 혈안이 되고 있다. 자신이 만든 농산물에 대한 긍지가 사라진 지 오래다. 그저 돈만 벌면 된다. 인간 중심의 식량생산이라는 농민의 본분이 사라졌다. 돈 중심의 농축산물 생산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 인간의 건강, 삶의 행복은 뒷전이다. 농업 생산물을 자본화하면 그 때부터 농민의 정신은 썩는다. 나라 정부가 무지한 농민들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드린 탓이다. 그래서 농민들의 순박한 정서는 사라지고 물질의 풍요가 삶의 기준이 되어가고 있다. 옛날의 가난한 정서는 사리진지 오래다. 삶의 가치를 외형적 크기와 소유로 판단하는 반공동체적 사고로 오염되어 있다. 정직한 시골인심보다는 각박한 거짓인간으로 자리바꿈 하고 있다. 삶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현대사회에서 농민들의 뒤늦은 천박한 자본주의 정신은 농업 본질의 훼손은 물론 농촌공동체의 붕괴와 함께 국민정서의 괴멸을 몰아온다. 이를 감안해 볼 때, 한국 국회는 한미FTA의 비준을 서두를 게 아니다. 지금 한국 농촌이 어느 지경에 와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 누구를 위한 한미FTA 비준인가를. (2011. 11.2,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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