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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박원순 시장에게 바란다.

by anarchopists 2019. 12. 6.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10/28 09:30]에 발행한 글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바란다.


시민사회운동을 하던 박원순님이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을 축하드린다. 원래 나는 시민사회운동을 한 사람은 끝까지 시민사화운동가로 남아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원순님이 서울시장 보궐서거에 나가는 것을 반대했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또 우리 시회는 희망제작소가 지향했던 것처럼 중앙집권적 권력구조에서 지역자치형 권력구조로 나가야 한다. 더 나아가 자치평등의 마을공동체로 가야 하는 게 맞다. 그리고 이런 사회로 지향해 가야만 인간의 공동선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일단 적어도 권력지향적 인사가 아닌 자치평등형 그리고 순박한 농부형 박원순님이 서울 시장이 된 것은 기쁜 일이다. 이는 서울시민 뿐 아니라 이 나라 전체 사람들에게 행운이다. 이 말은 언론에서 정치적으로 논평하는 그런 식의 계산적인 평가가 아니라 인간적인 그리고 순수한 아름다운 의미에서 평가이다.

이러한 머리말을 전제하고 박원순 시장에게 다음과 같은 주문을 한다. 기꺼운 마음으로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먼저 박원순 시장님은 기성의 정치인이 아니다. 따라서 구태의연하고 위선적인 정치인을 닮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나경원 후보가 낙선한 것은 한나라당 소속이라서가 아니라 위선적인 정치인 냄새가 물씬 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선거철만 되면 평소에 그러지 않던 자가 재래시장을 찾고, 서민동네를 찾고, 노동현장을 찾는 것을 보면 역겨움이 절로 난다. 이는 평소에는 거드름을 피며 귀족처럼 살던 자들이 선거 때만 되면, 당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속은 승냥이인데 겉은 양피를 쓰는 수심양면(獸心羊面)격이다. 박원순 시장은 기성정치인처럼 계산적이고 ‘동전의 양면’을 갖는 기만적인 정치인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 박원순 시장 스스로 진정한 지역(지방)자치시대를 열어나갔으면 한다. 세계정치는 지금 뉴거버런스 시대로 가고 있다. 뉴거버런스는 중앙집권적 통치방식에서 지역관리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정치유형을 말한다. 정치는 권력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아야 하고 통제를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박원순시장이 서울 시장이 된 이상 국가조직을 중앙관리시스템을 지역관리시스템으로 구조전환하기 위한 싸움을 중앙정부와 해주기 바란다. 우선 사법조직의 지역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중앙조직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법기구의 지역화, 경찰조직의 지역화, 그리고 사회안정망의 자치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진정한 서울시의 평화로운 사회안정망을 펴기 위해서는 서울시 검찰과 경찰의 수장은 서울시장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법원장도 중앙과 독립된 재판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셋째,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재고하라는 거다. 서울을 다른 지방정부의 모범이다. 서울이 그리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그리한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이상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박원순 시장이 말했듯이 물질을 통한 전시행정을 지양했으면 한다. 인간의 행복에는 GNP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신적 가치가 보다 중요하다. 서울시민의 정신적 수준을 높이는데 주력했으면 한다. 물질문명이 발달할수록 인간사회는 저급해진다. 교양수준이 떨어진다. 이럴 때, 인문주의가 이를 보완하도록 하는 정책을 폈으면 한다. 인문주의는 막연한 문화예술을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인간의 양심이 지배하는 도덕과 윤리가 바로 서는 것을 포함한다. 중앙정부를 이끄는 이명박 정부는 행복, 복지지수보다 GDP와 GNP를 높이는 데 주력하는 정부다. 그래서 오늘의 시대사조와 맞지 않는 정부다. 따라서 박원순 시장은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중앙정부와 싸워 자신의 소신을 지켜내야 한다.

넷째, 진정한 시민(市民) 중심의 경제정책을 폈으면 한다. 전 오세훈 전 시장은 기득권 중심의 서울경제를 펴나갔다. 그리고 시민은 없고 시장(市長)만 있는 정책을 폈다. 그래서 그는 시민의 편의가 아닌 자신의 업적 남기기에만 열중하였다. 이제 그런 권위주의적 업적 위주 행정을 펴는 시대는 지나갔다. 곧 박정희 식 행정시대는 지나갔다는 말이다. 더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서민들은 불이익을 받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서민들을 등한시 하고 기득권 중심의 정책을 편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참뜻을 저버리는 처사다. 자본능력에서 서민들은 부자와 경쟁할 수 없다. 따라서 앞서가는 나라에서는 복지민주주의를 펴고 있다. 물질적 평균을 이루기 위함이다. 이 나라도 복지민주주의로 갈 수 밖에 없다. 서울이 먼저 복지민주주의로 가야 다른 지역도 따르게 된다. 박원순 시장은 이점을 감안하여 북유럽의 복지정책을 모범으로 삼아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재고(再顧)하는데 신경을 썼으면 한다.

다섯째, 가급적 시장용 관용차량도 배기량이 낮은 중형으로 낮추고, 수행비서의 수도 줄이고, 위압적 고자세, 권위적인 말투, 자기우월적 자세를 버렸으면 한다. 관리가 되면 우쭐하는 태도는 전근대적 봉건적 관리들이나 취했던 태도이다. 이 시대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정치인들의 썩고 병든 정신적 태도를 버렸으면 한다. 그래서 보다 좋은 관리의 모범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 결코 더 이상의 욕심을 내지말고 퇴계선생처럼 단기로 끝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11. 10. 28,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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