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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한국의 좌파는 빨갱이 종복세력인가?

by anarchopists 2019. 11. 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3/03/08 06:37]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국의 좌파는 빨갱이, 종북세력인가

세상에는 하나의 생각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있으면, 그 수만큼 다양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게 정상적인 인간사회다. 생각이 같으면 그것은 짐승이지 사람이 아니다. 생각을 획일적으로 하던 시대는 원시시대요, 통제된 고대국가다. 박정희의 유신 파시즘시대와 전두환의 군부독재시대에도 그랬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말을 산 속에 들어가 혼자서 외쳐야 했다. 대한민국의 좌파와 우파를 굳이 구분해 본다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외칠 줄 아는 사람들은 좌파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우파이다. 오늘은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생각을 못하게 사상을 통제하는 우파정부와 우익세력에 대하여 비판해 본다.

우리나라에서 왜 좌파를 나쁘게 보는 시각을 갖게 되었는지를 역사적으로 설명해 보자.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 양반들이 왼손은 천하고 오른 손은 귀하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그릇된 인식이 오늘날 정치판에 계승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 옛 어른들은 아이들이 왼손으로 밥을 먹으면 혼냈다.
상놈의 짓거리라는 거다. 곧 양반은 오른 손으로 밥을 먹어야 하고, 오른 손을 써서 글을 써야 한다. 왼손잡이라 할지라도 오른손으로 밥을 먹어야 하고 글을 써야 했다. 이것은 오른손으로 해야 정상적이고 왼손이 하면 비정상적이라는 선비문화 때문이다. 그래서 어른들에게 큰절을 할 때, 남녀가 함께 서되 절을 받는 상대방이 보는 방향에서 남자는 동쪽, 여자는 서쪽에 서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른들한테 지적을 받았다. 동쪽이 오른쪽이고 서쪽이 왼쪽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녀가 모두 왼쪽무릎을 먼저 꿇고 오른 쪽 무릎을 나중에 꿇고, 일어날 때는 오른쪽 발을 먼저 세우는 것은 오른쪽 중시의 풍속이요, 사상이다. 또 남자는 왼손을 오른 위에 얹히고, 여자는 오른손이 왼손 위에 얹혀 절을 올린다. 이는 곧 남성은 귀한 오른손을 남에게 보이지 말라는 것이고 여성은 더러운 왼손을 웃어른에게 보이지 말라는 뜻의 남존여비(남자=오른손=정상적=귀함, 여자=왼손=비정상적=천함)의 사상이 주는 나쁜 풍습이다.

또 아이를 낳아서 첫 옷을 입힐 때도 아들은 왼 소매, 딸을 오른 소매를 먼저 입힌다. 이것은 오른 손의 상징인 남자가 태어나 기쁘다는 뜻이고, 여자의 오른손을 가리는 것은 왼손의 상징인 여자를 낳아서 슬프다는 뜻이다. 이것 역시 남성(오른손) 중심의 발상이다. 그래서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했다. 왼손은 바른손이 아니다. ‘바르다’는 말은 굽은 데 없이 곧고 반듯하다는 뜻입니다. 곧 선비정신을 말한다. 조선시대 선비는 사회의 모범계층이었다. 그 모범계층인 선비의 정신과 행동이 조선사회를 이끌어 갔기 때문에 바른손 문화는 곧 조선사회의 풍속이 되었던 거다. 이 때문에 바른손문화, 곧 오른손문화는 조선사회 생활 속에서 사회통제수단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바로 남존여비(男尊女卑: 남자는 귀하고 여자는 천하다)사상과 통하게 되었다. 그래서 남존여비사상은 우존좌비(右尊左卑: 오른 손은 귀하고 왼손은 천하다. 남자=오른손=정상적, 여자=왼손=비정상적)사상을 낳게 되었다. 다른 말로 바꾸어 말하면, 여성은 조선시대에서 지금까지 여성=왼쪽(좌)=하사품(下賜品: 남에게 주어버리는 존재)=비천(卑賤: 비루하고 천한 존재)=불량(不良: 바르지 못하다)=비도(非道: 도리에 어긋나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이 때문에 조선사회에서 오늘날까지 여성과 관련한 상소리 속담들도 만들어졌다. “변소와 처가(妻家: 아내의 집안)는 멀리할수록 좋다”라는 속담이 대표적이다. 당시 변소는 냄새가 나고 남새밭(채소밭)에 비료로 쓰는 거름이기 때문에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 그렇게 사람이 싫어하는 변소처럼 여자집안(妻家)도 멀리 하라는 것은 이 바른손개념 때문이다. 여자는 비천한 왼손이라는 거다. 이러한 조선사회 양반중심 오른손 문화(존우비좌)가 정치권에도 전염되었다. 그래서 관리가 근무를 하던 관직에서 조금 못한 관직으로 옮길 때도 흔히 좌천(左遷)이라는 말을 씁니다. 좌(左=나쁜), 곧 나쁜 관직으로 옮겨졌다는 말이다.

이러한 전통적이고 여성비하의 낡은 우상들이 오늘날 정치권에 계승되어 좌파와 우파의 개념을 우익과 좌익으로 구별하고 우익은 정상적인 것, 좌익은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인 존재라는 관념을 만들어내게 되었다고 본다. 좌익, 좌파는 비정상적이고 파괴적인 존재다. 정치적으로 파괴적이고 비정상적인 존재는 공산당이다. 그 공산당의 색깔은 빨강색이다. 그래서 남한사회에서는 북한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을 빨갱이, 나쁜 놈들이라고 일컫는다. 이런 인식에서 좌파=좌익세력=빨갱이=공산주의=친북세력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지고 배타시되었다. 그래서 박정희 때는 빨강색 글씨나 간판을 건물에 달수가 없었다. 빨강 옷을 입어도 의심을 받았다.

이런 나쁜 생각과 인식아래 이명박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권력을 잡고 나서 곧바로 60여 년간 보행습관이 되어온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었던 게다. “국제적 관행”운운의 명분을 갖다 되면서까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렇게 정치권에서 좌파=왼손=좌측통행=비정상적=빨강색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전제왕권시대처럼 이미 굳어진 사람들의 습관까지도 하루아침에 바꾸어버리는 획일적 통제를 유감없이 발휘했던 거다.

그러나 우리는 이것을 알아야 한다. 오른 손과 왼손은 상호보완 작용을 하는 우리 신체의 자연스런 지체다. 왼손이 없으면 오른 손이 불편하고 몸 전체의 균형이 깨진다. 뇌 구조상 왼손이 발달한 왼손잡이는 평생 억울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불공평하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래서 좌파를 벌레보듯 하는 우파정권과 우익세력은 상식에 어긋난다. 그리고 좌파세력들도 우파정부를 곱지 않게 볼 필요는 없다. 정치란 우파세력이 잡기도 하고 좌파세력이 잡기도 하는 게 상식이다. 상식이 통하는 그런 세상이 되어야 한다. 좌파와 우파는 어디까지나 고정된 개념이 아니고 상대적이다. 진보와 보수도 마찬가지로 고정된 개념이 아니다.

사실 우리나라는 좌파와 우파의 구별이 애매하다. 아주 우스운 이야기가 있다. 경찰청 산하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에서 〈치안전망 2013〉책자를 발표했다.(2012.2.14.) 그 내용은 2012년 치안을 평가하고 올해 전망을 예상한 책자다. 이 책자에 보면 “2012년 종북세력 등 국내 안보위해세력들은 비호세력과 동조세력의 지원 하에 ‘한미FTA폐기,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4대강 사업반대’ 등 국책사업저지투쟁과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전쟁반대․평화수호’ 등 정권기반의 무력화 및 종북좌파 영향력을 확산시키는데 주력했다”고 평가했다. 곧 정부를 비판하면 종북좌파세력이라는 거다. 참으로 말할 수 없이 괴상하고 야릇한 해괴망측(駭怪罔測)한 발상이다. 우리는 종교적 근본주의자나 이데올로기 지상주의자, 국가지상주의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우리 모두 리영회 선생님(2010. 12.5 작고)의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2013. 3.1 황보윤식)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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