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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한가위 이혼' 그리고 혼잡문화

by anarchopists 2020. 1. 1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24 07: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가위 이혼’ 그리고 혼잡문화

요즈음 한가위 명절을 보내고 이혼하는 부부가 늘어난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그것은 한반도의 결혼문화가 봉건적에서 근대적으로 바뀌는 과도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의 문화가 ‘혼잡문화’이기 때문입니다. 전근대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왔음에도반도의 봉건문화와 유럽의 근대문화가 서로 혼잡해 있다는 뜻이지요. 예를 들면, 전근대 사고를 가지고 있는 60대층 이상이 아직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60대 이하의 나이임에도 전근대 사고를 가진 이들도 있습니다. 그것은 봉건문화가 해체되어 가는 과정에서 과도기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어쨌든 우리 사회에 이들 70-80연령 사람들이 사라지고 나면, 우리사회는 봉건과 근대가 혼잡하는 문화현상이 어느 정도 사라지면서 유럽이 만든 근대문화라는 본질에 거의 가깝게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혼잡문화라는 이름 아래 아직 우리 일상 속에 그대로 남아 있는 봉건문화적 성격을 갖는 것이 결혼문화와 제사문화입니다. 그리고 자녀의 혈통승계문제입니다. 그러니까 한가위 명절이 끝나고 나서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은 이러한 70-80영령층(좀 더 내려가면, 50-60대)이 존재하는 혼잡가정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입니다. 오늘은 결혼문화와 제사문화에 대해서만 생각해 보겠습니다.

먼저 결혼문화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전에도 여성문제를 이야기 하면서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만, 옛 한반도 지배자들도 동아시아 모든 나라와 함께 중국 한대(漢代) 동중서가 공맹철학에다 음양오행사상을 섞어 만든 유교적 통치사상을 받아들입니다. 이 때문에 남성우월주의적 남녀차별사상, 신분차별주의적 삼강오륜사상이 드러옵니다. 이러한 통치사상으로 여성들은 남성 밑에 존재하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성의 결혼은 남자에게서 은혜를 받는 행복에 속해 왔습니다. 역사드라마에서 임금이 여러 여자, 곧 비와 빈, 그리고 후궁 들을 거느리는 모습은 바로 이러한 모습의 전형입니다.
그리고 여성이 남자네 집으로 시집을 가는 것은 바로 이러한 남성우월주의적 남녀차별사상에서 나왔습니다. 시집(媤家)이라는 말은 시가라는 뜻으로 여자가 남자네 집에 들어간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시가의 시(媤)는 중국의 글자도 아니고 순수한 우리말 한자입니다. 중국에 없는 글자입니다. 여자가 남자네 집으로 가는 행위를 한자표기로 옛 지식인들이 媤라 표현했습니다.

곧 媤는 여자(女)가 생각(思, 사모하는, 곧 그리워하는)하는 집이라는 뜻이지요. 따라서 여자는 태어나서 남자의 은혜를 입어야 여자이고, 여자가 살 곳은 남자네 집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여자는 결혼을 하면 남자네 집으로 가고 여기서 평생동안, ‘남편의 은혜’만을 생각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이러한 여성의 존재를 규정짓는 단어가 이 ‘시집’이라는 단어입니다. 예부터 한반도 여성들은 시집을 가서 남자네 집의 종살이를 하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가장 굴욕적인 말, 곧 “시집가서 팔자 고친다”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봉건적 결혼문화가 오늘날까지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근대교육을 받은 여성일지라도 전통적으로 내려온 결혼문화를 거부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요

다음으로 제사문화입니다. 조상에게 음덕을 비는 행위는 인간이라는 존재로 지구상에 생존하면서 나타나는 있어왔던 전통적 사고입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이 내세사상 곧 영혼불멸사상을 갖게 되면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풍속이 유교의 삼강오륜과 결합이 되면서 제사문화를 낳게 되었습니다. 곧, 조상에게 음덕을 빌어 잘 살아보자는 기대감이지요. 그리고 “잘 살면 조상덕이요, 못 살면 조상이 노한 것”이라는 유교에서 나온 조상음덕사상입니다. 이것은 유교주의이념으로 무장한 조선시대 통치자들의 백성지배의 기만수단에서 나온 이론입니다. 마치 박정희가 장기집권을 획책하는 수단으로 반공주의를 국시로 이용합니다. 여기에 국민들이 모두 현혹되어 아직도 남북경제교류를 ‘북한 퍼주기’식으로 세뇌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조상에게 드리는 제사를 미신으로 몰아붙이는 종교단체도 있지만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세상에 미신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모든 신앙행위는 그 시대 과학과 문화인식의 폭에서 나온 믿음이지, 미신은 결코 아닙니다.  그렇게 본다면, 그리스도교의 부활사상도 시간이 흘러 먼 시대에 가면 미신이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조상음덕사상에서 나온 제사문화도 미신은 아닙니다. 다만 유교적 이념을 갖고 있는 지배층들이 백성통치수단으로 만들어낸 기만수단이었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근대문화에 들어와 있는 오늘날까지 그 제사문화를 고집하는 것은 혼잡문화의 전형입니다. 그리고 제사라는 혼잡문화 속에서 희생을 당하는 것은 역시 시집이라는 혼잡문화를 가지고 있는 가정에서 여성입니다. 남성중심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부모님이 계시는 집안에서 여성은 ‘부엌때기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한가위가 끝나고 이혼율이 늘어나는 것은 이러한 혼잡문화에서 오는 과도기 현상입니다. 그래서 근대교육을 받은 현대인들이라면 이 점을 이해하고 하루빨리 혼잡문화에서 탈피하려는 인식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존재가치도 중요하지만 가족구성원의 행복 생각해야 합니다. 이혼하기 전에 먼저 내가 아닌, 가족구성원인 자녀의 행복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2010. 9.24 아침/ 취래원 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그림은 인터넷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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