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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한가위와 추석은 같은 말인가 틀린 말인가

by anarchopists 2020. 1. 1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22 09:57]에 발행한 글입니다.


한가위와 추석

한가위와 추석은 같은 말인가, 틀린 말인가. 왜 우리말로 한가위를 추석이라 하는가. 오늘은 우리의 멸절 한가위를 맞아 이에 대한 생각을 잠시 해봅니다. 한글이 생기기 이전 우리의 옛글은 한자어입니다. 이 한자어는 신라 지증왕 때 처음 쓰다가 후기신라(우리는 이를 통일신라라 한다)부터 한반도에 본격적으로 사용됩니다. 그래서 우리의 음성언어가 이때 글자언어인 한자로 쓰이게 됩니다. 그리고 글도 한자어로 썼습니다.

그러다가 세종 때 집현전 학자들이 한자어가 익힘과 씀이 불편하고 백성(백성이라는 말은 봉건적 용어로 피지배층을 의미하여 지금은 인민=민중의 개념입니다.)을 통치하는데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를 세종에게 말합니다. 그리고 백성을 통치(군왕의 뜻을 잘 전달하려면)하는데 필요한 언문(뜻을 전달하기 쉬운 부호=한자의 뜻을 전달하는 부호)수준의 음성언어(소리글자)를 만들자고 건의합니다. 이때 한자의 음을 빌리고 한자의 뜻을 빌어서(假借) 우리 음성을 표기하는 시도가 있게 됩니다.

곧 처음에 중국에서 글자언어가 들어왔을 때는 그 음이 중국과 같았으나 세월이 가면서 한자의 중국 음이 우리 음으로 변화를 하게 됩니다. 예를 들면, 한자의 창(昌)은 중국 음으로 ‘chāng’입니다. 우리도 처음에는 창(昌)을 ‘짱’이라고 발음했겠지요. 그러다가 이 ‘짱’의 소리가 우리 음으로 변음하여 ‘창’이 되었습니다. 모든 한자어의 음성이 우리 음성으로 변했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 소리와 비슷한 한자어는 그대로 우리 소리로 쓰였겠지요. 그래서 세종 때, 한자에 우리 소리를 적는 부호(언문)를 적고 그 소리글자(한문)를 우리의 음성언어로 표기한 것이 한글입니다. 그러니까 처음에는 한자의 뜻과 소리를 적는 부호가 차츰 오늘의 우리글 한글이 되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절기상 추석(秋夕, 음력 8월15일)은 글자언어이고, 한가위는 소리언어입니다. 따라서 조상들의 추석이라는 글자언어(한자)가 사용되기 이전부터 음성언어인 ‘한가위’는 있어왔다는 말이 됩니다. 그러면 한가위는 무슨 뜻일까요. 한반도 사람들의 유래는 다 아시는 바와 같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하여 카스피 해를 중심으로 하는 중앙아시아에 이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 세월 유목생활을 하다가 기후의 변화(빙하기)로 그 일부가 몽골지역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옵니다. 곧 유럽인들이 말하는 인디언입니다. 그래서 한반도인, 일본열도인, 원 터어키인, 라틴아메리카의 원 인디오들이 같은 조상의 혈통과 얼굴모습을 가지고 있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이들이 한반도인의 원 조상(신석기 후기인)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소리와 음성체계는 중국과 크게 다릅니다.

한반도에 들어온 이들(한반도의 조상)은 한반도의 기후 조건에 맞는 농경을 발견하고 농업경제를 영위합니다. 그래서 한반도인의 경제단위는 농업이 됩니다. 여기서 농경생활에 맞는 세시풍속이 만들어집니다. 농사가 최고의 직업이요 삶의 가치가 됩니다. 여기서 나온 말이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곧 농민, 또는 농업이 세상에 최고다)이라는 말입니다. (산업시대에 들어오면서, 가장 비참한 직업과 직업인은 농업인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세시풍속은 처음부터 나온 게 아닙니다. 오랜 세월 거듭하면서, 곧 고대, 고구려ㆍ백제ㆍ신라 ㆍ가야 등 네 나라가 정립되면서 각기 자기지역의 기후에 맞는 농사관련 풍습이 만들어집니다. 그러다가 후기신라로 통합되면서 모든 기준이 신라의 세시풍습에 맞추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오늘날 농업사회에 기원을 둔 우리의 절기요, 명절입니다.

한가위라는 말은 음성언어이기 때문에, 사실, 그 뜻이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지만 한가위라는 말이 나오게 된 연원이 있을 겁니다. 한가위의 뜻을 알기 위해 잠시 한반도인의 세시풍속을 알아봅시다. 한반도인들은 농사를 지으면서 달이 뜨고 지는 시각을 기준으로 하루 그리고 보름, 한 달을 정하게 됩니다. 그것은 달의 모양이 일정하게 주기적으로 변함으로 알아보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태양은 늘 같은 모양이기 때문에 태양이 도는 주기가 있다는 것을 잘 몰랐겠지요. 그래서 달이 변하는 모습을 가지고 초하루, 보름, 한달을 정했던 모양입니다. 여기에다.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4계절을 가미하여 24절기를 만들어냈지요. 그러니까 한반도인의 24절기와 세시풍속은 한반도의 기후와 자연조건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지, 중국에서 들어온 게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후기신라 때 신라인들이 중국의 글자언어를 빌려 쓰면서 모든 용어를 중국의 서책에서 빌려 썼기 때문에 마치 우리의 세시풍속이 중국에서 온 것처럼 착각하게 된 겁니다.

추석과 한가위라는 두 단어는 오랜 세월 우리 선조들이 써오면서 이미 굳어진 말이 되었기 때문에 두 용어를 모두 쓰는 것은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한가위라는 말의 뜻은 알고 지냈으면 합니다. ‘한’은 국어사전에 의하면, ‘크다’, ‘정확한’, ‘한창인’의 뜻을 갖는 접두사. 또 ‘같은’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라고 되어 있습니다만 그 외, ‘꼭’, ‘딱’의 뜻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위는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자르다(切)’의 가위의 뜻이 아니고 신라인들이 가을 추수를 끝내고 햅쌀과 햇과일로 조상들께 감사의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며, 또 여인들은 이때를 기하여 길쌈을 끝냅니다. 그리고 그 기념으로 놀이를 하고 진자와 이긴 자 모두가 떡(특히 송편)과 술을 내놓고 즐겁고 논다는 한자어 '가배(嘉排)'에서 온 말입니다. 그래서 ‘고르다(均)’, ‘기쁘다(幸)’, ‘즐겁다(樂)의 뜻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위’는 ‘즐겁다’(곧 명절)라는 뜻을 갖습니다. 따라서 ‘한가위’는 크게 기쁜 날입니다. 곧 ‘큰 명절’이라는 의미를 갖습니다.

추수를 했으니 기쁘고, 먹고 놀 수 있으니 기쁘고, 남에게 나누어줄 수 있으니 기쁘고, 모든 게 즐겁고 기쁘다는 뜻이 한가위입니다. 이제  한가위 명절은 조상들의 명절이 아닙니다. 이 시대는 산업사회입니다. 농경사회가 압니다. 그래서 도시가 발달합니다. 모두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나갑니다. 농업경제시대 나온 추석명절은 지낼 수도 없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눔의 기쁨을 가진 한가위를 이제 우리의 명절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가족이 도시로 나가 바쁘게 일하다가 이날을 맞아 가족과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즐겁게 놀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 것을 서로 나누는 이 시대 우리의 명절로 말입니다. 반드시 차례를 지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제사나 차례는 우리 할아버지ㆍ할머니 시대(70세 이상)의 신앙으로 그치고 우리 시대는 작은 가족들이 한데 만나 나눔과  즐거움의 시간을 갖는 의미의 명절로 승화시켰으면 합니다. (2010. 9.22, 취래원 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 위 사진은 인터넷에서 따온 사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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