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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오늘의 명상] 과연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by anarchopists 2020. 1. 1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21 07:22]에 발행한 글입니다.

과연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함석헌의 말씀]

“그 동안 세상은 달라졌다. 문명은 급속도로 기술적으로 돼버렸고 한편으로 세계정국은 새로 긴장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흐린 밤과 강한 무기는 도독놈에게 좋은 법이다. 당권을 쥔 정치가들은 온갖 기회와 수단을 이용해서 국민의 자유를 구속하는 정치악을 조직적으로 과학적으로 고도화 시켰다. 5.16이 4.19와 정신적으로 서로 180도 반대방향에 선 것은 국민학교(오늘날 초등학교) 아이인들 모를까, 그런데 헌법에다 4.19를 억누르고 거기 5.16을 써넣었다. 이것은 분면 사상적 강간이다. ..... 악이 지나치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같이살기 운동을 일으키자>, 《함석헌저작집》3 새 나라 꿈틀거림, 한길사, 2009, 197쪽)

[오늘의 명상]
위 글은 함석헌 선생님이 1972년 《씨알의 소리》제10호에 게재한 글이다. 1972년 이후 우리나라 정치상황은 하나도 변한 게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합니다. 게다가 “정치가들은 온갖 기회와 수단을 이용해서 국민의 자유를 구속하는 정치악을 조직적으로 과학적으로 고도화 시”키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쓰고 있는 용어의 개념과 의미를 왜곡하는 일입니다. 박정희 권력은 농촌 죽이기와 우리 민족의 전통적 정서를 파괴하는 운동을 ‘새마을운동’으로 왜곡하였고, 전두환 권력은 인간의 양심과 교양을 파괴하고 비양심적 사회를 만들어놓고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국정을 내걸었습니다. 그리고 ‘관변단체로 ’바르게 살기운동‘ 단체를 만들어 국민의 인식을 호도시켰습니다. 아직도 바르게살기운동 이라는 관변단체가 버젓이 국가지원금을 받아 활동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난 65주년 8.15 해방 날 경축사와 이번 대통령의 제48차 라디오ㆍ인터넷 연설(9.20)에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 건설 주장은 과연 앞의 두 대통령처럼 국민을 기만하는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에도 우리 국민이 또 속는 것은 아닌지, “두꺼비보고 놀랜 아낙,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우리 국민의 입장에서는 권력에게 농간을 너무 많이 당해 온 터라,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관료들이 과연 ‘공정’의 개념과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 한국사회는 분명 다른 유럽국가에 비하여 공정이라는 단어가 실종된 사회입니다. 더더욱 공정한 사회는 못됩니다. 국가관료가 되기 위하여 인사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대번에 그 증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는 역대 대통령부터 공정한 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비양심적 사람들이 권력을 기만적으로 쥐었기 때문입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부터 그렇습니다.

이승만이 있었기에 이 나라는 단추가 잘못 끼워졌습니다. 그 결과 친일ㆍ친미세력이 지금도 국정을 농락하고, 국민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박정희는 권력을 독점하려고 온갖 정의와 양심을 도말하고 대한민국헌법을 농락했습니다. 그리고 반공을 국시로 함으로써 민족통일을 요원하게 만들었습니다. 전두환은 힘의 논리를 정의로 둔갑시켜서 국가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렇게 해서 불공정의 사회, 비양심의 시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뉴라이트들이 준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를 바로 잡지 못한 상태에서 과연 공정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한국의 현대역사의 왜곡부터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공정한 가치가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과연 우리나라에 공정한 가치가 있는가요. 그 공정한 가치를 찾지 못하면 공전한 사회 만들기 운동은 헛말이 됩니다.(2010. 9.21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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