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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추석 과일값이 금값인 이유, 그리고 그 대안

by anarchopists 2020. 1. 1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20 06:29]에 발행한 글입니다.


추석과일값이 금값인 이유, 그리고 그 대안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두드러지게 “자연도 깨지고 우리 인간의 삶도 깨지고 있다.”라는 말이 나돈다. 4대강 개발이 가져온 결과다. 그래서 정부에서 말하는 4대강 살리기는 이미 실패다. 4대강 죽이기가 되었다. 한반도 곳곳에 거대한 물탱크(보; 湺)를 수십 개를 만들어 놓았으니 흘러야 하는 물들이 어디로 가야하나. 흐르던 물길이 막혔으니 하늘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자연이 깨지면 인간의 삶도 깨졌다. 정치하는 자들은 정치하는 자들끼리 썩은 양심을 굴린다. 그리고 경제하는 자들은 자본가들끼리 자본경쟁에 혈안이 되어 양심조차 팽개치고 산다. 학생을 가르치는 자들은 얄팍한 지식의 장사치로 전락했다. 그리고 인간의 무한한 행복을 창조해야 할 예술인들도 문화창조를 위한 지적 정서의 함양보다는 돈벌이에 자신의 재능을 팔아넘긴다. 우리 모두가 양심을 도말시키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4대강 죽이기 등, 자연의 파괴가 가져다 준 당연한 결과다. 오늘은 과일(특히 사과)을 가지고 인간의 삶이 깨진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올해는 여름 내내 하늘이 비를 뿌렸다. 지금도 뿌리고 있다. 그리고 늘 먹구름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반도의 강물이 막혔으니, 물이 하늘로 올라간 탓이다. 그래서 허구한 날 흐리고 비가 왔다. 하늘이 8월과 9월 지금까지 해가 반짝인 날이 겨우 8일도 안 된다. 하늘이 늘 찌푸리고 비가 오니, 공기가 매우 습하다. 이 탓으로 그 피해는 농촌과 농민이 몽땅 뒤집어쓰고 있다. 과일들이 익어가질 않는다. 색깔도 나지 않는다. 습한 공기 때문에 과일들이 병에 많이 걸린다. 한 마디로 상품으로 내놓을 수 없다. 추석명절은 다가오는데 과일이 익지 않았으니 농민들 입장에서는 죽을 판이다. 그러나 과일수집상은 바로 남의 불행이 자신들의 행복이다. 과일들이 익든 말든, 추석 밑이다. 과일수집상들은 개장(開場)을 했다. 그리고 농민들에게 손전화에 메시지를 내보낸다. "과일을 출하시켜 달라."고. 그리고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 상인들의 얄팍한 상술이다. 올 과일값이 금값이기 때문이다.

순진하고 무지한 농민들은 수집상들의 비싼 가격제시에 유혹이 되었다.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다. 농민들은 숙성도 되지 않은 사과를 수확하여 내다 판다. 사람보다 돈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또 올 사과의 수확량이 적기 때문에 사과 값이 많이 비싸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수집상, 농민, 도시상인 이 세 그룹들이 묵시적으로 짜고 소비자를 우롱한다. 곧. 돈만 벌면 된다. 사람(소비자)들의 먹는 즐거움, 맛, 건강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부패하고 타락한 자본주의가 만들어다 준 썩은 양심들의 행진이다. 생산자 농민은 인간에 대한 교양이 없고, 상인과 수집상들은 인간에 대한 양심이 없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교양과 양심이 없는 가운데 오늘도 과일은 수집되어 도시상인을 거쳐 소비자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오랜만에 나온 과일인데다, 싱그러운 색깔에 유혹된다. 인간에 대한 교양과 양심이 없이 농사지은 과일이 수확되고 유통되었으니 그 과일 맛이 있을 까닭이 없다. 소비자만 화가 날뿐이다. 추석이 임박할수록 이러한 반교양적이고 비양심적인 먹거리 유통이 더욱 심해지라 본다. 돈에 눈먼 인간군상들 때문에, 과일들은 제 본분을 다 못했기에 억울함이 있을 것이고, 돈에 눈먼 농부와 상인들을 주인으로 둔 양심은 분함이 있으리라.

또 있다. ‘돈 벌기’ 이외는 안중에도 없는 농촌의 농민들은 난리가 났다. 올해는 기상조건이 나빠서 모든 농산물 값이 좋다. 특히 과일 값은 더 좋다. 이러다 보니, 농민들은 별짓을 다해서라도 돈을 벌어보려 한다. 양심보다 돈이다. 돈을 벌 수 있다면 별짓을 다한다. 그리고 양심 불량의 상인들은 이것을 부채질 한다. 바로 사과의 색깔을 인위적 내는 일이다. 여름에 해가 뜬 날이 적다보니 사과에 색깔이 안 난다. 그래서 농민들은 '색깔 내는 약'(아직 인체에 해로운 지 않은지 검증도 안 된)을 두세 번 친다. 올해는 ‘친환경’으로 과일을 농사짓는 농민도 색깔 나는 약을 친다고 한다. 한심하다. 그래서 과일의 색깔들이 인위적으로 곱게 빛난다. 먹음직스럽게 유혹한다. 독버섯이 아름다운 색깔을 내듯이.

이러한 농민과 상인들의 나쁜 소행들, 곧 돈만을 안중에 두고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버릇을 고치는 방법은, 소비자들 스스로 소비심리를 바로 잡는 일이다. 우리 몸에 좋은 친환경 과일은 결코 색깔도 나쁘고, 모양도 없다, 먹음직스럽지도 않다. 그러나 그런 과일이 우리 몸에 좋다는 소비심리를 바꿀 때다. 그러할 때, 상인의 나쁜 양심을 바로 잡을 수 있고, 농민들의 부족한 교양을 계몽시킬 수 있다. 그럴 때만이 소비자도 자신들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2010. 9.10,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위 사진은 인터넷에서 따온 것임-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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