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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대식 박사 강좌

플로티노스, 정신의 아름다움을 구하라!

by anarchopists 2019. 11. 19.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4/17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플로티노스, 정신의 아름다움을 구하라!



  플로티노스(Plotinos, 204/205-269/270)는 신플라톤주의를 창시한 철학자이다. 특히 그의 저서인『엔네아데스』(Enneades)를 중심으로 아름다움 곧 미에 대한 철학을 살펴보면 플라톤의 영향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를 잘 알 수가 있다. 그는 이 세상에서 참으로 존재하는 것은 미(美)라고 말한다. 그 미는 저편에 존재하는 것으로서 형상이 없는 것(to aneideon)이며 “아름다움을 넘어서 있는 아름다움”(kallos hyper kallos)이다. 우리는 현실에서 시감각적이고 물질적인 아름다움에 도취될 때가 있지만, 그는 물질적인 아름다움 너머에 있는 정신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라고 촉구한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아름다움은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 안에 있다. “아름다움을 얻고자 한다면... 네 자신에게로 돌아가서 자신을 직시하라!” 진정으로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싶다면 오히려 진정한 자신과 만나야만 한다.


  더군다나 “제대로 바라보는 자는 그것을 [터]득”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아는 자는 그 자신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 또한 알고 있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자기 자신과 연관된 것이며 동시에 신적인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 “로고스 및 형상(morphe)에 참여하지 못한 그 어떤 것은 추하고 신적인 로고스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요, 그런 점에서 모두 아름답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형상 및 로고스를 따라 전체적으로 질서 정연하게 정돈되지 못한 것은 추하다는 것이다.” 인간이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본능이거나 외양적 꾸밈이 아니다. 그것은 신과의 동화(同化)에 있다. 우리 모두는 일자(一者)에서 나와서 일자로 돌아가야 할 생명이다. 그런 우리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삶의 목표는 이성 혹은 지성에 반하는 추 혹은 악이 아니라 이성에 부합하는 삶으로 인한 신화(神化, divinization)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육체적인 행복을 삶의 목표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은 “육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행복으로 확
장시켜 말함으로써 [마치] ‘잘 사는 것’을 행복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일”
이다. 오히려 우리의 성품 자체는 신과의 동화의 한 운동이다. 그러므로 신적인 지성으로 사는 것, 일자와의 합일이야말로 행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인간은 세상에 살면서 선한 삶을 살아야 한다. 왜냐하면 선과 아름다움은 별개가 아니라 같은 개념이기 때문이다. 플로티노스에 의하면, 선과 아름다움은 같은 것이요(tauton), 아름다운 것을 찾는 것이 선한 것을 찾는 것이고, 반대로 추한 것을 찾는 것이 곧 악한 것을 찾는 것과 같다. 영혼은 신적이며, 마치 아름다움의 일부인 것처럼 “영혼은 지성을 통한 아름다움이다.” 인간의 영혼은 근본적으로 신적인 동시에 아름다운 것이라면 항상 선한 것을 지향해야 한다. 그렇게 되어 “영혼이 정화되면 그것은 형상과 합리적인 원리가 되고, 완전히 비신체적이고 지성적이며, 완전히 신의 일부가 된다.”


  우리는 플로티노스의 말에서 두 가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면 혹은 정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알아차릴 것이냐 하는 것인데, 그는 “만남, 애틋한 포옹, 갈망, 사랑, 즐거운 율동, 이 모든 것들은 우리가 그때마다 쉽게 대하는 (아름다움에 관련된) 느낌들이다.”라고 말한다. 모든 일상이 아름다운 것 자체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아름다움에 관련된 느낌들이라는 것이다. 그것을 통해서 우리는 아름다운 것 자체, 즉 정신적인 아름다움과 영혼의 아름다움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는 죽음에 대한 관념이다. 죽음은 생명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변화일 뿐이라는 것, “죽음은 몸을 [옷처럼] 갈아입는 간단한 상징적 행위이다.”라는 말을 받아들인다면 죽음에 대해 조금 더 초연해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살아가는 동안 이성 혹은 지성에 의한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이성과 지성은 신적인 지성이기도 하기 때문에 육체들을 아름답게 만들며, 지성 혹은 형상은 또한 영혼의 아름다움을 구성하는 것이기도 한다. 감성의 시대라고 일컬어지는 지금처럼 아름다움에 대해 관심이 많은 때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을 미적으로 보이기를 좋아한다. 외관의 멋과 아름다움을 발산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공들인다. 그러나 플로티노스는 우리에게 외관의 아름다움보다 내면의 아름다움, 정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아름다움 너머에 있는 미의 형상(eidos, 미의 이데아)에 참여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래서 그것을 닮은 미적인 형상이 된다면 참으로 아름답지 않겠는가.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대식 선생님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과(B.A.)와 서강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를 졸업(M.A.)한 후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 가톨릭대학교 문화영성대학원, 대구가톨릭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 강사로 있으면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인간과 영성연구소 연구원, 종교문화연구원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학문적인 관심사는 '환경과 영성', '철학적 인간학과 종교', 그리고 '종교간 대화'로서 이를 풀어가기 위해 종교학을 비롯하여 철학, 신학, 정신분석학 등의 학제간 연구를 통한 비판적 사유와 실천을 펼치려고 노력한다.

■저서로는 《생태영성의 이해》, 《중생: 생명의 빛으로 나아가라》,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까: 영성과 신학적 미학》, 《환경문제와 그리스도교 영성》, 《함석헌의 종교인식과 생태철학》, 《길을 묻다, 간디와 함석헌》(공저), 《지중해학성서해석방법이란 무엇인가》(공저), 《종교근본주의: 비판과 대안》(공저), 《생각과 실천》(공저), 《영성, 우매한 세계에 대한 저항》, 《함석헌의 철학과 종교세계》, 《함석헌과 종교문화》, 《식탁의 영성》(공저), 《영성가와 함께 느리게 살기》, 《함석헌의 생철학적 징후들》 등이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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