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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법치주의, 누구를 위해 종을 울리나

by anarchopists 2019. 12. 18.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1/06/30 07:29]에 발행한 글입니다.


신상필벌(信賞必罰)

역사 속 6월 27일.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되어 주민의 대표자를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형식적으로 지방자치가 완전히 회복되는 날이었다. 1995년 4대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지방자체제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제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가 두 번 치루어졌고, 이에 대한 평가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들 그렇게 이야기 하는 데는 나름대로 정당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정당성이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사리에 맞아 옳고 정의로운 성질이라고 한다. 사전적으로는 아주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듯한 이 말 뜻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은 무슨 연유인가. 세상살이가 법대로 사는 것이 민주시민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걸 어떻게 설명해줄 수 있을까?

역사 속에서 연원을 따져보면 법치주의 국가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은 중국의 진나라가 아닐까?
중국의 이상국가라는 하,은,주 시대를 지나 춘추 전국시대를 통일했던 진나라. 누구나 익히 잘 알고 있던 진시황이 등장하는 나라 아니던가? 진(B.C.246~B.C.207)나라의 진시황은 여러 가지 제도를 도입하여 강력한 전제왕권을 행사하였다. 진나라는 존속기간이 비록 짧기는 하지만 중국에서 최초의 통일된 국가를 만들었다. 그런 진시황이 춘추 전국시대 유행하던 제자백가 사상 가운데 법가 사상을 지배 이데올로기로 삼아 법치주의 표방하였다. 그리고 이에 장애가 되는 나머지 사상을 잠재우기 위해 분서갱유(焚書坑儒)를 일으키지 않았던가!

흔한 소리로 가끔씩 그런 농담을 하지 않았던가? ‘법대로 해’, ‘법대로 하자구’. 진시황의 분서갱유는 오직 한 가지 법가 사상을 제외한 여타의 사상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물리적으로 억압했던 한 방식이다. 그런 진나라에서 진시황은 혹독하게 대중을 장악했다.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에 입각한 통치였다. 잘한 놈한테는 상을 주고, 못한 놈한테는 벌을 주고. 이보다 더 쉬운 통치방식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이 바탕에는 대다수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법을 누가 만들었는가? 바로 통치자가 편리한 방식대로 강요된 것은 아닌가? 기득권을 유지하고 보호받으며, 남들을 재단하겠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 훌륭한 법치국가도 절대로 자손만대 권력이 유지될 것으로 생각했던 그 나라가 불과 40년을 넘기지도 못하고 망해버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법치주의 국가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법안에서 우리는 정당한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4대 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그 대신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하나도 틀리는게 없는데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무언가 뒷골이 땡기는 것은 어찌할까? 법대로 사는 것
이 꼭 정당하다고 후손들에게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많은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법이 우선이 아니라 사람들의 가슴이 먼저인 그래서 존재하는 법이 무색한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두가 사랑하며 살 수 있는, 아니 사랑하며 사는 세상이 기대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는 그 역사적 연원이 참으로 길다. 세계사적으로 보통선거권을 갖기 위해 얼마나 인류는 치열하게 투쟁해 왔던가. 우리나라는 그 보통선거권을 너무 쉽게 얻은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1948년 첫 보통선거권이 행사되었다. 그리고 이후 무수히 많은 선거가 이루어 졌지만, 모두들 그 선거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리라. 다시 찾은 지방자치제가 정당성을 갖고, 모두들 그런 제도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권리를 잘 행사할 수 있었으면 한다. 권리는 제대로 행사하지 않으면서 비난만을 일삼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제도를 바꿔서 그것이 정착하는 데는 나름대로 노력과 기다림이 필요하기도 하다. 사랑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자. 그래도 안되면 주민소환제와 같은 제도를 활용해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얻어내자. 물론 이런 것들이 빌미가 되어 본질을 왜곡해서 정착도 되기 전에 지방자치제를 시행한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2011. 6.30,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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