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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취래원 농사 칼럼

[오늘의 명상] 자본주의 사회, 인간은 과연 평등한가

by anarchopists 2020. 1. 11.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0/09/03 07:02]에 발행한 글입니다.


자본주의사회, 과연 인간은 평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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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말씀]
1. 복음이 땅 끝까지 퍼졌다면 듣기는 좋지만, 자본주의로 노동을 착취해서 얻은 돈의 한 부분을 선교사업으로 빛나게 쓰는 재벌 앞에 보고거리는 되겠으나 이교도ㆍ약소민족ㆍ원시 토인에겐 조금도 복될 것이 없다. 그 기독교 아니더러도, 유럽문명이 아니더러도, 그들이 오늘보다는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오늘의 교회는 한 기업체요, 한 상사회사요, 한 틀럽이요, 한 보수진영이요, 한 착취기관이지
.(함석헌, 《함석헌저작집》, <새삶의 길>, 한길사, 2009, 223쪽)

2. 자연계는 자연의 조화라는 것이 있습니다. 조건이 좋을 때는 번식하고 조건이 나쁠 때는 억제하여 자연히 조화되어 가는 것이 있습니다. 오직 사람만이 만물의 영장이라 자부하는 이 인간만이 제가 낳은 자식 때문에 살 수가 없다는 것은 놀랄 일입니다. ...지금까지 세계가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해 취해온 방법이 무어냐 하면 물자의 획득이라는 것입니다.....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경제에 대한 해결이 다르다 하여도 물건에 본위를 두는 이 점에서는 다른 것이 없습니다.(함석헌, 앞의 책, <현재의 고민> 229쪽)

위 글들은 함석헌 선생님이 1959년 《새 시대의 전망》(백죽문학사)이라는 책을 쓰시면서 한 말씀입니다. 그리고 아래 글은 1971년 《씨알은 외롭지 않다》(휘문출판사)라는 책에서 한 말씀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말은 자본주의라는 용어입니다. 오늘은 함 선생님이 말씀한 데로 자본주의는 과연 행복한가.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인간은 과연 평등한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오늘의 명상을 할까 합니다.

잠시 자본주의 역사를 말해볼까요. 자본주의는 유럽에서 처음 시작됩니다. 자본주의는 유럽의 봉건주의시대 후반기에 가톨릭의 잘못된 신앙으로 이슬람을 공격하는 ‘종교침략전쟁’(가톨릭에서는 이를 ‘십자군운동’이라 한다)을 일으킵니다. 이의 결과로 종교침략전쟁은 실패로 돌아가고, 세상은 엄청난 질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리스도교 관념체계로 세상을 지배하던 교황권이 쇠퇴하고 유럽 각 지역의 세속적 왕들이 제 권력을 되찾으면서 정치권력을 강화합니다. 그리고 제 나라를 유지하고 키워나가기 위해 돈(세금)을 필요로 합니다. 한편 종교침략전쟁으로 이득을 본 사람들은 이탈리아 상인들입니다. 이들은 전쟁을 이용하여 돈벌이에 혈안이 됩니다. 그 결과 전쟁이 끝나고 유럽에 동방무역(東方貿易, Levanthandel)을 발시킵니다.

이 동방무역을 통하여 중세 농업사회에 도시가 발달하고 상공업이 발달합니다. 여기에 왕들의 정치적 필요는 상인(뒤에 시민이 된다)들과 결탁하여 국가를 발전시키고, 경제 를 발달시킵니다. 경제의 발달은 도시와 상공업의 번창을 가져옵니다. 곧 자본주의 사회를 배태합니다.(이것을 상업자본주의라 한다) 그러다가 18세기 영국에서 상품생산의 기계화가 이루어지고 대량생산체계가 갖추어집니다.(이것을 산업자본주의라 한다) 상품의 대량생산은 이를 생산할 원료와 이를 팔아먹을 시장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그래서 원료생산지와 상품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유럽국가들은 해외로 영토를 팽창(식민지 건설)시켜 나갑니다, 이렇게 유럽 각 나라가 서로 땅뺏기경쟁은 세계1차 대전을 일으킵니다.(1914~18)

이어 대량생산체계는 너무 많은 물건을 만들어내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래서 물건이 팔리지 않게 되자, 공장은 문을 닫고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합니다. 실업자의 대량 발생은 더욱 물건이 팔리지 않게 만듭니다.(이것을 경제공황이라 한다) 그래서 실업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일부 나라는 이들을 군인으로 흡수하여 전체주의 국가가 됩니다. 그리고 식민지가 많은 나라들은 식민지 나라들과 서로 '짜고 먹는' 블럭경제체제를 만들어 갑니다. 여기서 전체주의국가와 블록경제체제를 구축한 나라 사이에 싸움이 벌어집니다. 이게 세계제2차대전입니다.(1939~45) 인간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세계전쟁은 이렇게 모두 자본주의의 발달 때문에 일어났습니다.

사실 자본주의라는 말은 사회주의자 K.마르크스는 (Karl Heinrich Marx)의 《자본론》(資本論 ,Das Kapital) 에서 생겨난 말입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주의라는 말을 쓰지도 않았지요. 막스가 정의한 자본주의의는 “사유재산제(私有財産制)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 경제”를 뜻합니다.

사유재산제에 바탕을 둔 산업자본주의는 19세기로 들어오면서 ‘독점자본주의’로 진화해 갑니다. 이렇게 되면서 자유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그래서 자본이 약한자들은 도태되고 대자본만 살아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 대자본끼리도 서로 경쟁하면서 다른 나라의 약한 자본들을 잡아먹습니다. 여기서 수정자본주의가 나오고 신자유주의 논리에 의하여 자본주의는 자본끼리의 전쟁을 멈추지 않고 계속 싸움을 벌여나갑니다. 이것이 WTO(세계무역기구) 체제 하의 FTA(자유무역협정)입니다. FTA는 큰 자본이 작은 자본을 먹자는 약속입니다. 그래서 FTA가 체결되면, 한국의 약한 자본인 농촌은 곧 죽게 되지요.

우리 한국은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로 진화하였을 때에의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합니다. 독점자본주의는 경쟁주의와 능력주의를 제일로 합니다. 그래서 한국사회에서 모든 교과서에서 경쟁과 능력을 강조하였던 거지요.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쟁과 능력’을 제일로 압니다. 집에서나 학교에서 할 것 없이 “최고가 되라, 일등을 해라, 남을 이겨라, 남보다 잘 해라, 능력을 길러라, 너는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를 들으면서 우리는 살아왔습니다. 교회에서도 “하나님이 능력을 주신다.” 죄다 능력과 일등만을 강조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일류병이 만연되었습니다. 이렇게 잘못된 정신을 훈련받은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평가 받는 인물은 곧 서울대학교를 나온 사람들입니다. 이류대학, 삼류대학을 나온 사람들은 무능한 자로 평가를 받습니다. 이렇게 경쟁주의와 능력주의가 유달리 강조되다 보니 이 나라에 박사학위가 남발되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자본능력이 뒷받침이 안 된 사람들, 즉 신체이상자, 가난한 자, 정신지체자,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고 자란 자, 과연 이들은 인간으로서 능력이 없는 것인가요. 그렇다면 이들은 경쟁에서 도태되어 늘 우리 사회에서 쳐져 살아야만 하는가요. 오늘은 자본주의사회가 과연 우리 인간의 삶의 방식으로 옳은 것인지, 그리고 능력주의와 경쟁주의가 과연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을 해보았습니다.(2010.9.3. 이른 아침, 취래원농부)

취래원농사는
황보윤식(皇甫允植, 醉來苑農士)
학생시절부터 민족/통일운동을 하였다. 동시에 사회개혁에도 관심을 갖고 생명운동을 하였다. 나이 60을 넘기자 바람으로, 도시생활을 과감히 접고 소백산(영주) 산간에 들어와(2010) 농업에 종사하면서 글방(書堂, 반딧불이서당)을 열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위한시민모임”,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포럼”, “함석헌평화연구소”에도 관여를 하고 있다. 글로는 《죽을 때까지 이 걸음으로》(2017) 등 다수의 글이 있다.(수정 2018. 10.3) /함석헌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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