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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총선, 왜 하는가.

by anarchopists 2019. 11. 20.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3/27 06:44]에 발행한 글입니다.


선거, 왜 존재하는가

선량을 뽑는 선거가 보름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의 입후보 등록까지 마친 상태이다.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하여 조선의 과거시험이 떠오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조선이라고 하는 나라를 살펴보면 참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분제가 있던 사회에서 관리를 뽑는 일반적인 방식은 과거라는 시험이었다. 과거는 공식적으로 3년에 한번씩 열리는 식년제였다. 흔히 우리가 과거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대과인 문과시험이다. 이 문과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3차례의 시험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 3차 시험은 왕 앞에서 직접 시험을 치루는 전시(殿試)라 한다. 이러한 시험 방식을 거쳐 33명의 과거 급제자가 갑과·을과·병과로 구분되어 순위를 매긴다.

이런 조선왕조가 500년이라는 시간동안 국가 체제를 유지하였다. 종이 쪽지 한 장으로 시험을 보고, 그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사람이 국가의 관리가 되어 국가유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외국인들은 모두들 의아해 한다. 어떻게 시험에 합격한 사람이 국가체제에 합당하게 시스템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시스템이 상당히 잘 구축된 그런 나라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 쪽지 한 장으로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고 평가된 능력을 시스템에 맞추어 체제를 잘 움직여갈 수 있도록 활동했기 때문이다. 조선이라고 하는 나라가 시스템이 잘 갖추어 졌는지, 그들의 사유체제가 그런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는지 알수는 없지만, 한 나라를 50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나라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쨋거나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회의원과 과거합격자를 동일시하여 생각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연관지어 생각되는 점이 있다. 조선시대 관리는 과거를 통해 등장하여 높은 관직체계로 이동한다. 그런 의미에서는 국회의원 보다는 공무원이 비교의 대상으로 적절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과거합격자와 국회의원을 비교하게 되는 것은 이들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가 한다. 또한 그들은 국가체제를 좀더 안정적인 모습으로 이끌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더욱더 그런 생각을 하게된다.

적어도 과거를 통해 등장한 관리들은 선비정신이라는 것이 있다. 물론 과거 합격을 위해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부정적인 관리로 파탄이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것을 우리는 선비정신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작금의 국회의원 선거에 임하는 여당과 야당의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서 조선시대 선비정신과 같은 모습을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
. 오직 권력을 장악하는데 목적이 있고, 선동적으로 대중을 자신들을 원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떨어지면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기 보다는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는 방식으로 난국을 대처한다. 당명을 바꾼다거나 연합을 한다거나 하는 방식이다.

국민들의 생각은 그들이 생각하는 엉켜진 실타래처럼 복잡하지 않다. 단순하다. 명쾌하다. 단수하고 명쾌한 것을 복잡하고 어렵게 생각하기에 문제를 풀기가 쉽지 않다. 모두들 자신의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 예외 없이. 그리고 자신만의 이익이 아니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인물을 원한다. 말이 쉽지 각양각색의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럼에도 더불어 살 수 있다는 것에는 최소한의 동의가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국회의원 한 번 했다고 백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는 그런 것에는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백만 원 이상의 연금을 받으려면 얼마나 많은 국민연금을 내야 하는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

어찌 보면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명예이다. 그런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자리를 천박하게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무급제 국회의원을 뽑으면 안될까?(2012. 3.26 저녁,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 본문 내용 중, 위 사진은 세계일보(2007.10.7일자), 밑의 사진은 뉴시스(2012.3.24)에서 따온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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