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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by anarchopists 2019. 11. 25.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1/31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권위는 세우는 것이 아니라
세워지는 것이다

설 명절도 지나고 새로운 마음으로 모든 일들을 시작해 보리라. 반복되는 일상이기는 하지만 무언가 새로운 각오를 해본다. 최근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부러진 화살」과 「특.수.본」이었다. 나름대로 짬을 내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이후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은 어찌할 것인가?

두 편 영화를 보고 난 후 느끼는 공통점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다.
「부러진 화살」은 몇 년 전 소위 ‘석궁사건’로 알려진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사건으로 당사자는 4년의 실형을 마치고 작년에 출감을 했고, 감독은 실화(實話)를 바탕으로 재판과정의 문제점들을 재구성하였다.

「특.수.본.」은 경찰의 비리에 관한 영화였다.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것이 다큐(documentary) 형식이 아니라면 일단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본 느낌은 시원하면서도 허전하다는 것이다.

「부러진 화살」을 보는 동안 온 몸에서는 열이 나고 땀이 흘렀다. 영화관의 난방이 잘 된 탓도 있지만 정작 원인은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온 몸이 긴장하고 화가 나고 답답함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인체가 그렇게 반응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대법원에 있는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 저울을 들고 한 손에는 법전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디케(Dike)’상을 변형시킨 모습이다. ‘디케’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이고, 그리스어로는 ‘정의’, ‘정도’를 의미한다. 어쨌거나 법전과 저울은 원칙에 충실하고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고 이야기 한다. 학교에서 배운 것처럼 한다면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 뿌듯함을 느낄 것이다. 문제는 실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는 어떻게 적용되느냐 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나 법 앞에서 평등한 대우를 받았는가? 이 물음에 ‘예’라고 답할 수 있는 국민은 몇이나 될까? 많은 이들이 ‘아니오’라고 답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법의 문제인가? 집행의 문제인가?

법관과 경찰의 판단에 관한 영화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영화 단골 주제이기도 하다. 그때마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카타르시스(catharsis; 간접경험을 통한 일체감)를 느낀다. 그리고 끝이다. 단골 주제라는 의미는 아직도 원칙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야기 일 것이다. 왜 우리는 그 원칙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언제나 모순은 이 분야에만 있지는 않다. 어느 곳에나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부모도 자식에게 정의나 정도를 강조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세상의 그 어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가정과 학교에서 그렇게 정의와 정도를 강조하지만 사회인으로 돌아오면 실천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득권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다. 정의로 무장한 결과는 무엇인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다”라는 대사에서 많은 사람들은 카타르시를 또 다시 느낀다. 물론 거기서 끝이지만. “세상 사는데 분명한 이유가 필요하지 않아 … 경찰답게 사는 게 뭔데 … 그렇다고 세상의 범죄가 사라지나, 없애지 못할 바에야 다스리고 사는 게 현명한 거야 그게 경찰답게 사는 거야” 라는 대사에서는 분노가 일어난다. 자기합리화 때문에.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이 정의고 정도라고 이야기 해줄까? 법조인의 권위나 경찰의 권위나 그 어떤 권위도 스스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봉사로 희생할 때 세워지는 것이다. 남에 의해서.

1월 18일에 개봉한 「부러진 화살」은 누적 관객 수 2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1월 27일 대법원은 법원행정처장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통해 ‘영화(부러진 화살)는 기본적으로 흥행을 염두에 둔 예술적 허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반면에 영화에 등장했던 모 변호사는 신문인터뷰에서 “사법부의 오만과 독선적 태도가 이 개별 사건을 통해 전면화된 것이다”라고. 또다시 진실게임을 해야 하는가?

최근 석궁사건의 2심 변론을 맡았던 모 변호사는 창원에서 무소속으로 4·11 총선에 출마를 한단다. 기자 인터뷰 가운데 “「부러진 화살」 관련 보도가 모 변호사의 개인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하자 모 변호사는 “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되면 기사 안 쓰면 되는 거야, 그냥 쿨 하게” 라고 답하였다.(2012.1.31., 김상태)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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