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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평화연구소/김상태 박사 칼럼

사회가 존중하는 학생들, 학생들이 그리워하는 선생님

by anarchopists 2019. 11. 22.
* 함석헌평화포럼 블로그에서 [2012/02/28 06:30]에 발행한 글입니다.

우리 선생님


  한국고전번역원의 고전포럼에서 공감하는 글을 읽었다. 먼저 권경열 선생님이 쓰신 글의 일부를 옮겨본다.

스승의 빈자리


가림 없이 시원스런 달과 같은 흉금이셨고
온통 온화한 자리 위의 봄기운과 같으셨네
들보가 꺾이고 산이 무너지니 또 어디서 뵈올까
낙동강 가 슬픈 바람 속에서 눈물 훔치네

灑然無累胷中月
渾是團和座上春
樑折山頹何處仰
悲風揮淚洛江濱

  송담 이백순 선생이 타계하심을 안타까워 하시며 진사(進士) 이달우(李達宇, 1629~1691)가 그 스승인 청천당(聽天堂) 장응일(張應一, 1599∼1676)을 애도한 만시(輓詩)의 일부이다.

고전을 잘 알지 못하기에 그 절절함을 이달우 만큼은 아닐지라도 만시를 보면서 어쩌면 저렇게 내 마음을 잘 표현하셨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 글을 보기 보름 전 나의 선생님도 그렇게 먼 길을 가셨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그렇게 한줌 흙으로 묻고서 그 허탈하던 마음에 접한 이 글이 다시금 선생님의 모습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하였다. 부모님만큼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분이셨기에 더욱 그렇다. 생각해 보면 부모님과 지낸 물리적 시간보다 더 많은 물리적 시간을 함께 했던 선생님이었다.

무엇을 바꾸려고 말하지 않고 당신이 있는 자리에서 변화를 꾀하셨다. 그래서 훗날 그네들에게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던 분이셨다. 당신의 이익을 위해 한 번도 손을 내미신 적이 없는 공명정대하셨다. 오히려 그 공명정대함에 당시에는 당신의 제자들이 손해를 보았다고 투털거릴 정도였다. 물론 선생님이 그걸 모르실리 없다. 그런 당신의 행동에 적어도 제자들은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대학이 개강이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된 것이다. 예년에 비해 한 주 정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다. 스승의 빈자리라는 시를 보고 선생님을 그리워하고 나 자신 학생들을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스스로 학생이 되어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 선생님의 입장에서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학문이나, 삶이나, 경험이나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는 제자를 한결같이 지켜봐 주신 선생님이 계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매 순간마다 내가 잘나서 된 것처럼 생각했던 일들이 우습게 보여진다.

사람의 일들은 자신만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더불어 같이 라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는 것 같다. 당신은 모든 것을 알고 계셨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그냥 곁에 계셨다.

우리의 교육현실에서 우리의 선생님들은, 부모님들은 어떨까!

빨리 빨리, 점수를 하나 더 따기를 원하셨을까? 끊임없는 사랑으로 곁에서 지켜봐 주셨을까?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다. 그가 어떤 존재이던지 말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의 경우 대부분 그가 존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보게 된다. 누구도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라도 너와 내가 그리고 우리가 같이 살아가기 위해 그 어떤 존재도 존중받아야 한다. 가난하거나 부자거나, 힘이 있거나 없거나, 많이 배웠거나 못 배웠거나. 그 어떤 것으로도 사람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학생들을 보면서 다시금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나에게 그렇게 그리워하는 선생님이 계시듯 그 학생들도 그리워하는 선생님이 많았으면 좋겠다.

*위 이미지는 인터넷 daum에서 퍼온 것임.

김상태 선생님은
김상태 선생님은 인문학(역사: 한국근대사)을 전공하였다. 현재 사단법인 <인천사연구소> 소장 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외 기호일보 객원논설위원과 함석헌학회 학술위원을 겸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에 출강하고 있다. /함석헌평화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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